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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슈퍼맨이 돌아왔다. 추사랑 일어자막 오역 논란. 제작진의 세심하지 못한 번역이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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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KBS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자막에 대한 뒷말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어린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순수함을 넘어 느끼한 자막은 종종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하지만 지난 14일 불거진 자막 논란에 비하면, 그동안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장식하던 오글 자막들은 애교 수준이다. 현재 인터넷 모 커뮤니티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이 추사랑의 대화를 오역한 장면을 보여주며, 이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와, 네티즌의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제작진이 후반 편집에서 아예 새로운 상황으로 짜깁기하는 일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종종 있어왔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유행의 시초를 열며, 어느덧 시즌 6까지 맞이한 Mnet <슈퍼스타K>는 '악마의 편집'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대표적인 예이다. 





방송이라는 특성상, 어느 정도 제작진의 개입과 상황 연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출연자의 진솔함이 돋보이는 리얼 관찰 예능이나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일 수록 그에 가해지는 '조작'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가 그랬듯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자연스럽게 아이들 특유의 천진난만함에 주목한 덕분이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신 보여주기 형식으로 출연 아이들의 각각 다른 개성에 주목한 연출은 아빠와 아이가 여러 가족과 함께 어울려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와 명백한 차별화를 이루는 동시에, 육아의 고충을 더 현실감있게 드러내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수면 위에 떠오른 '추사랑의 대화 오역' 논란은 가공되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기존 이미지와 상당한 괴리감을 자아낸다. '자막 오역'이 뉴스가 된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의 해명 인터뷰에 따르면, "오역이 아닌, 상황에 따른 의역이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추사랑이 엄마 야노 시호랑 한라봉을 먹으면서, 실제 추사랑이 말한 "엄마도 먹어요."와 자막에서 드러난 "까주세요."는 전혀 다른 뜻을 내포하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야노 시호의 말에서도 "먹고 있어, 엄마는 벌써 다 먹었어."가 아닌, "(너 지금) 먹고 있잖아." 라는 자막이 대신해, 추사랑이 한라봉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 계속 한라봉을 먹고 싶어하는 상황 설명을 더욱 뒷받침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잘못된 일어 번역은 이뿐만 아니다. 추사랑과 사랑이의 어린이집 친구 유토와의 대화에서도, 실제 유토는 추사랑에게 "한개만 줘", "절대로 떨어트리지마."라고 했지만, 자막에 나온 바에 따르면 "내 동생에게도 줘야지.", "절대로 내 거 침범하지마."라는 전혀 다른 말로 해석되어 있다. 





자막이 아닌 영상 자체만 본다면, 추사랑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 엄마 야노 시호를 살뜰이 챙기는 착한 딸이다. 그러나 "엄마도 먹어요."가 아닌 "까주세요."라는 전혀 엉뚱한 자막과 "먹고 있잖아."라는 모호한 대사가 입혀지는 순간 추사랑은 한라봉을 입에 물고 있음에도, 계속 한라봉을 탐하는 먹보 소녀가 되었다. 


스타 주니어를 주인공으로 한 리얼 관찰 예능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 어디가>를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추사랑의 먹방이 큰 공헌을 하긴 했다. 식성 좋은 추사랑이 먹는 모습은 분명 사랑스럽고 예쁘다. 





그러나 오역으로 인해,  배려심 많은 추사랑을 시도 때도 없이 식탐많은 아이로 보여지는 것은, 추사랑에 대한 오해와 편견만 불러일으킬 위험 소지가 높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시청자들이 이번 '일어 자막 오역 논란'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아이의 말을 있는 그대로 직역하여 전달하면 흐름상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어색하게 다가오기에 때로는 의역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을 더욱 재미있게 연출하기 위한다는 명분이 있다한들, 의욕이 과다하게 넘치는 의역은 추사랑의 이미지를 왜곡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동심을 내세운 프로그램 정체성까지 위협한다. 


번역 상 약간의 실수라고 보기엔, 조작 논란으로 까지 불거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만큼, <슈퍼맨이 돌아왔다> 제작진의 보다 세심한 자막 번역을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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