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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피할 수 없는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 그럼에도 아직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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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SF 블록버스터라는 개념조차 명확히 잡혀있지 않던 시절. 만물의 영장이라고 일컫는 인간이 미래에 침팬지(유인원)의 지배를 받는다는 영화 <혹성탈출>은 그야말로 쇼크였다. 그 뒤로 46년 이상 총 8편의 시리즈물을 선보이며 SF 명작으로 꾸준히 사랑받던 전지전능한 유인원들이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으로 다시 팬들의 곁을 찾았다.





2011년 다시 리부팅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유인원임에도 불구 인간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시저(앤디 서키스 분)은 어느덧 유인원 무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연륜있는 리더로 성장한다. 반면 전편에서 유인원을 상대로 혹독한 실험을 가했던 인간들은 실험과정에서 돌연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서서히 종적을 감추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종족유지의 불씨를 살리고 싶었던 과학자 말콤(제이슨 클라크 분)은 위험을 무릅쓰고 유인원 무리가 거주하고 있는 서식지를 찾는다. 하지만 오랜 세월 서로에게 적대적 감정을 유지하고 있던 인간과 유인원이 공생하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1968년 개봉한 <혹성탈출>이 그랬듯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주제 또한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다.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무분별하게 희생되었던 유인원들은 인간을 증오한다. 유인원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고 멸종위기에 처해져있다고 굳게 믿는 인간들은 인간보다 지능이 높고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유인원이 두렵다. 


도저히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여지지 않을 것과 같은 인간과 유인원의 사이는 그래도 유인원의 삶을 존중하는 말콤과 인간과 유대관계가 높은 시저의 동맹으로 인해 조금씩 물고가 트여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거 인간에게서 받은 학대의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코바와 마냥 유인원을 경계하고 믿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결국 두 종족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인간과 유인원이 서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은 분명 인간의 오만함 때문이다. 그러나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는 탐욕에 눈이 멀어 스스로 자멸하는 인간들 외에도 막연한 증오와 출세 욕심에 같은 종족도 죽이는 유인원도 있다. 


물론 인간에게 우호적인 시저를 몰아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유인원 무리를 규합하는 코바에게는 악한 캐릭터가 될 수 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종족끼리 똘똘 뭉치며 평화롭게 살던 유인원이 인간처럼 각자의 이익을 위해 같은 종족까지 서슴지 않게 죽이는 빌미를 제공한 것 또한 인간이다. 멸종 위기임에도 불구, 인간 우월주의에 빠져 무조건 유인원을 응징하려고만 하는 어리석은 인간과, 서서히 인간처럼 폭력적으로 변하는 유인원에게 다가오는 미래는 파멸 뿐이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자하는 말콤과 시저의 두터운 신뢰는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의 꽃이다. 시저와 말콤이 손을 잡을 때마다 하는 단어 ‘Trust(신뢰)’. 미움과 증오. 욕심과 오해에 의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극단적 상황에 종종 처하는 우리 인간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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