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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왕가네식구들 45회. 왕수박의 지루한 억지 끝내는 고민중의 속시원한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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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방영한 KBS <왕가네 식구들>의 45회에서도 이앙금(김해숙 분), 왕수박(오현경 분) 모녀의 터무니없는 억지는 계속 이어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자신의 저지른 불륜은 생각 안하고 오순정(김희정 분)에게 당장 고민중(조성하 분)과 헤어지라고 윽박지르고, 물세례까지 퍼붓는 왕수박의 도를 넘은 무서운 생떼는 아무리 작정하고 만든 극적 설정이라고 해도 적지 않은 피로도를 유발한다. 





법원에서 이혼 서류가 통과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고민중과 왕수박의 혼인 유효를 주장하는 뻔뻔한 이앙금, 왕수박 모녀의 파렴치한 몰염치가 끊임없이 등장한 것 외엔,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지지부진한 한 회였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왕호박(이태란 분) 몰래 그녀의 뱃속에 아이를 임신시킨 허세달(오만석 분)의 행동도 이앙금, 왕수박의  못지 않게 황당하게 다가온다. 그나마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분)의 눈치를 받는 와중에도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는 신혼부부 왕광박(이윤지 분)과 최상남(한주완 분) 사이에서 간간히 웃음이 나올 뿐이다. 





왕수박의 허영심과 불륜 때문에 집을 통째로 날라먹은 최악의 위기 속에서 집안의 가장 왕봉(장용 분)까지 생각지도 못한 이른 퇴직을 맞게 되었는데, 이앙금은 오직 왕수박과 고민중의 재결합에만 꽃여있는 상태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이앙금의 억지 논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이제는 왕수박까지 가세하여, 고민중과 함께 살 때는 흉내도 내지 않았던 현모양처 코스프레 중이다. 


그런다고 다시 왕수박에게 돌아갈 고민중이 아니다. 그동안 믿었던 왕수박에게 속고 속아, 그녀의 거짓말이라면 이골이 났을 법한 고민중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다시 아이를 앞세워 눈물을 흘리는 왕수박의 속보이는 연기에 속아 넘어간다면 그의 지능을 의심해볼 정도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앙금과 왕수박의 합동 방해에도 불구, 오순정과 결혼하겠다는 고민중의 마음은 확고한 것 같다. 민중은 수박이 자꾸만 그의 집에 다녀가는 것을 알고 마음이 편치 않은 순정에게 모든 사실을 다 털어 놓으며 순정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순정의 형부인 최대세와 세미 상견례 형식으로 순정과 결혼할 의사를 암묵적으로 비춘다. 그 이후에는 순정과 그의 딸 구미호, 그리고 애지, 중지하고도 함께 살 조그마한 집도 알아보는 중이다.


이렇게 이미 순정과의 새 인생을 살 준비가 완료되었는데,  이앙금과 왕수박이 자식을 앞세워 민중의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그래도 고서방은 애지, 중지를 버릴 사람이 아니라나. 하지만 그 모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고민중은 절대 자식을 버릴 남자는 아니지만 왕수박과 재결합 사람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은. 







아이 핑계로 어떻게든 고민중과 함께 자려고 하는 왕수박의 뻔한 속셈에 고민중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무실에서 잠을 자겠다며 확실히 선을 긋는다. 그런데 포기를 모르는 왕수박은 고민중의 우회적인 거리두기에도 불구, 물러섬이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면서 나에게는 아이들이 있으니 고민중과의 재결합을 확신하고 계속 그의 집에 찾아와 귀찮게 하는 왕수박에게 결국 고민중 왕수박을 붙잡고 정중히 부탁한다. 제발 다시 여기 오지 말라고. 


순간 이앙금과 왕수박의 거듭 이어지는 뻔뻔한 행동에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풀리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고민중을 포기할 왕수박이 결코 아니겠지만, 적어도 앞은 남은 5회 동안 고민중이 일방적으로 이앙금, 왕수박 모녀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민중과 오순정이 이어지는 것이 순리에 맞다. 그러나 전작들을 통해서 파경을 맞은 부부들의 재결합하는 과정을 많이 보여준 문영남 작가이기에, 이번 <왕가네 식구들>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고민중과 왕수박이 억지로 합쳐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불륜으로 패가망신을 한 이후 철저히 개과천선하여 가정으로 다시 돌아간 문영남 작가 전작의 주인공들과 달리, 왕수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잠시 수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싶더니만  더 악랄해지고 독해졌다. 





이제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수박은 철저히 시청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악녀다. 왕수박과 고민중의 재결합은 어떻게해서 든지 반드시 막아야할 문제다. 고민중과 오순정의 사랑에 더 애잔함을 부여하기 위해 왕수박은 더욱 못되먹은 전처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여기서 고민중이 왕수박에게 하염없이 질질 끌려다니면 왕수박의 뻔뻔한 행각에 제대로 놀아나는 꼴이다. 다행이 문영남 작가는 고민중을 마냥 속 없는 한심한 찌질이로 만들지 않았다.  고민중은  더 이상 그의 우유부단한 이름처럼 다시 찾아온 진실한 사랑 앞에 단 일초도 고민하지 않는다. 





아닌 것은 확실하게 선을 긋고, 이앙금, 왕수박 모녀의 악행에 상처받은 순정을 위로하는 이 남자. 이것이 바로 <왕가네 식구들> 시청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진정한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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