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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청춘FC 거듭되는 좌절에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청춘에게 보내는 따뜻한 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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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축구 선수가 있다. 어릴 때부터 공차기밖에 몰랐던 소년은 줄곧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한 길을 걸어왔고, 빠듯한 집안 살림에도 불구 축구 강국 브라질로 유학을 떠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유명 축구 선수가 되어 고생하는 홀어머니를 편안히 모시고 싶다는 속깊은 효자의 꿈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K리그 3부리그 소속 서울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선수는 KBS2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의 문을 두드렸고,  ‘청춘FC’ 선수로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좀처럼 오지 않았던 기회를 잡은 선수는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사력을 다해 달렸다. 


그토록 갈망하던 꿈이 이루어질려던 찰나, 불행히도 다리 부상이 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았던 선수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지난 10일 <청춘FC> 14회에서, 앞으로 남은 ‘청춘FC’ 2경기를 앞두고 부상으로 하차를 한 오성진 선수 이야기이다. 





우여곡절 끝에 ‘청춘FC’에 합류한 선수들이 축구를 포기하게된 대부분의 사유는 부상이다. 누구 하나 절박하지 않은 선수없고, 포지션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다 축구 선수라는 같은 꿈을 꾸며 달리는 ‘청춘FC’ 선수들에게 과거 그들의 발목을 여러 번 잡았던 이유와 또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꿈에서도 만나기 싫은 악몽이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고 한들, 생각지도 못한 불행으로 그간의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청춘FC’ 선수들은 열심히 달리고,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도 불안하다. 행여나 이게 끝이 아닐까. 다시 ‘청춘FC’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있지만, 두려운 마음은 쉽게 감추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고, 결국 오성진 선수가 중도 하차하였다. ‘청춘FC’ 선수들 중에서도 눈에 띄게 열심히 하는 선수였고, 섀도 스트라이커로 팀 내에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하는 선수였던만큼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실망감이 큰 사람은 오성진 선수이지만, 그럼에도 오성진 선수는 자신에게 닥쳐온 비극적인 현실을 애써 웃으며 의연히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리고 오히려 아들의 부상에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다독이며, 아주 잠깐이면 된다고, 자기는 괜찮다고 위로한다. 


“이게 끝이 아니잖아요.” 


얼마 전 작년 제9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 상영한 독일영화 <피들스틱스>를 보았다. 영화 배경으로 등장하는 마을 어른들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렇듯이 아이들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맞춰 통제하고 길들이고자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이 통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이 힘을 들여 만들고, 일구어 놓은 것이 아이들의 장난에 의해 망가지고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통제와 억압은 엄청난 저항과 반항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결국 마을은 어른들의 제어에 폭발한 아이들에 의해서 초토화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들을 나무라는 대신,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인정하고 막연히 꿈만 꾸던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물꼬를 틔워주니 기존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마을은 더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청춘FC>는 이현세 작가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등장하는 ‘외인구단’처럼 하나의 완성된 팀이 아니다. 해단 이후 ‘청춘FC’ 선수들이 팀을 찾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선수들의 역량에 따라 달려있는 문제다. 


그럼에도 <청춘FC>가 시청률과 별개로 각계각층 사람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꿈을 접은 청춘들이 다시 목표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시도조차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꿈을 잃어버린 청춘들을 두고 “청춘은 아프니까” 식의 어설픈 위로 혹은 “헛된 망상이었다”,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로 채찍질만을 가할 때, <청춘FC>는 축구 미생들이 오랜 세월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게 물꼬를 틔워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오랜 세월 축구 유망주로 활동하는 기간 동안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겪었을 오성진 선수에게 프로 선수로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 다시 찾아온 부상은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고난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그러나 오성진 선수의 말대로 ‘청춘FC’는 끝이 아니라, 축구 선수로서 그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으로 아쉽게 ‘청춘FC’를 남들보다 빨리 나선 오성진 선수도, ‘청춘FC’로서 남은 2경기를 소화해내야하는 다른 선수들도 부디 ‘청춘FC’가 끝이 아니길. 빠른 시일 내에 오성진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하여 그의 소원대로 프로팀에서 활약하는 축구 선수 오성진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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