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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심야식당. 세상 모든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따뜻한 밥 한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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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만화를 드라마로 옮겨 큰 사랑을 받은 <심야식당>이 극장판으로 국내팬들을 찾았다. 참고로 <심야식당>은 김승우 주연으로 27일 SBS에서 한국 드라마 버전으로 방영예정이다. 





쿨하면서도 인정많은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 분)의 뛰어난 요리솜씨 덕분에 항상 문전성시인 ‘심야식당’에 누군가가 의문의 납골함을 놓고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언제나 그랬듯이 ‘심야식당’에는 마스터에게서 자신만의 특별한 음식을 찾는 손님들의 사연이 이어진다. 


시즌3까지 이어진 많고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극장판으로 추스린 <심야식당>은 최소한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일본의 현실을 돌아보고자 한다. 한 때 돈많은 노인의 세컨드였던 여자에게 푹빠진 초식남과 돈이 없어 길거리를 전전하다가 우연히 마스터의 일을 도와주게된 젊은 여성의 사연까지. 마치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관계, 주택 구입까지 포기했다는 한국의 오포세대를 보는 것 같은 씁쓸한 이야기가 이어지던 <심야식당>은 2010년대 일본사회를 규정하는 대재앙 ‘도호쿠 대지진’과 직면하게 된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는 청년들의 녹록지 않은 삶에 이어, 쓰나미로 아내를 잃은 슬픔을 미모의 자원봉사자에게 기대어 극복하고픈 중년 남성의 애잔한 희망고문으로 바라본 일본은 ‘희망이 사라진 곳’이다.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부터 경제 성장 둔화, 극심한 취업난으로 골머리를 앓던 일본은 2011년 3월 11일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고, 도호쿠에서 시작된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동안 일본 전역을 절망과 고통에 빠트렸던 ‘도호쿠 대지진’은 이후 제작된 수많은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상당수의 영화, 애니메이션이 대재앙으로 깊은 시름에 빠진 일본 사회를 위로하면서, 힘든 시기를 딛고 상처를 극복하자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간 마스터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해오던 <심야식당>도 이 물결에 합류. <심야식당>만의 방식으로 ‘도호쿠 대지진’으로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어야했던 주민들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되고자 한다. 





손님들의 이야기에 일일이 귀담아 들어주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 마스터는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식당 문을 두드리는 손님들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가 손님들에게 해주는 최고의 서비스는 아무런 말없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주는 것. 대신, 손님이 음식을 먹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게하고, 아무리 희망이 사라졌다고 한들, 그럼에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안겨준다. 그리고 매일같이 식당에 들리는 단골손님들이 친근한 말동무가 되어주니 ‘심야식당’에 오는 것만으로도 세간에 지친 심신을 위로받을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야식당> 시리즈와 함께 음식 치유 드라마로 각광받은 <고독한 미식가>의 명대사처럼 누구에게도 방해되지 않고, 먹고싶은 것을 먹는 자신에게 주는 포상, 이 행위야말로 현대인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 행위일지도 모른다. 





과거 일본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하는 요리와 먹는 장면을 보며 대신 위안을 삼았던 한국 시청자들은 이제 TV만 키면 물밑듯이 쏟아지는 수많은 ‘푸드 포르노’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한 때, 음식 치유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던 일본이 그랬듯이, 어쩌면 ‘오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2015년 한국 사회가 유독 ‘먹방’과 ‘요리’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도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봄으로써, 상식과 원칙이 사라진 시대, 극한 생존경쟁에서 받은 상처를 잠시나마 치유하고자하는 일종의 몸부림은 아닐까. 


도쿄 번화가 뒷골목을 지키며, 오랜 시간 일본인들의 따뜻한 벗이 되어주었던 ‘심야식당’. 일본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식당은 오늘도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로 수많은 사람들의 말못할 사연을 함께 나누며 활발히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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