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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우토로 마을 찾아간 무한도전. 광복 70주년 꼭 필요한 특집 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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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영화 <침묵의 시선>에서,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정권 대학살 당시 형을 잃은 아디는 자신의 형을 죽은 가해자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수십년 전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을 자랑스러워하던 가해자들은 그 때의 일을 거론하는 아디의 질문에 “어디까지나 지난 일”임을 운운하며, 더 이상 묻지 말 것을 강요한다. 





프로그램 10주년, 그리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해외 동포들에게 음식을 배달해주는 특집을 기획한 <무한도전-배달의 무도>(이하 <무한도전>)은 지난 5일 방영분에서 가봉, 칠레, 미국, 남극세종기지에 이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당했던 후손들이 모여사는 우토로 마을로 발걸음을 향한다. 일본에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곳곳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토로 마을을 찾아간 이유는 명확했다.


우토로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된 군국주의의 피해자들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들에게 보상과 사과는 커녕, 불법 점거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강제 철거 명령을 내린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한국 시민단체와 몇몇 시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도와준 덕에 어느정도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개발의 논리에 밀려 2년 뒤면 우토로 마을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한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한 이후에도, 돈이 없어서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우토로 마을 주민들에게 우토로 마을은 그들의 또다른 고향이며, 삶의 터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일본 정부의 차별과 냉대 속에서도 조국 대한민국을 잊지 않으며, 지난 70년간 꿋꿋이 척박한 환경을 지키고 일구어 살아왔다. 


일제에 의해 고향을 떠나 강제 노역에 종사하였지만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평생 가난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야했던 우토로 마을 주민들은 1963년 오시마 나기사 감독작, <잊혀진 군대>의 상이 한국인 병사들을 연상시킨다.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정당화시키는데 열중하지만, 정작 진상 규명 앞에서는 “지난 일”을 운운하며 회피하는 일본의 태도는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 속 대학살 가해자들과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죽음과 전쟁의 상처는 있지만 책임은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피해자들은 은연중 강요된 침묵을 지켜야만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했다고 한들, 일본의 진정한 사과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일제 식민잔재가 말끔히 청산되지 않은 탓에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이 겪은 트라우마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이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의 폭발적인 흥행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하물며 일제 군국주의의 직접적인 피해자이며, 그 이후에도 한국, 일본 어느 곳에서도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힘겨운 나날들을 이어나가야했던 우토로 마을 주민들의 과거를 그저 가슴아픈 지난 일로만 흘려보낼 수 있을까. 


이제 2년 뒤면 그동안 살았던 우토로 마을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리기 위해 마을을 찾은 <무한도전> 유재석과 하하는 주민들 대부분의 고향인 경상도, 전라도 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민들에게 대접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일제 식민지배가 만든 아픈 역사의 산증인 우토로 마을과 주민들을 기억하게 한다. 





역사 교과서가 응당 가르쳐주어야했으나, <무한도전>으로 인해 더욱 자세히 알게된 이야기. 이제야 알게 되어서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에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게 만드는 우토로 마을과 다음주 <무한도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거론될 하시마섬은 결코 잊어서는 안되며, 평생 기억하고 되새겨야할 역사다.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도 회피하지 않는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시의적절한 물음을 제시한 <무한도전>은 광복 70주년 꼭 필요한 의미있는 특집을 보여주었고, 잊지 못할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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