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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주토피아. 편견과 차별 이겨낸 토끼와 여우가 헬조선에 전하는 희망적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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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주인공 주디의 꿈은 경찰이다. 여자가, 그것도 체구 작은 토끼가 경찰이 될 수 있을까하는 주변 동물들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주디는 1등으로 경찰학교를 졸업했고, 당당히 대도시 ‘주토피아’ 중심부 경찰서의 순경으로 발령받는다. 



하지만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주차단속.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의 삶을 멋있게 개척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주디는 비로소 능력만으로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유리천장’의 두께를 실감하게 된다. 





예전과 다른 악육강식 질서체계 대신, 피식자, 포식자 모두 한 공간에서 옹기종기 모여사는 ‘주토피아’는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 혹은 지구촌을 암시한다. 과거와 달리 육식동물에게 잡아 먹힌다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토끼는 사회적 약자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럼에도 주디는 여느 토끼 들과 달리 오직 덩치 큰 동물들만 할 수 있다는 경찰에 도전 했고, 신체적,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고 경찰이 되는 꿈을 이룬다. 하지만 토끼 순경 주디에게 허락된 길은 딱 거기까지 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1항에도 게재되어있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자 토끼가 자기보다 100배는 더 커보이는 동물들과 경쟁하며 경찰이 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경찰이 된 이후가 더 문제다. 우수한 성적으로 조직에 들어갔다고 한들, 작은 체구의 여자가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극히 제한적이고, 대부분 요직에서 밀려나 한직을 떠돌게 된다. 


그러나 신체적 열세를 근거로 자신에게 주어지는 차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주디는 자신이 원하는 임무를 맡기 위해 작은 초식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들과 온 몸으로 부딪친다. 그 과정에서 주디는 여우 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고 있던 닉과 손을 잡는다. 여우는 교활하고, 뒤통수를 잘 친다는 편견 때문에, 일찌감치 꿈을 포기하고 사기꾼으로 살아온 닉은 토끼 라는 분수를 모르고 범죄 수사를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주디를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와 포기를 모르는 주디의 열정에 감복한 닉은 진심으로 그녀의 조력자가 되어 사건 해결을 돕는다. 





토끼, 여우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냉대와 편견에서 한 시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주디와 닉은 힘을 합쳐, 자신들 눈앞에 놓인 유리천장을 과감히 뚫고, 그들의 계획을 기어코 성공시킨다. 하지만 그 곳에서는 특정 종족을 이간질 시켜, 대다수 초식동물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하여 권력을 쟁취 하려는 또다른 차별과 편견이 존재했고, 이 또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주디와 닉은 다시 힘겨운 싸움에 돌입한다. 


그 어떠한 차별과 편견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극 중 주토피아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하는 미국은 다시 불거진 인종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난 11월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 문화권을 경계하는 시선이 힘을 얻고 있다. 


굳이 외국 사례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한국만 해도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에 의해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정해지는 사회.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칭하고, 수저 계급론을 만든 수많은 청년들은 법 앞에서 평등 하다는 대한민국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그 중에서도 여자들은 여전히 은연 중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견뎌야 한다. 더 이상 ‘노오력’ 만으로 성공을 약속할 수 없다는 신 계급사회주의적 인식론이 팽배한 이 나라에서 오직 ‘노력’과 ‘패기’만으로 계급적인 한계를 당당히 극복한 토끼와 여우 이야기는 감동으로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에서나 가능한 판타지 로만 들린다. 





그러나 차별과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는 이상향을 만들 수는 없어도, 그 속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는 노력은 계속 이뤄져야한다. 사람의 능력은 선천적 유전이 아니라,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가 많다는 것. 그러니 세상이 그대를 힘들게 할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갈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 태어날 때부터 입에 물린 수저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대한민국에 불시착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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