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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거인. 김태용, 최우식이라는 작고도 큰 거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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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인>에서 가족을 뒤로 하고, 성당이 후원하는 청소년 보호시설인 ‘이삭의 집’에서 생활하는 열일곱 영재(최우식 분)은 신부를 꿈꾸는 반듯한 모범생이다. 하지만 영재는 남몰래 ‘이삭의 집’에 들어온 후원물품을 훔쳐 팔고 있었고, 자신의 절도가 ‘이삭의 집’ 원장 부부에게 발각되자 함께 사는 또래 친구 범태(신재하 분)에게 그 죄를 뒤집어 씌어 쫓겨나게 한다. 







큰 틀에서 바라보면 <거인>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삐뚤어져버린 한 청소년의 이야기이다.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창고에 들어가 후원 물품을 훔치는 영재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그러나 오롯이 영재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그것도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몸이 성치 않다는 이유로 큰 아들 영재에 이어 둘째 민재(장유상 분)까지 보호시설에 맡기려고 하는 무능력한 아버지 창원(김수현 분)은 자신의 가족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일찌감치 자신을 버린 부모를 등진 영재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스스로 자기 살 길을 모색해야만 했다. 그래서 영재는 원장 부부와 성당 신부의 신임을 얻기 위해 기어코 신부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탈하게 ‘이삭의 집’에 머무르는데 걸림돌이 될 만한 모든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자 한다. 


자녀 양육 책임을 회피하는 부모때문에 영악해져버린 영재의 아슬아슬한 이중 행각은 ‘거인’이 아니라 흡사 ‘괴물’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른들의 따뜻한 품이 필요한 어린 영재에게 사랑과 희망이 아닌 증오와 절망을 먼저 가르쳐준 세상 속에서 영재는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고, 영재를 둘러싼 숨막히는 상황들이 영재의 숨통을 조여오자 결국 영재는 꾹꾹 참아왔던 내면의 화를 폭발시킨다. 


아버지가 있는 집이 지긋지긋하다고 하나, 영재가 정말 돌아가고 싶은 곳은 아버지가 있는 집이었다. 그러나 영재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아버지는 기어이 동생마저 집에서 내보내고자 한다. 과연 영재가 마음 놓고 편안히 기댈 곳은 세상 어디에 있을까.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포기하려는 무기력한 부모와 나홀로 거친 세상과 맞서 싸워야하는 어른 아이의 슬픈 이야기.


24살, 국내 최연소로 지난 2010년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된 김태용 감독의 세상을 향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빼어난 연출과 선과 악 두 얼굴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불안한 청춘 그 자체가 된 배우 최우식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수작이다. 11월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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