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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젊은 감성으로 재무장한 ‘슈가맨’. 50대 청중단을 모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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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이하 <슈가맨>)가 파일럿 당시와 비교하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대별 청중단’이다. 각각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 그룹으로 구성된 ‘세대별 청중단’은 매회 출연하는 슈가맨이 활동하던 시절 인기를 가늠케하는 동시에 프로그램 마지막 펼쳐지는 팀 별 간 역주행송 대결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8월 파일럿 당시에는 김준선, 김부용, 유승범, 박준희 등 주로 90년대 초중반 잠깐 활동하여 20대들에게는 생소한 원 히트 원더 위주로 방송했다면, 정규편성 이후에는 2000년대 활동하여 20대들에게도 낯익은 슈가맨들이 대거 등장한다. 지난 3일까지 방송한 3회까지의 분량을 예로 들자면, 유재석팀은 미스터투, 구본승, 최용준 등 90년대 초중반 인기리에 활동했던 가수들을 슈가맨으로 초청한다. 반면 유희열팀이 선택한 슈가맨은 현승민, 줄리엣, 강현수(V.One) 등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인기를 얻었던 원 히트 원더다. 


그런데 90년대 초반 잠깐 활동했던 가수라고 해도, 그들이 남긴 노래는 90년대 이후 태어난 현 20대들 에게도 결코 낯선 노래가 아니다. 지난 3일 방영분에서 유재석팀의 슈가맨으로 등장한 최용준은 89년 데뷔하여 90년대 초반에 주로 활동한 가수였지만, 그의 히트곡 ‘아마도 그건’은 2007년 영화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이 부른 이후 젊은 세대들도 잘 아는 친숙한 곡이 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겨울 하면 생각하는 노래로 인기를 모으며, 꾸준히 리메이크 작업이 이뤄지던 미스터투의 ‘하얀 겨울’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80년대 후반 활동했지만, 20대들도 곧잘 따라 부를만큼 젊은 세대들에게 유명한 원히트송, 파일럿 때와 달리 슈가맨을 90년대에 한정하지 않고 2000년대로 스펙트럼을 넓혀 20-30대들의 추억의 노래를 발굴하는 전략. 이는 여타 종편 채널들과 달리 유독 젊은 방송국을 지향하는 JTBC 성격과 맞닿아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50대 이상들을 주시청자층으로 타켓팅하는 TV조선, 채널A, MBN과 달리, JTBC의 간판 예능들은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등 20-3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포맷 형태를 띄고 있다. JTBC에서도 <유자식 상팔자>, 과거 <님과 함께> 등 중장년층 이상을 공략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종편 예능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확연히 젊다. 프로그램 초창기만해도 중년 연예인들의 가상 재혼 프로젝트로 주목받은 <님과 함께> 마저도 지금은 <님과 함께 2- 최고의 사랑>으로 이름이 바뀌고, 기욤-송민서 등 30대 미혼 커플을 영입하는 등 출연진 구성에 많은 변화를 준 지 오래다.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강점인 방송국.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고자 파일럿 당시만해도 현 40대 이상 들만 기억할법한 90년대 초반 인기 가수 위주로 섭외하던 <슈가맨>은 정규편성 이후 기존의 40대 시청자뿐 아니라, 방송국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20-30대들을 프로그램 전면으로 끌어들이는 변화를 추구한다. 슈가맨의 히트곡을 ‘역주행송’이라는 명명 하에 다시 부르는 쇼맨들 또한 AOA 초아, 로꼬, 크러쉬 등 20-30대들이 선호하는 아이돌 혹은 랩퍼다. 그래서 <슈가맨>은 9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멜로디도 21세기 감성으로 중무중한 신진 프로듀서들에 의해 2015년 가장 핫한 뮤지션들이 부르는 노래로 재탄생하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엿볼 수 있다. 


자신들의 젊은 시절 큰 인기를 얻었던 슈가맨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하는 40대, 어릴 적 TV에서 보았던 슈가맨을 어렴풋이 떠올리고 반가워하는 30대, 설령 슈가맨을 모른다고해도, 훗날 리메이크된 노래로 기억하는 20대. 그리고 젊은 세대들의 감각에 맞게 편곡된 ‘역주행송’. 30-40대들을 대상으로 한 추억 여행에 20대 감성을 살짝 얹은 <슈가맨>에서 가장 철저히 소외된 세대는 다름아닌 50대 이상 청중단이다. 





지난 3일 유재석팀의 슈가맨으로 등장한 최용준은 89년에 데뷔한, 지금까지 출연한 슈가맨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활동 기간이 긴 뮤지션이다. 그럼에도 50대 이상 청중단에서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50대 이상 청중단이 가수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흥겨워하는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히긴 해도(아니면 유재석의 얼굴이 보고 싶어 벨을 누른 50대 어머니가 웃음을 선사하는 식), 정작 <슈가맨>의 기획 의도대로 50대 이상 청중단이 철저히 젊은 감성으로 재무장된 역주행송에 깊은 공감을 가지는지는 3회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지수다. 


<슈가맨>이 각 세대별로 청중단을 구분하여 그들 각각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2015년 제일 잘나간다는 뮤지션과 프로듀서에 의해 재조명된 슈가맨의 히트곡이 특정 세대뿐만 아니라 여러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노래임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좋아했던 노래가 아이돌에 의해 리메이크된 결과물을 신기한 눈으로 혹은 언짢게 바라보는 30-40대들과 요즘 가장 핫한 뮤지션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20대들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분위기 속에 원곡을 잘 알지도, 그렇다고 전자음과 랩으로 가득한 역주행송을 더더욱 좋아할 리가 없는 50대 이상들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3회가 지난 지금, 50대 이상을 위한 노래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 굳이 50대 이상 청중단을 계속 모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슈가맨>이 향후 염두에 두는 슈가맨 중에서는 50대 이상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원히트 원더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30대는 물론, 40대들마저 50대들이 추억하는 슈가맨과 그들의 노래에 열띤 반응을 보일 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그런 의문점과 두려움이 계속 50대 청중단을 철저히 배제한 채 30-40대들을 위한 슈가맨을 계속 섭외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세대별 청중단 포맷을 계속 이끌어나가겠다면, 50대 이상 청중단도 옛 추억에 잠길 수 있거나 혹은 따라 부를 수 있는 슈가맨과 원히트송을 조만간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굳이 세대별로 나누어 구분한 청중단 구성 의의가 더욱 빛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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