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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꽃보다 청춘 3회. 윤상, 유희열, 이적이 보여준 뭉클한 배려와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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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47살의 윤상에게 페루 배낭 여행은 상당히 힘들어보인다. 평소 가족들과 여행도 자주 다니지 않는다는 그는 누구보다도 낯선 잠자리에서 자주 뒤척거리고 종종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신체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럼에도 윤상은 9박 10일의 다소 빡빡한 일정을 대부분 소화한다. 비록 약의 후유증 때문에 배변 활동이 다소 원활하지 않았고 설상가상 과거 잉카 제국의 수도 쿠스코로 가는 도중에 고산병때문에 고생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십년동안 함께 했던 친구이자 동생 유희열, 이적과 함께 하기에. 무엇보다도 아들들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어서 윤상은 용기를 내어 낯선 세계로 한 발자국 나아간다. 

지난 15일 방영한 tvN <꽃보다 청춘>을 통해 이전 시리즈인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보다 진화된 배낭여행을 보여주고 싶었던 제작진이 중년에 접어든 40대 뮤지션 친구들을 섭외한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세 명 모두 해외 거주 경험이 있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단번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첨단 문물에 익숙한 이 40대 뮤지션들은 그 흔한 캐리어와 별다른 사전 준비없이도, 큰 문제없이 알찬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유희열, 이적과 달리, 늘 큰 형 윤상이 걱정이다. 대한민국 가요사를 빛낸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낸 예술가답게 섬세하고도 예민한 윤상은 납치당하다시피 끌러온 페루라는 신세계가 두렵다. 그리고 평소 야외 활동보다도 음악작업을 위한 사색에 몰두한 탓인지, “함께 하자.”는 유희열과 이적의 제안에 돌아오는 윤상의 첫 마디는 언제나 “안 해.”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함께해야한다.”라는 유희열의 강경 모드에 마지못해 가방을 들고 터벅터벅 나서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들뜬 모습으로 앞장서서 걸어가는 이 남자. 우리가 알고 있던 근엄한 뮤지션 윤상은 온데간데 없고, 노점에 파는 길거리 음식과 아이스크림에 세상을 다 얻은 듯 함박웃음을 짓는 47세 소년 윤상이 우리 앞에 마주한다. 

 

 

 


50을 향해 가면서도, 여전히 수줍음 많고 여린 소년 감성을 가진 윤상에게 그동안 한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활동에 도전한다는 것은 적잖은 용기와 굳은 결심을 요한다. 원래 나이가 한 살 더 먹을 수록 무언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범위가 좁혀지기 마련이다. 

허나 가장 기본적인 물품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서울에 잠시 내려놓고 페루에 온 세 남자에게는 딱히 잃을 것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두려움과 위험 등을 따지기 이전 일단 지르고 보는 세 남자들은 페루에 와서야 처음으로 해본 일들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구토의 공포를 무릅쓰고 올라탄 경비행기에서 ‘나스카라인’이라는 지구 최고의 미스터리 절경에 감탄한 윤상은 비로소 아들에게 아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랑거리가 생겼다면서 뿌듯해한다. 비록 의식주 모든 면에서 지금껏 그가 거닐고 살았던 것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여행이라고 하나, 그 여행을 통해서 약도 조금씩 멀리하고 안해본 활동을 통해서 가장으로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윤상은 몰라볼 정도로 건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전보다 더 예민해졌다는 47살 윤상에게 16시간에 육박하는 장시간 고산지대 버스여행은 힘겹다. 결국 윤상은 고산병을 이기지 못하고 몸져 눕는다. 제 몸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상황. 그러나 윤상은 자신의 심각한 상태를 유희열과 이적, 그리고 스태프들에게도 비춰지지 않게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오히려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렸다는 자신을 탓한다. 

그러나 <꽃보다 청춘>. 그리고 누구보다도 윤상을 잘 알고 이해하는 유희열과 이적은 자신들보다 발걸음이 뒤쳐진 윤상을 재촉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이 계획한 무리한 일정을 탓하며, 아픈 윤상을 위해 더 빨리 뛰고, 더 많이 걷는다. 좋지 않은 컨디션 때문에 자신들과 함께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되레 짐만 된다며 자책하는 윤상이 더 힘들어 할 것이라면서 말이다. 

 

 

 


아픈 윤상을 뒤로하고 다소 무거운 발걸음으로 쿠스코 밤거리에 나온 유희열, 이적은 21세기 첨단 과학 기술로도 도저히 밝힐 수 없다는 잉카 문명의 신비 ‘12각돌’과 마주한다. 과거 잉카 제국을 정복했던 스페인은 잉카인들의 신전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성당을 지었지만, 스페인 문화와 잉카 문화가 혼합된 2014년 쿠스코를 찾은 유희열과 이적, 그리고 <꽃보다 청춘>은 과거 선조들이 일구었던 잉카 문명에 자긍심을 느끼고, 그 삶을 지키고자하는 쿠스코의 현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뜬금없이 셀프 촬영을 부탁하고 스태프 모두가 사라진 다소 황당한 상황 속에서도 프로그램 담당인 신효정PD가 회사 옮기고 처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도와줘야한다며 허허 웃으면서 흔쾌히 받아 넘기는 너그러움과 자신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 기사와 열쇠고리 파는 소녀에게 야박하기 굴기보다 그들에게 제 값을 지불하겠다는 여유까지.

 

 

 

 

함께 여행을 간 친구들과 스태뿐만 아니라, 낯선 페루에서 만난 현지인의 사정에 고개를 끄덕이며 너그럽게 미소짓는 윤상, 유희열, 이적은 직접 하는 이도, 보는 이도 한결 편안해지는 최고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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