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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인간의 조건-집으로'. 안정환과 푸아저씨가 보여준 그렇게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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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테마로 한동안 진행되었던 KBS2 <인간의 조건>이 새로운 주제로 새단장하여 다시 시청자들 곁에 돌아왔다. 




이번 <인간의 조건>이 제시하는 부제는 ‘집으로’이다. 2002년 당시 아역으로 활동하던 유승호가 출연한 영화 제목을 인용한 이 예능 프로그램은 영화 <집으로>처럼 

도시에 거주하는 자식, 손자들이 농촌에 있는 부모, 조부모 집에 찾아가 며칠간 묶는 컨셉을 보여 준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처럼 유명 인사 가족들이 출연하는 것이라, 제작진들이 미리 섭외한 일반인과 연예인이 가상 가족 형태를 만든다는 부분에 있어서, <인간의 조건-집으로>는 지난해 방영한 MBC <사남일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집으로>가 <사남일녀>와 다른 점이 있다면, 6명의 연예인들이 대가족 형태를 이루던 <사남일녀>와 달리, <인간의 조건-집으로>는 한가족에 1~2명의 연예인을 배정하고,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엿보고자 한다. 또한 여러 집을 다녀야 했기에, 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았던 <사남일녀>와 달리, <인간의 조건-집으로>는 되도록 한 집에 오래 머물고자 한다. 마치,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족 버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연예인과 일반인이 가상 가족 형태를 꾸리는 장면은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집으로>는 이미 <사남일녀>가 시작했지만, 나영석PD의 tvN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에 밀려 그리 큰 재미는 보지 못한 가상 가족 버라이어티를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대신 참여 가구 수를 늘리는 대신, 한 집 당 2~3명이 거주하는 핵가족을 지향한다. 한 회당 여러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골라 보는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두 제각기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과 가족들로 구성한만큼, 그래서 <인간의 조건-집으로>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각양각색의 가족 체험을 엿볼 수 있는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들만 둘 있는 산골마을 이장댁에 막내딸로 들어간 스테파니가 무대 위에 카리스마에 가려진 숨겨진 애교를 마음껏 뽐낸다면, 전남 영광에 사는 꽃할매의 댁에 찾아간 조세호와 남창희는 여린 감수성을 가진 할머니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듬직한 손자들을 자청한다. 데뷔 35년차인 최양락은 특유의 구수한 입담과 재치를 발휘하며, 평소 TV를 보지 않아, 유명 개그맨 최양락을 못 알아보는 경상도 대장부 할머니를 즐겁게 한다. 





유명인인 아들을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하는 가상 부모님은 경상도 대장부 할머니 외에도 한 분 더 있었다. 바로 안정환과 가상 가족을 이룬 푸 아저씨다. 축구하면 2002년 월드컵 때 골 넣고 반지에 키스하고, 미스코리아와 결혼한 놈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호언 장담하지만, 정작 눈 앞에 있는 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푸 아저씨 때문에 안정환은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안정환은 오히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편견없이 친아들처럼 대해주는 할아버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 


지난 주 첫 대면의 어색함을 훌훌 털어버린 <인간의 조건-집으로> 가족들은 지난 25일 방영한 2회에서 한결 돈독해진, 빠른 관계 진척을 보였다. 각자 부모님의 바쁜 일손을 도와드리고, 살뜰이 대하는 연예인 자식들의 행동은 부모님을 기쁘게 한다. 자식들을 객지로 떠나 보내고 평소 부부 혹은 혼자 외롭게 지내던 부모님에게 새 식구가 찾아온 데 이어, 자식의 빈 자리를 채워드리니, 아무리 방송을 위한 촬영이라고 해도, 부모들은 그저 새로운 자식, 손자들과 함께하는 이 상황이 즐겁기만 하다. 또한 진짜 부모님, 할머니를 대하듯이, 때로는 무심하게 그렇지만 정성껏 새 가족을 챙기는 연예인 자식들의 태도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며, 가상 가족이긴 하지만 서로의 존재 만으로 힘이 되는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가족이 있는 미국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건너온 스테파니에게 <인간의 조건-집으로>는 한국 전원 생활의 정취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가족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반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때로는 아내처럼, 자식처럼, 일꾼처럼 할아버지를 챙기는 안정환의 존재만으로도 푸아저씨는 고맙기만 하다. 


꽤 시간이 지나서야, 그동안 안군으로 부르던 안정환의 정체를 알아서가 아니다. 앞으로 푸 아저씨와 함께 지낼 안정환이 푸아저씨에게 어떤 사람이 될지 그게 중요한 것이다. 과연 <인간의 조건- 집으로> 연예인 자식들은 부모들에게 어떤 자식, 손자로 다가오고, 기억될까. <사남일녀>와 달리 이 프로그램이 보다 오래 방영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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