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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의미심장했던 추리 게임의 시작과 표창원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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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이 새롭게 도전한 장르는 추리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로 구성한 7명의 탐정은 '무도탐정사무소'를 설립, 미제 사건을 해결하자고 한다. 하지만 셜록처럼 타고난 천재가 아니었던 7명의 초보 탐정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하나씩 익혀가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추리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전, <무한도전>은 '탐정아카데미' 형식으로 국내 범죄심리전문가 1인자인 표창원 박사의 특별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표창원 박사의 말에 따르면 추리는 알고있는 것을 통해 알고싶은 것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한다. 수사과정에 있어서 엄청난 추리가 필요한 케이스의 대다수는 피해자가 죽은 살인사건에 해당한다. 때문에 수사관은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 사건 정황만으로 죽은 자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한다. 


<무한도전-무도탐정사무소>는 유재석의 애칭 유셜록에 비추어보듯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BBC 드라마 <셜록> 시리즈를 연상케한다. 드라마 <셜록> 시리즈가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은 원작 <셜록 홈즈>의 탁월한 현대적 재해석과 주인공 베네딕트 컴베비치와 마틴 프리먼의 환상 호흡 덕분도 있지만, 시대를 초월한 셜록 캐릭터 자체의 매력 덕이 가장 크다. 





19세기 말 셜록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와 달리, 수사 전문 기관의 역량이 더 커졌음에도 불구, 런던 경시청은 수사가 막힐 때마다 항상 셜록을 찾는다. 셜록은 뛰어난 추리능력을 가졌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고기능적 소시오패스다. 그래서 셜록은 왓슨 박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언제나 혼자였고, 어느 조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자유롭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셜록의 타고난 재능을 시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그마저도 셜록은 뛰어난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한다. 


영국,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추리물의 제작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셜록에 버금가는 인기있는 사립탐정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과 같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탐정의 역할을 대신하여 공식적인 수사기관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의문점을 해결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의 도움이 있었다. 





표창원과 같은 유능한 프로 파일러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범인을 잡아 피해자와 그의 가족의 원한은 풀어줌과 동시에,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하기 위해서다. 뛰어난 추리 능력이 좋은 탐정이 되기 위한 우선 요소이겠지만,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보이는 진실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사명감이 수반되어야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공식적인 수사관이 아님에도 불구, 오직 사건 그 자체를 보고 비교적 공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셜록>,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인기는 몇몇 미제 사건에 있어 수사기관의 사건 해결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일종의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CJ E&M이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OCN <신의 퀴즈>,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리즈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고, 공중파에서도 SBS <싸인>, <유령> 등이 반향을 얻긴 했지만, 여전히 대중문화 전반적으로 추리물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9년 이상 예능 및 대중 문화 트렌드를 선도해온 <무한도전>이 탐정 영역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추리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추리물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표창원에 버금가는 프로 파일러가 더 늘어나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거꾸로 언급하긴 했지만, 국민이 국가라는 영화 <변호인>의 명대사처럼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고, 정작 진짜 범인이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 추리능력과 정의 구현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더 많은 프로파일러가 나와야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추리에 대한 관심을 높여줄 수 있고, 무도 탐정사무소 조력자의 일환으로, 프로 파일러로서  올곧은 신념을 가지고 살아온 표창원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무한도전-무도 탐정 사무소>. 소치 올림픽 중계로 2주 뒤에서야 다시 돌아올 7명의 탐정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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