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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김연아를 위한 따뜻한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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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2014년 2월 21일 새벽. 전세계인을 감동시킨 멋진 클린 연기를 펼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은메달에 머물려야했던 김연아를 둘러싼 반응들을 보면 몇몇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국내 언론보다 해외 저명한 언론에서 이번 김연아의 은메달에 대해서 강력하게 문제점을 제기한다는 점. 그리고 금메달보다 은메달인 김연아가 더 많이 이슈가 된다는 것이다. 김연아가 다시 은반 위에 선다는 소식만으로, 수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힘. 전세계가 인정하는 이 시대 최고의 피겨 여왕의 위엄은 실로 대단했다. 


김연아 은메달 보도 이후, MBC <무한도전> 김태호PD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러한 평을 남겼다. "러시아가 갈라쇼 imagine을 보여줄 가치가 있는 장소인지 모르겠다." 김태호PD의 말마따라, 한국 시간 23일 새벽에 열린 2014 소치 올림픽 갈라쇼의 주인공도 역시 이매진의 김연아였다. 금메달리스트의 위엄을 보여주고자 아름다운 천을 들고 나왔으나, 얼굴을 천으로 가리는 등 기상천외한 공연으로 전세계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특별한 갈라쇼 덕분에, 우아함의 정석을 보여준 김연아의 imagine이 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갈라쇼 이전, 김연아의 석연치 않은 은메달로 대한민국 온 나라가 들끓고 있던 지난 22일 저녁. 항상 자막을 통해 동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과 소통하곤 했던 <무한도전>의 촌철살인은 날카롭고 예리하였다. 노홍철, 정준하가 다이어트에 들어갈 정도로 남다른 공을 들었던 밀라노 패션쇼 행은 결국 취소되었다. 대신 하하의 자메이카 행은 이루어졌다. 


자메이카에서 우사인 볼트를 만날 멤버로 하하, 정형돈, 노홍철이 낙점된 가운데,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길은 국내에 남기로 결정한다. 유재석 빼고 <무한도전> 최대 오점으로 기록되는 '번지팀'이 한자리에 모인 탓에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유재석 빼고 '번지팀'. 그러던 중 박명수, 정준하 중에서 누가 가장 시민들에게 빰을 많이 맞나 대결까지 나온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우승 유력 후보로 지목받은 박명수. <무한도전> 자막 또한 그를 '이 쪽 방면에서는 김연아 급(?) 입지' 라면서 박명수를 소개한다. 빰 많이 많기 대회 우승 후보로 추앙받은(?) 박명수 겸허하게 한 마디를 한다. 세상은 일등만 기억한다고. 하지만 그 뒤를 이은 <무한도전> 자막은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될 수도."





박명수의 말마따라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었다. 전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선수들만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드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는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어야만 했다. 요즘은 시민 의식이 성장을 한 덕분에,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금메달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010 벤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한동안 휴식기를 갖다가 오랜만에 다시 은반 위에 오른 김연아의 은메달 또한 대단한 쾌거다. 김연아는 자신의 연기에 최선을 다했고, 흠잡을 데 없는 그녀의 원숙미에 피겨를 사랑하는 전세계인들은 앞다투어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김연아가 보여준 클린 연기에 비해 은메달이라는 결과는 턱없이 아쉬웠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 아쉬워서가 아니다. 공정성이 의심되는 판정으로 은메달에 머물 수 밖에 없었던 김연아의 명품 스케이팅. 현재 적지않은 전세계인들이 앞다투어 이번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결과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금메달을 차지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또한 그녀의 피겨 인생에 있어 최고로 좋은 연기를 펼쳤다고 하나, 김연아의 무대가 더 좋았다는 것이 전세계 피겨팬들의 입장이다. 그리고 지난 23일 갈라쇼는 올림픽 메달 결과와 정반대라는 상반된 평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듯이, 김연아의 아름다운 연기로 막을 내린다. 


정말로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금메달보다 더 화려한 스포라이트를 받는 김연아의 존재감은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시한 대한민국 사회에 적지않은 충격을 선사한다. 김연아에게 "너는 대한민국"이라면서 엄청난 부담감을 짊어주지만, 정작 그녀가 필요할 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던 조국 대한민국. 하지만 다시 은반 위에 올라선 김연아는 최선을 다해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다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벤쿠버 못지 않은 최고의 연기를 펼치고도 러시아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 수 밖에 없었던 이 시대 최고 피겨 여왕에게, 한 때 김연아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인연이 있었던 <무한도전>은 그녀를 응원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때로는 은메달이 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다는 것. 결과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닌 피겨 스케이팅 자체에 충실했던 삶을 살았던 김연아는 누가 뭐래도 이 세상 가장 위대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다. 





하지만 피겨 약소국의 선수로서 피겨 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 김연아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와는 별도로, 김연아가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펼친 연기에 대한 재평가는 다시 이루어져야한다. 이미 올림픽 메달에 상관없이 살아있는 피겨의 전설로 등극한 김연아라고 하나, 만약에 이번 소치 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 스케이팅 편파판정 의심이 사실이라면 공정성이 요구되는 올림픽 정신에도 크게 위반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갈라쇼만 보더라도, 은메달이 금메달보다 더 압도적인 실력을 보였다는 사실. 그래서 <무한도전>의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될 수 있다는' 자막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정정당당하게 은반 위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였던 연아퀸. 그녀와 동시대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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