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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 한경수PD 인터뷰 "우리는 독립 다큐멘터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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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부터 TV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활동하던 독립PD들이 뭉쳐, 대한민국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내놓았다. 이미 올해 6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을 당시에도 영화제 상영작 중 유일하게 매진되는 등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29일 만에 (11월 27일 개봉)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블록버스터, 대작 홍수 속에서도 굳건히 선전 중이다. 지난 28일에는 올해 8월 개봉한 <비긴어게인>을 넘어 역대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만든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 PD는 나날이 신기록이 수립되는 상황에서도 초연함을 잃지 않는다. 지난 23일 서울 홍대 근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가 숫자로 평가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 PD는 지난 14일 CGV 독립 예술전용관 아트하우스 측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상영 횟수 축소를 요청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당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연일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던 터라 감독이 직접 상영을 줄어달라고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스스로 생각하는 모든 기록을 깼기에, 다른 독립, 다큐 영화들과의 공생을 위해서 CGV 아트하우스 상영 축소를 자발적으로 요구한 진모영 감독은 스스로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고, 애초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흥행을 기대하고 예상하고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받은 작품이기에, 최소한 손익분기점을 넘어, 향후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방향에 있어서 좋은 선례를 남겨야한다는 책임감이 뒤따랐다고 토로한다. 다행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웬만한 상업 영화 못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고, 진모영 감독, 한국 독립 영화계가 바라던 대로 투자 기업과 필름 메이커가 상호 공존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었다. 


기업의 투자에도 불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진모영 감독의 고유 색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만의 영화로 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히 감독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주) 대명문화공장과 CGV 아트하우스의 통 큰 결정이 뒤따랐기 때문. 상업적인 성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작품 자체만을 바라보고 작품의 힘을 믿은 기업들의 결단이 있었기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진모영 감독, 한경수 PD는 입을 모은다. 





작품 하나만 보고, 투자에 참여했다는 (주) 대명문화공장의 사연처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다큐멘터리 영화다. 잘 알려졌다시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2011년 방영하여 화제를 모은 KBS 1TV <인간극장-백발의 연인>을 영화판으로 재편집한 결과물. 


1990년대 후반부터 독립 다큐멘터리PD로 활동한 진모영 감독을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끈 인물은 2013년 12월 작고한 고 이성규 감독. 고 이 감독이 직접 제작, 연출, 각본을 맡은 <오래된 인력거>(2011), 고인의 유작이자, 진모영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은 <시바, 인생을 던져>(2013)을 언급하며 자신들은 고 이 감독이 힘들게 개척한 길을 따라왔다고 소개한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PD는 고 이 감독이 생전 그토록 원하던, 독립 다큐멘터리도 일반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꿈을 대신 이루어주었다. 





감독이 연출, 각본, 촬영,편집 심지어 녹음까지 혼자 도맡는 독립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 거액이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극영화 못지 않은 극적 완성도와 영상미를 보여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감독 혼자 제작 전반을 총괄하는 시스템임에도 불구, 작품에 높은 완성도를 기하는 것을 두고, 진모영 감독은 “방송사 시스템에 의해 오랜 시간 훈련된 결과”라고 한다. 시청률을 중시하는 방송 시스템 상,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카메라에 담고자 노력했고, 방송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모든 것을 혼자 하면서도 일정 이상의 퀄리티있는 영상물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또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IDFA) 등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 피칭 공모에 해마다 지원한 것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비 펀딩은 물론, 사전 마케팅, 스토리텔링 개발 및 구축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후문. 





순수한 기록을 위한 다큐멘터리와 대중들에게 공감을 사려는 다큐멘터리는 각각의 스토리텔링과 만듦새가 달라야 한다는 진모영 감독은 다큐멘터리 PD가 대중들과 소통을 하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건의 진실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대중들과의 소통을 고려해야하며, 무엇보다도 관객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닌, 관객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고 재미를 느껴야한다고 한다. 보다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 단계별로 엄격한 기준으로 피칭 지원작을 평가하는 해외 피칭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소통’을 중시하는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PD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큐멘터리로 이야기하고자하는 접근법을 늘 고민하고, 다큐멘터리로 사회, 정치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큰 주제와 이야기하는 바는 사람 이야기로 녹여내는것이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진모영 감독. 그가 만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속 조병만 할아버지, 강계열 할머니 이야기가 점점 각박해지고 피폐해지는 사회에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것도, 단순히 흥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진모영 감독의 남다른 시선과 소신이 있었다. 





하지만 진모영 감독은 오로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같은 휴먼 다큐멘터리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계속 늘 해오던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것이라는, 진모영 감독, 한경수PD가 독립 다큐멘터리 역사를 개척한 고 이성규 감독의 뜻을 받들여 묵묵히 걸어갈 새로운 길에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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