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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미생. 워킹맘이 죄인이 되어버리는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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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방영한 tvN <미생> 5회에서 오상식(이성민 분) 과장은 장그래(임시완 분)과 안영이(강소라 분)에게 자신의 입사 동기이지만 먼저 차장이 된 선지영(신은정 분)을 소개하며, 자신보다 빨리 승진한 선차장의 능력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여자인 그녀가 차장이 되기까지 그리 녹록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선차장은 가히 원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는 여사원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롤모델이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오히려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며 동기보다 빨리 차장 자리에 오른 선차장은 워킹맘이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이상향이었다. 실제로 선차장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정확하고 빈틈없는 업무처리와 깔끔한 일마무리로 직장상사들은 물론, 부하 직원들에게도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슈퍼우먼 선차장 또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대 워킹맘 중 하나일 뿐이었다. 맞벌이를 하고 있고, 회사에서 남편과 똑같은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가사 대부분은 그녀의 몫이다. 집안일이야 남편이 조금씩 거들어준다고 하나, 매일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데려다놓고, 저녁 늦게서야 간신히 집에 데리고 오는 딸아이가 조금씩 신경쓰인다. 





과거와 달리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고, 자연스레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여성의 일과 가정의 균형적인 양립은 이 사회가 반드시 구현해야할 덕목이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무상 보육’과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된 여성에 대한 지원’ 등 공약이 강조된 것도 이러한 흐름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가 워킹맘에 대한 지원 혜택을 대폭 늘인다고 한들, 정작 실제 워킹맘들이나 혹은 예비 워킹맘들이 체감하는 바는 한없이 낮다는 것이다. 


원인터내셔널에는 선차장처럼 부하 여직원을 친동생처럼 다독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범적인 여자 선배도 있지만, 반면에 자원팀 마복렬 부장과 같이 여자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대착오적 인물도 있다. 그래서 마부장이 이끄는 자원팀은 원인터내셔널에도 촉망받는 엘리트가 들어가는 부서로 만인의 부러움을 사지만, 여자 사원들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는 악명높은 팀으로 정평이 나있다. 





당연히 마부장을 비롯한 자원팀의 마초들은 여자임에도 불구, 자신들보다 더 똑똑하고 능력있는 신입사원 안영이가 눈엣가시다. 그런데 선차장, 안영이 뿐만 아니라 이 자원팀 남자들의 눈에는 여자는 되레 회사에 민폐를 끼치고 틈만나면 성희롱으로 몰아세우는 귀찮은 존재로 단정짓는 듯 하다. 


그래서 툭하면 출산, 육아 휴가를 쓰는 여사원들이 원망스럽고 그녀들을 향한 폭언도 서슴지 않고 내세운다. 그럼에도 불구 선차장, 안영이를 비롯한 여사원들은 참을 수밖에 없다. 워킹맘이 죄인이고, 여자라는 이유로 들이대는 이상한 편견들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야하는 사람들. 아무리 여성 인권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신장되었다한들, 현실의 선차장과 안영이는 대놓고 보여지지 않지만 여전히 싸늘한 남사원들의 시선과 힘겹게 맞서야한다. 





직속 상관인 하대리에게 “여자는 이래서 안돼” 하는 모욕을 당한 안영이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닦기 위해 내려온 화장실에서 아이 때문에 발을 동동 굴리는 선차장의 맨얼굴을 보게된다. 선차장은 그녀의 10년 전 모습이었던 안영이에게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으면 결혼을 하지 말라는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젊은 세대에게 맞벌이가 당연시 여겨지고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이어가는 워킹맘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도무지 일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은 이 시대 안영이들은 결혼이 두렵다. 





설상 어렵게 결혼에 골인한다고 해도, 아이를 낳는 것도 사치가 되고, 부모님과 회사에 죄스러워해야하는 여자들. 오상식처럼 직장 여성의 고충을 잘 이해해주는 좋은 직장 동료, 상사를 만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더 힘들어하는 워킹맘들은 그렇게 회사, 가정 모두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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