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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빅히어로, 엑스마키나. 두 영화가 보여준 인공지능로봇 시대의 상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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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넷째주, 인공지능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가 동시에 한국 관객을 찾았다. 





20일, CJ CGV 아이맥스를 통해, 개봉일(21일)보다 앞서 국내 관객에게 선공개된 <빅히어로>는 마블 코믹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다. <아이언맨>, <어벤져스>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히어로 액션블록버스터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마블과 <겨울왕국>으로 애니메이션 종가의 자존심을 세운 디즈니의 첫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 한국계 배우 다니엘 헤니가 주요 배역 더빙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빅히어로>에 이어 21일 국내 관객을 찾은 <엑스마키나>는 유니버설 픽쳐스가 제작한 SF 영화다. <어바웃타임>으로 국내팬에게도 친숙한 돔놀 글리슨, <인사이드 르윈>의 오스카 아이삭, <퓨어>, <로얄 어페어>, <안나 카레니나>에 출연한 스웨덴 출신 여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주연을 맡았다. 전체관람가인 <빅히어로>와는 달리,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빅히어로>, <엑스마키나> 모두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인간 못지않게 똑똑한 로봇을 바라보는 각 영화의 시선은 판이하다. 


<빅히어로>에서 주인공 히로의 형 테디에 의해 건강도우미 로봇으로 개발된 베이맥스는 마시멜로를 연상케하는 토실토실한 몸매를 자랑한다. 반면 <엑스마키나>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연기한 에이바는 육감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여성 A.I.(인공지능로봇)이다. 그녀의 창조자 네이든(오스카 아이삭 분)의 의도대로 웬만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우월한 두뇌와 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빅히어로>, <엑스마키나>의 A.I 모두 인류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라고 하나, 그들 각각이 걷는 길은 전혀 다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개발된 베이맥스는 비록 히로에 의해 전투용 로봇으로 업그레이드 되지만, 인류를 이롭게 한다는 태생 목적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반면 창조자 네이든의 삐뚤어진 욕망으로 빚어진 에이바는 네이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얼마든지 폐기처분될 수 있다는 불안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에이바는 그녀가 갇힌 네이든의 성을 탈출하기 위해 타고난 두뇌와 매력을 발산하며, 자신을 테스트하는 칼렙(돔놀 글리슨 분)을 유혹한다. 





로봇 히어로물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사춘기 소년과 로봇의 우정 이야기에 가까운 <빅히어로>는 대부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주인공이 그 과정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다는 해피엔딩을 담았다. 하지만 <엑스마키나>가 보여준 충격은 예상 가능하면서도 섬뜩하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로봇이 인간을 압도한다는 줄거리는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엑스마키나>의 에이바가 그 어떤 영화 속 A.I.보다 오싹하게 다가오는 건, 에이바야말로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의해 탄생된 총체적 결합체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로봇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지금. <빅히어로>, <엑스마키나>처럼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는 우리의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로봇을 만든 인간들은, 계속 로봇들의 능력치를 끌어올린다. 똑똑한 로봇이 대거 발명된 덕분에, 우리 인류의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로봇들이 역으로 인간을 지배할 수 있고, 인류의 종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위기론적 시각도 제기된다. 





비록 <빅히어로>에서 히로가 만든 ‘마이크로봇’이 한 어른의 일그러진 복수심에 의해 악용되긴 하였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의해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로봇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엑스마키나>가 보여준, 인간과 A.I.의 공존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로봇인 에이바에게 세상과 사람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가르쳐준 이는 그녀를 만든 네이든이다. 


세상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게하고자 하는 목적에 의해,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한 느낌을 안겨주게 개발된 베이맥스와 세상에 나와 적응하는 순간 내내 자신을 언제라도 죽일 지 모르는 인간에 대한 탈출, 복수만을 꿈꾸었던 에이바. 두 인공지능 로봇의 엇갈린 운명. 비록 인간보다 더 똑똑한 로봇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다뤘다고 하나, 말하고 싶은 바는 상반되게 달랐던 두 영화가 인공지능로봇 개발을 둘러싼 양극화된 반응처럼 마냥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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