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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힐링캠프 강신주. 현실에 지친 청춘이 보다 행복하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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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신주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속내를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카운셀러 혹은 돌직구만 날릴 뿐, 그 이상은 없는 궤변론자. 하지만 강신주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강연자 중 하나다. 때문에 강신주가 일일 상담사로 참여, 시청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가 여러모로 궁금했다. 그 이면에는 일말의 강연을 통해 현재 나를 힘들게하는 고민들을 잠시나마 해소하고 싶었던 것도 없지 않았지만. 





하지만 강신주의 상담은 위로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강신주는 상담을 요청하는 이의 질문에서 클라이언트가 애써 숨기고 있는 진심을 끄집어낸다. 때로는 자신만의 판단에 의거하여 내담자를 몰아세우는 그의 집요한 물음이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강신주의 상담 방식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소 거칠게 내담자의 이야기를 요목조목 반박하는 충격요법식으로 그 스스로가 실마리를 찾게 해주는 강신주가 각광을 받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삶이 힘들다는 일종의 방증이기도 하다. 


맨 처음 강신주에게 결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던 43세, 49세 미혼남녀의 사연과 MC들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지난 3일 방영한 <힐링캠프>에 등장한 주요 고민은 '청춘'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어느 세대보다 20-30대들이 유명 인사의 인생 강연에 모습을 많이 드러내는 것은, 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늘어난 것도 한몫하지만, 강의라도 듣고 위안을 얻고 싶을 정도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20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연은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 한들 꿈을 포기하지말고 열정을 다해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유명한 말도 있다. 배우를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힐링캠프> FD 출신 내담자에게 계속 배우의 길을 향해 정진할 것을 주문하는 강신주의 상담 또한 앞서 청춘들에게 각인된 '열정'의 또 다른 변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강신주는 청춘은 원래 힘든 거니까 고통을 감내하고 무조건 열심히 살아라 식의 뜬구름 같은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 내담자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강신주의 모든 상담의 요지는 이렇다. "자신에게 씌어진 가면을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라."


꿈이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접고자하는 배우 지망생, 지병으로 회사를 그만둔 아버지와 갈등이 생긴 취업준비생, 일이 있다면서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남자친구를 무조건 참아주다가 속앓이를 하게된 여대생.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이 정해준 보통이라는 기준에 따라 자신을 맞추려고 하다가 벽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박문칠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 <마이 플레이스>의 따르면 대한민국은 다수와 다른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폐쇄적 사회이다.  남들이 "YES"라고 하면 "NO"라고 선뜻 외치기 어렵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부모 말 잘듣고, 어른들의 속을 썩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배웠던 아이들은 커서도 계속 어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착한 자식, 청년이 되어야한다. 거기에 한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시대의 분위기까지 겹쳐,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노선이 아니면 자신만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것도 머뭇거리게 되는 상황이다. 


<힐링캠프> 시청자 캠프에서 자신에게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는 내담자들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강신주는 "좋은 사회는 사랑을 보장하지만, 나쁜 사회는 경쟁을 조장한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외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후회없이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우리 사회는 분명 살기 어려운 고단한 현실이 앞선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야하고, 지금 살았던 것보다 더 잘 살아야한다. 너무 사는 게 어렵다보니 "괜찮다."는 위로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사회가 고단할 수록  '판타지'가 인기를 끄는 것 또한 그를 통해 지친 현실을 잠시 잊고자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허나 가끔은 강신주 식대로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맨얼굴을 바라보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남들의 정한 기준에 의해 무조건 죽도록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닌, 각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하며 인생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의 사랑과 자유가 무한 존중되는 사회.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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