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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춘희막이. 얄궂은 인연으로 맺어진 두 할머니의 특별하고도 따뜻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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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개봉한 <춘희막이>는 여러 면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비견된다. 이미 TV에 방영된 방송 다큐멘터리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 노인 커플이 등장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을 제작한 한경수PD가 프로듀서를 맡기도 하였다. 





이래저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지만, <춘희막이>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결을 달리하는 영화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평생 열렬히 서로를 사랑해오던 남녀가 죽음으로 인해 슬픈 이별과 마주한다는 비극적인 드라마를 담아낸 반면, <춘희막이>는 각각 본부인과 씨받이인 두 여인이 오랜 시간 함께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부부인만큼, 함께 사는게 당연했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달리 <춘희막이> 할머니들의 동거는 굉장히 특별하다. <춘희막이> 박혁지 감독이 무려 2년(총 제작기간 4년) 동안 두 할머니를 촬영하게 된 계기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얄궂은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라 할지라도, 두 할머니가 함께 보내는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고요하다. 가끔 큰댁 최막이 할머니보다 훨씬 어리면서 더 등이 굽어있고, 신체 나이보다 지능이 어린 작은댁 김춘희 할머니 때문에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별 일 아닌 것처럼 지나가곤 한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젊은 커플 못지 않게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노부부와는 달리 <춘희막이>의 막이 할머니는 춘희 할머니에게 마냥 살갑게 굴지 않는다. 때로는 매몰차게 춘희 할머니를 대하곤 한다. 





영화 오프닝에서 명시되었다시피, 씨받이가 아이를 낳으면 돌려보냈다는 당시 시대 풍습상, 본부인인 막이 할머니가 씨받이인 춘희 할머니를 거두어야할 의무와 책임은 없었다. 그러나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던 막이 할머니는 나이만 먹었지 지능은 유아기에 머물러있는 춘희 할머니를 46년간 보살핀다. 


겉으로는 춘희 할머니에게 냉정한 듯 하지만, 자기가 죽은 이후 춘희 할머니의 미래까지 걱정하는 막이 할머니는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를 보여준다. 큰댁 막이 할머니를 친엄마처럼 따르는 춘희 할머니는 막이 할머니가 자신의 곁에 없는 날을 한시도 생각한 적이 없다. 





두 아들을 연달아 잃고, 결국 씨받이를 들어야만했던 막이 할머니와 형편상 남의 집 씨받이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춘희 할머니는 모두 과거 대표적인 가부장제와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된 악습의 피해자이다. 그러나 <춘희막이>는 ‘씨받이’를 당연하게 여겼던 과거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닌, 두 할머니가 함께 의지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넌지시 카메라에 담는다. 


‘큰댁’과 ‘작은댁’으로 규정되는 ‘잘못된 만남’이었지만, 46년을 함께 산 지금은 떼레야 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버린 두 할머니의 이야기.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독특한 사연도 따뜻하게 만드는 춘희, 막이 할머니의 특별한 동행이 오래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게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춘희막이>를 위해 새로이 만들었다는 피아노 선율이 영화가 전하는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9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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