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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시의적절했던 선거특집이 보여준 뭉클한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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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만에 방송을 재개한 지난 3일 MBC <무한도전>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시작을 열었다. 





<무한도전> 팀을 대표하여 말문을 연 유재석은 "어른으로서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하다.", "앞으로는 원칙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질 않길 바라고 희생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안타까운 사고의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유가족을 위로하던 유재석은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프로그램을 재개한 <무한도전>의 주제는 다름아닌 '선거'였다. 이전 '미남이시네요' 특집에서 선거 컨셉으로 아이템을 진행한 바 있는 <무한도전>은 이번에는 <무한도전>의 향후 10년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선출하겠다는 명분 하에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와 비슷한 절차의 선거를 진행한다. 





음주 운전 사건으로 프로그램에 하차한 길을 제외하고,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 자리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여섯 출연자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시청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하는 공약도 제시되었다. 이 중 노홍철 후보는 "<무한도전> 출연진의 사생활을 과감없이 보여주겠다."는 공약으로 다른 후보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선거 중에 흔히 나타난다는 환심성 공약도 눈에 띈다. "스태프들에게 밥차를 제공하겠다(박명수)", "종일 녹화로 진행되면, 스태프들의 삼끼를 보장하겠다(정준하)" 등 어떻게든 표를 끌어모이기 위한 무작정 내지르기식 공약은 <무한도전>에도 존재한다. 





<무한도전>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리더를 뽑는 자리인만큼,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역시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재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위기다.","위기에 대처할 콘트롤 타워가 없다." 면서 <무한도전>의 현 상황을 진단한 정형돈은, 이어 "시청률 재난본부 설치를 통해, 전문화된 위기 극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다. 하지만 현실성없는 공약이라면서 다른 후보들의 맹비난을 받는다. 


<무한도전>의 '선택 2014' 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묻지마 공약 남발은 물론이거니와, 상대 후보를 이유없이 공격하는 모습을 심상찮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을 그저 예능적 재미를 유발하기 위한 과잉 설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토론회에서 박명수는 선거 의상 단골 아이템이라는 점퍼를,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정형돈은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다. 따로 주머니를 차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당당하게 앞에 섰으나, 지나치게 헐벗은 정형돈의 속옷 패션은 마치 위기임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혼자 살기위해 뛰쳐나간 방관자를 연상케한다. 





<무한도전>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자리에서 유재석은 말한다. 최근 우리가 시청률 꼴찌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우리가 위기인 것을 모를 때 발생한다. 그 보다 더 큰 위기는 위기임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위기임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혼자 살려고 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재앙이자,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라고. 


그리고 유재석을 말한다. 시청률이 중요하긴 하지만, 시청률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이자 기본인 웃음을 강조한 유재석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맞을 일이 있으면 맞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자아 성찰도 단행하겠다는 <무한도전> 출연진에게는 9년 가까운 기간동안 정상을 유지한 저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여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무한도전>의 문제를 진단하고, 앞날을 생각하는 출연진과 스태프들에게는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는 진심이 있었다. 국가적인 참사에 내 일처럼 아파하고,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것에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모습. 9년 동안 변함없이 시청자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사한 <무한도전>은 역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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