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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완생을 향해 달리는 축구 미생들의 각본없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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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시작의 계기는 한 유럽 구단의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의뢰였다. 한국인 기업가가 인수하여 화제를 모은 벨기에 축구 클럽 ‘AFC 투비즈’가 현재 KBS2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을 연출하고 있는 최재형PD에게 자신의 구단에 데려갈 우수한 축구 인재를 한 두명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 것.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았고, 팀스포츠인 축구에서 1등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최재형PD는 대신 집단이 함께 도전하고, 그 실력을 세상에 선보이는 외인구단 형식의 프로그램 제작을 기획한다. 그리고 여기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 등 역대급 국가대표 출신들이 힘을 합하여 오늘날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이 탄생하였다. 


<청춘FC>를 보자면, 종목은 다르지만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만화를 원작으로, 1986년 이장호 감독이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을 만들기도 했다)을 보는 듯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축구를 그만둔 청춘들이 안정환, 이을용이라는 좋은 지도자를 만나 축구선수로 차츰 모양새를 갖춰가는 모습은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한 tvN 드라마 <미생>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청춘FC>를 두고 ‘축구계의 외인구단’ 혹은 축구 미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때 축구선수를 희망했지만, 형편상 그 꿈을 포기해야했던 선수들에게 다시금 축구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청춘FC>는 분명 의의가 있다. 


그리고 <청춘FC>에는 축구 미생들에게 그라운드를 활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외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뒤에서 살뜰히 챙기는 ‘츤데레’ 지도자 안정환의 이야기가 있고, 안정환을 도와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또다른 감독 이을용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축구선수로서 오랜 절친인 두 사람이 만드는 찰떡 케미도 프로그램에 빠질 수 없는 재미 요소다. 





그러나 <청춘FC>가 가장 공을 들이는 장면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오랜 기간 축구를 쉰 만큼, 현재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또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의 기량이나 경험이 한층 부족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안정환, 이을용의 세심한 지도 하에 나날이 실력이 향상해가는 <청춘FC>는 조금 느리지만, 웬만한 축구팀들과 겨뤄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한걸음씩 천천히 내딛는 중이다. 


아직은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에게 더 많이 배우고 기량을 가다듬어야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펼치는 경기 내용이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심지어 지난 12일 방영분에서는 프랑스 2부 리그 낭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음에도 상대팀의 거친 플레이, 심판의 편파, 왜곡 판정으로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허나 이 또한 축구 선수라면 응당 헤쳐나가야할 관문이라는 점에서 <청춘FC>는 선수들이 겪는 희망과 절망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 예능임에도 불구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다큐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타 스포츠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본없는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4.5%(9/12일, 닐슨 코리아 기준)이라는 다소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 상당한 마니아 층을 자랑하는 <청춘FC>는 지난 1일 K리그 챌린지 소속 서울이랜드FC와의 평가전에서 무려 수천관객을 동원하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기도 하였다. 시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프로그램을 4회 더 연장하기도 하였다. 





물론 <청춘FC> 이후 대부분 선수들의 진로에 대해서 비관적인 현실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형편상 축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축구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일 지도 모르는 지금 이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후회없이 달리는 선수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프로그램 존재의 이유가 충분하며, 2015년 실사버전 외인구단은 계속 이어져야한다. 


한편 안정환, 이을용의 헌신적인 지도 하에 다시 축구 선수에 도전하는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로 매회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KBS2 <청춘 FC 헝그리 일레븐>은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25분 방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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