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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괜찮아 사랑이야 11회. 수면 위에 드러난 13년 전 사건. 조인성 상처 치유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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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정신과 펠로우인 지해수(공효진 분)와 정신과 의사인 조동민(성동일 분),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수광(이광수 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답게 SBS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숱한 정신과 상담 사례가 등장한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장재열(조인성 분)도 침대가 아닌 화장실에서 누워야 잠이 오고, 몇몇 색깔에 집착하는 강박증 환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장재열의 진짜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강박증 증세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빼닮은 한강우(도경수/EXO 디오 분)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고 마치 옆에 있는 친구인마냥 천연득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종종 주먹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의붓 아버지 살해사건으로 13년 동안 옥에 갇힌 형 장재범(양익준 분)은 동생 재열을 진짜 범인으로 지목한 상태다. 


그래도 약간의 강박증이 있는 것을 제외하곤, 잘 생기고 인기 소설가로 돈 잘 벌고, 여자 많이 만나면서 잘 사는 줄 알았던 재열이 드디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지난 27일 방영한 11회에서 운전 중 순간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강우의 환상을 본 재열은 급히 핸들을 돌리다가 결국 사고를 낸다. 재열의 신속한 대처능력으로 재열, 해수가 다치는 교통 사고는 면했다. 하지만 그의 오랜 친구 양태용(태항호 분)은 재열의 정신분열을 목격하게 된다. 


재열의 눈에만 보인다는 한강우는 재열의 또다른 자아로 해석할 수 있다. 소설가 지망생인 강우는 의붓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신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강우에게 차갑게 굴었던 재열. 하지만 이제는 강우가 진심으로 걱정된다. 





이미 중학생 시절 ‘방어기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던 재열에게 강우는 자신의 끔찍한 악몽과 죄책감(의붓 아버지 살인사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런데 재열이 해수와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한 이후 강우의 그림자가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해수와 사귄 이후 재열은 이전과 달리 한층 밝아졌고, 한결 편안해보인다. 이쯤되면 마음의 상처와 병에는 ‘사랑’이 가장 특효약인듯하다. 왜 드라마 제목이 <괜찮아 사랑이야>인지 절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해수와의 달콤한 사랑만으로는 재열의 오랜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재열은 강우가 실존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는 그의 분열증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재열의 이상증세에 큰 충격을 받은 태용은 결국 동민에게 재열의 분열증을 알린다. 이미 재범과의 아미탈 인터뷰를 통해서 재열이 13년 전 의붓 아버지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일 수 있다는 단서에 접근한 동민은 본격적으로 재열의 근원적인 아픔에 접근하고자 한다. 





조인성과 공효진의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정신병을 가진 남자주인공의 존재는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은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다는 까칠함과 마음의 상처를 넘어, 정신분열까지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재열은 멋있고, 수많은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요소를 고루 갖춘 이상향에 가까운 남자다. 그리고 해수와 사랑을 나누는데 있어서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심각한 정신적 이상증세를 가지고 있지만,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일상 생활을 즐기는 장재열. 마치 성공한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즐거운 일상을 보는 것 같은 <괜찮아 사랑이야>에 재열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노희경 작가의 의도는 분명해보인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현대인에게 마음의 병은 더 이상 감추어야할 치부가 아니다. 





부인이 끔찍한 범죄를 당한 이후, 오랜 세월 그 아픔을 홀로 삭혀온 중년 남자의 고백을 들은 이영진(진경 분)은 “괜찮다.”는 남자의 말에 “괜찮은 일이 아니다.”면서 응수한다. 영진의 말을 들은 남자는 그제서야 참아온 눈물을 펑펑 흘린다. 사실을 자기 아내에게 몹쓸 짓을 한 괴한들을 죽이고 싶다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이들의 따뜻한 위로와 포옹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는 하나, 2014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나는 지금, 단순히 “괜찮다.”라고 넘어갈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어쩌면 장재열, 장재범도 아닌 제3자가 범인일 수 있다는 13년 전 살인사건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재범의 억울함과 재열의 정신분열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13년 전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는 일이다. 


다행히 재범과 재열 형제에게는 그들이 오랜 세월 울분을 기꺼이 들어주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물론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고 장재범의 원한이 쉽게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잠깐이라도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 필요하다. 다 안다고 하지만, 사실을 잘 모르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내는 노희경. 그래서 <괜찮아, 사랑이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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