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맨 아이콘. 괴물신인 넘어 아티스트로서 존재감 과시한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

지난 19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는 지난해 데뷔한 신인 iKON(아이콘)이 쇼맨으로 등장 하였다. 멤버 7명 전원이 <슈가맨>에 출연 하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BOBBY(바비), 구준회, 김동혁 등 세 명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지난해 가요계에 정식 데뷔 하였지만, 엄연히 말하면 아이콘은 생짜 신인은 아니다. 이날 <슈가맨>에 등장한 바비, 구준회, 김동혁 모두 데뷔 이전 YG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신분으로 YG의 새로운 그룹을 선발하는 Mnet <WIN>(2013), <믹스 앤 매치>(2014)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정식 YG 소속 그룹 멤버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했다. 바비 같은 경우에는 <WIN>, <믹스 앤 매치> 중간에 Mnet<SHOW ME THE MONEY 시즌3>(이하 <쇼미더머니3>)에 참가하여, 쟁쟁한 랩퍼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여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아이콘으로 공식 데뷔 이전부터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실력을 과시 했던 그룹 이기에, 이미 그들의 노래와 랩에 매료된 수많은 팬들이 확보된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지난 9월 발매된 아이콘의 첫 싱글 음원 '취향저격'은 별다른 방송 활동 없이도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첫 정규 앨범  'WELL COME BACK' 발매 이후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나, 그들의 노래는 즐겨 들어도, 정작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는 대중들에게 <슈가맨>은 그들의 뛰어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콘은 2005년 발매된 모세의 '사랑인걸'을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채로 새롭게 덧입혀 방청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이날 유재석팀의 쇼맨으로 출연했던 아이콘과 함께 유희열팀의 쇼맨으로 등장한 옴므(이현, 이창민)도 김돈규의 '나만의 슬픔'을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재편곡한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하며, 우승을 차지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날 방송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노래는 파격과 절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아이콘의 '사랑인걸'이었다. 

원래 '사랑인걸' 원곡 자체는 가수 모세의 미성이 돋보이는 감미로운 발라드곡이다. 그런데 아이콘은 프로듀서 딘의 도움으로 이 전형적인 발라드를 과감히 힙합 urban R&B 스타일로 변형을 시도한다. 

발라드로 큰 사랑을 받았던 노래이기 때문에, 다른 장르로 변환을 시도할 경우에는, 원곡을 좋아하던 대중들은 물론,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도 거부감있게 다가올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로 <슈가맨>에서 이런 시도가 종종 있어 왔긴 했지만, 대부분 원곡의 아우라를 이기지 못했다. 아무리 당대 최고 보컬리스트를 쇼맨으로 모셔 온다고 한들, 원곡의 감흥과 깊이를 따라올 수 없는 역주행송의 한계는 <슈가맨>의 큰 아킬레스건 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예 아이콘식대로 새롭게 변주를 꽤한 2016년 버전 '사랑인걸'은 그동안 <슈가맨>에서 들었던 어느 역주행송과 다르게 들려온다.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노래를 다시 부르는데 있어서, 아이콘은 과감 했고, 2005년 청춘들이 즐겨들었던 노래를, 2016년을 살고있는 청년들의 감성에 맞게 새로운 단장을 꾀한다. 

그리고 지난해 데뷔한 신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탁월한 무대 장악력으로 지금까지 아이콘의 존재를 잘 모르고 지냈던 30-40대 청중단의 마음까지 단박에 휘어잡는다. 왜 바비가 만 19세의 나이에 쟁쟁한 선배 래퍼들을 제치고, <쇼미더머니3> 우승을 차지 했고, 아이콘이 데뷔 하자마자 소속사 선배 그룹 빅뱅의 뒤를 이을 한국 가요계의 미래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지, 그들의 존재감을 여실히 지켜볼 수 있는 무대 였다. 

구준회, 김동혁 모두 뛰어난 보컬 실력을 들려 주었지만, 역시 아이콘 버전의 '사랑인걸'을 가장 빛낸 이는 <쇼미더머니3> 우승에 빛나는 래퍼 바비였다. 이날 무대를 위해 직접 랩가사 쓰기도 했던 바비는 듣는 이의 귀를 쏠깃 하게 하고 사람들의 가슴을 요동 치게 하는 래퍼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가사도 잘쓰고, 랩도 힙합 문외한들의 귀에도 쏙쏙 잘들리게 찰지게 잘 하는 이 래퍼가 이제 겨우 20대 초반이라는 것이다. 과연 20대 청년 바비 김지원이 앞으로 래퍼로서 어디까지 성장을 이룰지. 특급 아이돌, 괴물신인, 요즘 대세 등의 수식어를 넘어선 아이콘은 이미 빅뱅을 이어 YG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