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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멤버들의 특별한 하루가 보여준 청춘들의 고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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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연예인들이 일주일간 만원으로 생활하게하는 MBC <만원의 행복>이 있었다. 지난 19일 <무한도전>이 멤버들에게 하루동안 쓸 수 있는 비용으로 책정한 것도 만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동안 만원으로 버텨야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원의 행복> 속 연예인들보다 더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 배달의 무도 등 대형 프로젝트를 쉴틈없이 이어온 터라 피로가 누적된 멤버들을 위해 <무한도전>은 자유여행 특집을 기획한다. 멤버들이 이행해야할 스케줄은 이미 지난 3월부터 스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진 생활계획표에 의한다. 여주의 한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고픈 박명수를 비롯,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배드민턴을 치는 등 비교적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던 유재석, 정준하, 하하와 집에서 온종일 잠을 자며 쌓인 피로를 풀고 싶었던 정형돈. 하지만 이들에게 허락된 돈은 고작 만원. 영화 감상은 고사하고, 밥 한끼 여유롭게 먹기 빠듯한 돈이다. 


해야할 일은 많은데 주어진 돈은 만원이니, 이들은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애를 쓴다. 우여곡절 끝에 극장에서 영화보기는 제작진 측이 알려준 통신사 할인카드 혜택을 십분 이용했으나, 식사는 편의점,시식코너, 어르신들이 자주 가는 국밥집에서 해결해야했다. 만원가지고 여주로 가야했던 박명수는 차비를 해결하는 것조차도 충분치 않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는 단 하루 수행하는 미션이라고 하나, 적지않은 20-30대 청년들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린 녹록지 않은 하루가 펼쳐지는 순간, <무한도전>은 지난 ‘배달의 무도’ 에 이어 현실 고발 르포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배달의 무도’와는 달리 정준하를 깜짝 속인 유재석의 재치가 강조되는 등 예능으로 풀고자하는 시도가 엿보이긴 했지만, 밥 한끼 제대로 먹는 것도 힘든 ‘N포세대’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든 한 회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콕행’을 선언한 정형돈의 선택이 탁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하루종일 집에 콕 박혀 잠만 자야했던 정형돈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가 짜놓은 계획표에는 ‘외출’이 없었기에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던 정형돈은 잠을 자고 먹고 또 자는 무료한 하루를 이어가야했다. 이 또한 정형돈에게는 하루동안 겪는 해프닝이지만, <무한도전>은 계속 집에 있어야했던 정형돈을 통해 외출을 하고 싶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자연스레 집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는 청춘들의 현실까지 끄집어낸다. 





먹고 즐길거리는 많아졌다고 하나, 상당수 청년들의 삶의 질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지금, 잠시나마 ‘N포세대’의 일상을 체험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인들에게 빌붙거나 혹은 동료를 속여 부족한 돈으로 하루를 어떻게든 영위한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인 <무한도전>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나름 밖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유용한 팁을 몇 가지 알려준다. 하지만 이 또한 어쩌다 한 번 가능한 일이지, 언제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청춘들에게는 그 또한 사치일 뿐이다. 





<무한도전>은 보여주고, 들려준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부모 혹은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야만 하루를 그럭저럭 보낼 수 있는 ‘N포세대’의 일상을, 하루하루의 삶을 이어나가기도 버거운 나머지 다른 꿈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묻는다. 청년들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고통과 좌절이 당연시 되어버린 사회를.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단순히 웃음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10주년을 맞은 프로그램으로서의 책무까지 생각하는 <무한도전>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오늘날의 청년들의 현실을 포착하고,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출연진들이 하루동안 즐기는 자유여행도 <무한도전>이 다루면 다른, 이것이 10년 <무한도전>의 힘이요, 동시대 대중들과 함께 웃고 울을 수 있는 공감능력이 탁월한 그들만의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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