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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국제시장.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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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이상 부산 국제시장에서 ‘꽃분이네’를 운영하는 윤덕수(황정민 분)는 자식들은 물론이거니와 아내 영자(김윤진 분)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고집불통 할아버지다. 국제시장 재개발과 관련, 가게를 내놓으라는 이웃 상인들, 자식들의 간곡한 청에도 불구, 도무지 ‘꽃분이네’를 내려놓지 못하는 덕수 할아버지에게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색즉시공>, <해운대> 윤제균 감독의 신작 영화 <국제시장>은 6.25 전후 세대에 태어나 가족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지만, 지금은 자식세대와 시시각각 의견 충돌로 가끔 ‘꼰대’ 소리 듣는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이다. 


1951년 1.4 후퇴 때 가족들과 함께 남한으로 피난가던 도중 아버지(정진영 분)과 여동생 막순이와 헤어진 어린 덕수는 그 때부터 아버지 대신 가족을 책임져야하는 가장이 되어야했다. 





선장을 꿈꾸었으나, 생계를 위해 학교까지 그만둔 덕수는 공부를 너무 잘해서 서울대에 입학한 남동생 승규의 학비를 벌기 위해 친구 달구(오달수 분)과 함께 서독 광부가 된다.



고된 탄광일과 고국에 대한 향수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덕수는 그곳에서 파독간호사 영자(김윤진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어엿한 가족을 일군다. 





하지만 단란했던 행복도 잠시. 덕수는 다시 가장이란 큰 무게를 짊어지고 생사가 쉽게 보장되지 않는 머나먼 베트남으로 떠난다. 


6.25 전쟁, 파독 광부, 간호사, 베트남전, 이산가족상봉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흐름을 관통하는 영화는, 역사의 거친 소용돌이에 휘말려 치열하게 살았던 한 남자의 일대기를 담담하게 조명한다. 피난 당시 어린 동생 막순을 구하기 위해 거친 바다로 뛰어들던 아버지를 그저 바라만 보아야했던 어린 덕수는,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 





덕수에게도 꿈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항상 가족이 우선이었던 한 집안의 가장에게 꿈을 이룬다는 것은 사치요, 늘 뒷전이었다. 그렇게 가족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는 언제나 뒤로 물러나있었다. 


그러나 매사 험난했던 인생에 좌절하지 않고, 맨몸으로 부닥치며 열심히 살아온 것만으로도 아버지의 인생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그저 우리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부모 세대들도 한 때 꿈이 있었고,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그들의 입장에서 부모 세대의 따뜻한 헌신을 잠시나마 떠올리게하는, 투박하지만 묵직한 힘이 있는 영화다. 12월 17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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