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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개과천선 마지막회. 아직 끝나지 않은, 김명민의 싸움은 계속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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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한 옛날에 돈밖에 모르는 김석주(김명민 분) 변호사가 살았데요. 힘있는 사람 편에서만 서고, 힘없는 사람은 나몰라라 하던 김 변호사는 어느 날 정신을 잃고 하루 아침에 사람이 180도 바뀌었데요.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사람은 쉽게 안 변하는데.





지난 26일 16회로 조기 종영한 MBC <개과천선>은 여러모로 지난해 말, 올해 초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과 유사한 점이 많다. 차이가 있다면 <변호인>의 송우석(송강호 분) 변호사는 공안정부와 맞서 싸웠지만, <개과천선>의 김석주 변호사는 법원보다 더 힘있다는 대형 로펌과 금융자본에 맞서 싸웠을 뿐. 어찌 되었던 속물 변호사가 어떤 계기로 인해 정의로운 변호사로 탈바꿈한다는 설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단골 국밥집 아들이 억울하게 국보법에 의해 옥살이를 하게된 사실을 알고 오롯이 자기 의지에 의해 인권 변호사로 탈바꿈한 <변호인>의 송우석과 달리 <개과천선>의 김석주는 뜻하지 않게 기억을 잃은 이후에야 사람이 바뀐다. 여전히 김석주는 자신이 대형로펌 변호사로 일하면서 강자를 위해 일했던 지난 날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한다. 이쯤에서 이런 의문도 품을 법도 하다. 만약 김석주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아니 만약 중간에 다시 기억이 되돌아왔다면 김석주는 계속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을까? 





자신을 지탱했던 정체성이 모두 지워지고 나서야 비로소 약자의 편에 서게 된 남자. 이것은 즉 <변호인>의 송우석이 변호사로 활동했던 30년 전보다 자본의 힘에 예속된 나머지 자신이 가질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2010년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기억을 잃기 전 김석주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의 이치를 충실히 따르는 인간이었다. 대의를 먼저 챙기느라 가족을 소홀히 한 인권 변호사 아버지 김신일(최일화 분) 때문에 돈에 제대로 한이 맺힌 김석주는 아버지와 달리 오직 강자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득만 취한다. 


그런데 돈밖에 몰랐던 사람이 한순간에 기억을 잃고 딴 사람이 되니 한 때 그의 가장 믿음직한 조력자였던 로펌 대표 차영우(김상중 분)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정의 또한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차영우는 법보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자신의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이제는 적이 된 김석주를 회유하기도 한편으로 협박하며 김석주의 달라진 행보를 끊임없이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석주는 승리하였다. 그런데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이제 김석주는 과거 자신이 만들었던 기업 노조 탄압 프로그램과 맞서 힘겨운 사투를 벌어야한다. 진짜 싸움은 이제 부터다. 


예정된 2회를 단축하여 마무리하다보니 어딘가 모르게 급하게 매듭지은, 매끄럽지 못한 마무리다. 그런데 정의의 용사로 변신한 김석주는 아버지와 화해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던 찰나 갑자기 차영우가 나타나 현재 김석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과거를  열거하고 "인생이 그래서 재미난겁니다."면서 싸늘하게 웃는 마지막 장면이 예사롭지 않다. 





명확하게 선악을 규정하지 않는 <개과천선>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조만간 시즌 2가 나올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 김석주의 앞날이 더 궁금한 <개과천선>은 이렇게 서둘러 끝나야할 드라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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