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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감동적인 쿡방에 숨겨진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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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 당시 정부는 외화 획득과 우방들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서독, 월남(현 베트남), 중동 등지에 대대적인 인력 수출을 단행하였다. 그 이후에도 사업, 유학 등 각각의 이유로 수많은 한국인들이 고국을 등지고 머나먼 나라로 향했다. 당시 정부는 <대한뉴스>를 통해 낯선 이국땅에서 한국 특유의 근면 성실함으로 국위 선양과 조국 근대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해외 근로자, 장병, 동포들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해외 근로를 장려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다른 형태의 인력수출이 있었다. 1954년 전쟁 고아를 해외로 보낸 이래,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 해외 입양 사업이다. 


2주 전 MBC <무한도전-배달의 무도>에서 정준하가 찾아간 가봉 대통령 경호실장 박성철씨, 그리고 다음주 방영 예정인 서독 광부, 간호사가 60-70년대 정부가 적극 장려했던 인력수출의 케이스라면, 지난 29일 방영한 미국 해외 입양아 케이스는 조국 근대화의 찬란한 영광에 가려진 대한민국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낸다. 


이역만리 타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그리운 고국의 맛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세상 어떤 진귀한 요리도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비할 수가 없다. 그런데 <무한도전-배달의 무도>는 단순히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배달해주는 차원을 넘어, 이런저런 이유로 고국을 떠났지만, 그곳에서 성실히 새로운 터전을 일구어 살아가는 교포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사연 어머니 혹은 아내가 준비한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먹방과 쿡방의 뭉클한 콜라보레이션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유재석이 방문한 미국 편은 허를 완전히 찌른 반전을 선사한다. 출산을 앞둔 사연의 주인공 선영씨를 위해 그녀의 친어머니가 만든 음식들을 전달한 유재석은 한국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른다는 선영씨에게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겠다면서, 문 밖으로 그녀를 유인한다. 


전편의 정준하, 박명수가 그랬던것처럼 방송에서 도통 볼 수 없었던 유재석의 쿡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에 눈시울을 붉혀야만 했다. 사정상 선영씨를 찾아갈 수 없어  <무한도전>을 통해 대리 배달을 부탁했던 선영씨의 가족들이 선영씨의 집을 직접 방문하여, 딸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그녀의 양아버지와 함께 오손도손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무한도전>은 그 어떤 쿡방, 먹방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던 감동을 채워준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전히 애타게 친부모를 찾는 입양인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 중인 입양 현실에 주목한다. 





입양아들과 양부모들이 함께 한국 문화를 배우는 모임에서 만난 한 소녀는 한국에 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나는 유재석의 질문에 친부모와 위탁모를 만나고 싶다하면서 금세 속상해하며 울먹인다. 그리고 유재석은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밥을 만들며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OECD 가입국임에도 여전히 아동수출대국으로 불리우는, 부끄럽지만, 결코 피해서는 안되는 이야기.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다수 방송이 일제히 일제 지배와 전쟁 폐해를 딛고 근대화에 성공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찬란한(?) 미래를 논하는 사이, <무한도전>은 머나만 이국땅에서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사람들과 이 나라가 품어주지 못한 아이들의 아픔 속으로 들어간다. 





다음주에 방영할 서독 광부, 간호사들과의 만남. 그리고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늦었습니다.” 한 마디로 서문을 연 하시마섬의 숨겨진 강제징용의 비극까지.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공식적인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진짜 역사를 찾아가는 <무한도전>의 여정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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