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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왕가네식구들 마지막회. 해피엔딩임에도 불구 찜찜한 결말. 그럼에도 빛났던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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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의 전작이 그랬듯이, 지난 16일 방영한 KBS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왕가네 식구들은 사위들의 도움으로 잃었던 집을 되찾았고, 첨예한 갈등을 이루던 사람들은 극적인 화해를 맺는다. 





한 때 왕수박(오현경 분)의 남편이자 왕가네 첫째 사위였던 고민중(조성하 분)은 오순정(김희정 분)과 재혼했으며, 왕수박과 오순정은 자주 왕래하며 지내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30년 후. 왕가네를 친정으로 의지하며 산다는 순정까지 한 자리에 모인 왕가네 식구들은 화기애애한 웃음꽃을 피우며 막을 내린다.


<왕가네 식구들>의 결말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가긴 했지만 결국 고민중의 선택은 오순정이었다. <왕가네 식구들> 시청자 다수가 민중과 순정의 재혼을 원했기 때문에 쉽게 예상했던 수순이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간절히 바라던 엔딩이었음에도 불구, 두 사람의 결합 과정은 그리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고민중의 우유부단함에 실망하여 그의 곁을 떠난 오순정을 다시 잡은 결정적 무기는 순정의 딸 구미호의 출생의 비밀이다. 뒤늦게 미호가 자신의 친딸을 알게된 민중은 자책의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여기서, 쉽게 돌아올 것 같지 않은 순정의 마음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다름아닌 민중의 전처 왕수박이다. 


한 때 민중의 재혼을 막기 위해, 순정을 괴롭히던 수박은 민중과 순정을 다시 이어주고, 그들의 곁을 떠난다. 지난 15일에 방영한 49회까지만 해도, 자신의 딸 애지를 구박한다면서 순정의 빰까지 때린 수박이다. 때문에 엔딩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갑자기 사람 자체가 달라져버린 수박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많은 시청자들이 원했던 결말을 보여주었음에도 찜찜한 기분을 쉽게 지울 수 없다. 


문영남 작가의 전작과, 그동안의 KBS 주말연속극들의 결말을 비추어봤을 때, <왕가네 식구들>의 결말은 분명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몇몇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불거진 갈등이 절정에 이루었기 때문에, 과연 <왕가네 식구들>은 어떻게 서로 얼키고 설킨 첨예한 대립을 정리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그런데 <왕가네 식구들>은 한 방에 이 모든 갈등과 오해들을 일단락시킨다. '가족'이란 이름 하에 서로에 대한 미움과 오해를 거두고 다시 뜨겁게 뭉친 '왕가네 식구들'. 그동안 문영남 작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았던 엔딩이었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한들, 한 때 철천지 원수지간일 정도로 앙금이 쌓인 관계가 쉽게 회복될 수 있을까. 


물론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시간을 두고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모습들을 보여주어야했다. 그러나 보다 극적인 장면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로맨스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주인공들을 코너로 몰고 갔던 <왕가네 식구들>은 엔딩이 가까워져서야 갑자기 주인공들을 화해시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거기서 한 술 더떠, 단숨에 30년 후로 뛰어넘어간 <왕가네 식구들>의 마지막 이야기는 주요 등장 인물들이 오랜 세월 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살았다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 다소 오버스럽게까지 느껴진다. 





5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 과장되고 왜곡된 캐릭터와 상황 설정으로 막장논란을 빚기도 했던 <왕가네 식구들>이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여러 배우들이 다시 재조명받았다는 것은 드라마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우유부단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실패에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성실한 가장의 표본을 보여준 고민중 역의 조성하는,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국민사위(?)로 불릴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고민중의 첫사랑 오순정으로 등장,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 김희정의 폭넓은 감정연기 또한 <왕가네 식구들>에서 빠질 수 없는 감동 요소다.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실감나는 악역연기를 선보인 오현경과 김해숙의 연기 변신도  빛난다. 이 외 한주완, 최대철, 강예빈 등 신예스타들이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심심치 않게 막장 논란이 뒤따르긴 했지만,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왕가네 식구들>. 그러나 각자 캐릭터를 충실히 이행했던 배우들의 호연도 막을 수 없었던 그동안의 억지 설정 전개와, 갑작스러웠던 해피엔딩은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왕가네 식구들>의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명'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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