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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슈가맨. 신해철이 사랑했던 이현섭. 그리고 그에게서 떠오르는 신해철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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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에 출연한 이현섭 스스로가 밝혔듯이, 그는 고 신해철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보컬이다.  





2014년 10월 의료사고로 갑자기 사망하기 전까지, '넥스트 유나이티드'로 활동을 모색하던 신해철은 그와 함께 트윈 보컬을 맡을 가수로 이현섭을 영입한다. 노바소닉으로 데뷔를 했고,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OST 'My Love'를 부른 이현섭은 신해철이 인정하는 최고의 보컬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날 <슈가맨>에서는 이현섭을 아는 이가 없었다. 이날 쇼맨으로 등장한 임정희가 '아 저 이현섭이 <발리에서 생긴 일> OST 부른 이현섭이었어?'로 생각하는 듯한 놀라운 표정을 지었을 뿐. 그 중 어느 누구도 넥스트 보컬 이현섭을 아는 이는 별로 없었다. 아니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애써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하지만 나도 <발리에서 생긴 일> OST를 부른 이현섭이 넥스트 이현섭이라는 사실을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날 <슈가맨> 방송에서 자료화면으로 나왔던 JTBC <히든싱어4-고 신해철 편>을 보고 포털 사이트에서 이현섭 이름을 검색하다가 뒤늦게서야 이현섭이 <발리에서 생긴 일> OST도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도 그 노래를 자주 들어도 정작 그 노래 제목은 도통 기억하지 못하니. 노래는 알아도 가수는 뉘신지 하는 이날 스튜디오 분위기가 생경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슈가맨>에는 종종 고 신해철과 인연이 있는 가수들이 많이 나왔다. 신해철이 김영석과 함께 프로듀싱을 맡았고, 남다른 친분을 자랑했던 '발걸음'의 에메랄드 캐슬이 그랬고, 그 이후 <슈가맨>에 출연했던 '널 위한거야'의 미스 미스터 역시 신해철이 발굴한 밴드다. 그 이후에도 신해철은 인디밴드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소속사를 운영해왔었고,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밴드들의 음악을 소개하며, 대형 기획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현실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지켜나가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하였다. 그가 과거 씨앤블루를 두고 과감한 일침을 던진 것도, 그만큼 인디 밴드들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에게 신해철은 옛날에 잘나갔던 가수 혹은 '독설가'로만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신해철은 그들의 음악을 응원해주는 선배 차원을 넘어서, 어렵게 음악하는 후배들이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부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뛰어난 보컬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 제대로 빛을 보지는 못했던 이현섭도 신해철이 사랑했던 아픈 손가락 중 하나 였다. 넥스트 부활을 꿈꾸던 신해철이 이현섭에게 트윈 보컬을 제안한 것만 봐도, 생전 신해철이 이현섭의 재능을 얼마나 아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현섭의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신해철은 이제 세상에 없다. 향후 신해철이 남긴 유작으로 음악 활동을 계속 하겠다는 말을 남긴 이현섭. 앞으로 이현섭이 발표할 신해철의 노래가 유작이 아니고, 신해철이 이현섭을 위해 계속 곡을 만들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저런 만감이 교차하는 슬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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