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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압구정백야. 임성한 작가라고 믿을 수 없었던 평온했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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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임성한 작가의 은퇴작이라고 알려진 MBC <압구정 백야>가 149부작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화엄(강은탁 분) 집안의 반대로 인해, 자살소동까지 벌이면서 산 속 암자로 들어간 백야(박하나 분)는 화엄과 결혼 이후 딸을 낳으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친엄마 서은하(이보희 분)와 극적으로 화해한 백야는 사이가 뒤틀어졌던 친구이자 손아래동서 육선지(백옥담 분)과도 관계를 회복한다. 


등장 인물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고 훈훈한 마무리. 하지만 임성한 드라마의 엔딩이라고 하기엔 이질적이고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평범했던 엔딩과 달리 <압구정 백야>가 드라마 진행 내내 보여줬던 행보는 예사롭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친모에 대한 복수심에 그녀의 양아들 조나단(김민수 분)과 결혼한 백야는, 식을 올린 지 하루만에 허무한 이유로 남편을 잃고 만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화엄과 어렵게 결혼을 결심하지만 화엄의 부모님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급기야 자살소동을 벌인다. 


역시 임성한 작가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특하면서도 괴기한 이야기는 <압구정 백야>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듯 했다. 조나단의 죽음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징계조치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전작들에게서 받았던 충격이 강렬했던 탓에, 온갖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함에도 불구 <압구정 백야>는 그리 놀랍지 않은 전형적인 임성한표 드라마였다. 


몇몇 캐릭터 설정과 인물 관계에 있어서 임성한 전작을 보는 듯한 ‘자기복제’도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린 요소 중 하나다. 여주인공이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친모의 며느리가 된다는 소재는 이미 SBS <하늘이시여>에 등장한 내용이었고, 오빠와 남편 모두 갑작스런 사고로 하늘 나라로 보낸 백야의 비극적인 운명은 전작 MBC <오로라 공주>의 오로라(전소민 분)과 오버랩된다. 


방통위 징계를 의식해서 그런지, 임성한 작가 스스로가 수위를 낮춘 점도 없지 않았다. 종영을 앞두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았던 전작 <오로라 공주>와는 달리, <압구정 백야>에는 초중반 백야 오빠 백영준(심형탁 분), 조나단 외에 비명횡사하는 등장 인물을 최소화시킨다. 백야의 자살시도가 극적 긴장감을 높이긴 했지만, 백야가 화엄이가 결혼을 한 이후에는 모든 것이 순탄하게 돌아갔다. 


가히 임성한 드라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던 전개. 매 작품마다 파격적인 소재와 극단적인 이야기 구성으로 입방아에 오르던 임성한 작가의 마지막 이야기는 요즘 방영하는 여타 일일 드라마에 비교해봤을 때도 상당히 평범했다. 





은퇴선언 이후,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인만큼, 따뜻한 이야기로 자신의 작가 인생을 마무리 짓고 싶어서였을까. 지극히 평범했고 무난했던 엔딩이기에 오히려 더 큰 파격으로 다가온 <압구정 백야>는 작가의 은퇴선언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임성한 드라마의 마지막을 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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