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좋은 친구들. 재능있는 신인 감독과 좋은 배우들이 만든 올해의 발견

반응형

지난 7월 9일 개봉한 영화 <좋은 친구들>은 제목과 포스터만 놓고 보면 한 때 충무로를 주름잡았던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달리,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다.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현태(지성 분)과 보험설계사인 인철(주지훈 분)과 고물상을 운영하는 민수(이광수 분)은 어릴 때 닥친 위기 상황도 함께 극복하며 17년간 끈끈한 우정을 이어온 사이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두터운 세 남자의 두터운 친분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계기는 다름아닌 ‘보험 사기’다. 


영업 실적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인철은 현태 엄마(이휘향 분)과 모의하여, 현태 엄마가 운영하고 있는 성인 오락실에 불을 내어, 거액의 화재 보상금을 받기로 일을 꾸민다. 하지만 일이 잘못 꼬여, 그 과정에서 현태 엄마가 사고로 숨을 거둔다. 





엄마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현태는 오락실에 불을 낸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지만, 엄마의 죽음에 인철과 민수가 깊숙이 개입되어있다는 사실은 미처 자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이다. 


돈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있듯이, 한 때 죽음도 불사하고 서로를 지키고자 했던 이 남자들의 진한 우정도 결국 돈 앞에 무릎을 꿇는다. 처음에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발상 자체가 불순했지만, 그래도 거액의 보상금을 노리는 현태 엄마도 흔쾌히 동의했고, 돈도 벌고, 평소 엄마의 오락실 운영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현태도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선한 목적이 있다고 한들, 범죄는 범죄다. 설상가상 보험 사기를 도모하던 중 현태의 부모를 죽인 인철, 민수, 그리고 이 두 친구를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던 현태는 결국 파멸을 맞는다. 


사소한 탐욕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만 세 남자의 이야기는 돈의 가치가 제일 중요시된 나머지,  인간이 응당 가져야할 상식과 최소한의 윤리 의식마저 희석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슬픈 그림자이기도 하다. 수십억의 보험금을 노리다가 결국 가담자 한명이 사고로 숨지고, 나머지 주모자도 서서히 망가지는 이 범죄 드라마에 수많은 관객들이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나쁜 목적을 가지고 일을 꾸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주요 캐릭터 중에는 자본이 주는 쾌락에 도취된 나머지 보험 사기를 계획하고, 나중에는 현태와 경찰, 보험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들통나지 않게 계속 일을 꾸미는 인철이 악인에 가까운 편인데, 그 역시 자신의 욕심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 수세에 몰리고 만다. 


자로 잰 듯이 선, 악을 구분짓기보다 의도치 않게 범죄에 빠져 추락하는 군상의 모습에 더 집중하고자 했던 <좋은 친구들>은 그래서 그 어떤 범죄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고도 밀도있는 공감대를 자아낸다. 





뜻하지 않은 범죄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게된 세 남자를 열연한 지성, 주지훈, 이광수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뚝심있게 이끌어나가는 이도윤 감독의 스토리텔링과 연출력이 일품이다. 작년 <감시자들> 조의석,김병서 감독,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에 이어 향후가 기대되는,  재능있는 신인 감독의 탄생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