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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마리텔 이경규 누워서 방송해도 1위하는 30년 예능대부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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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방영한 MBC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이경규는 “형님 곧 실버타운 가셔야합니다.”라는 후배들의 짖궂은 농담에 “누워서 하는 예능을 개발하겠다.”고 호언장담 하였다. 그로부터 2달이 지나고, 이경규는 지난 19일 방영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을 통해 진짜 누워서 하는 방송을 보여주었다. 





이날 이경규가 <마리텔>에서 보여 줬던 방송은 이경규 보다 이경규가 애지중지 키우고 있던 강아지들 이었다. 얼마 전 이경규가 키우고 있는 반려견 뿌꾸가 새끼들을 낳았는데, 뿌꾸와 자식들을 보여주고 이들 중 몇 마리를 실시간 인터넷 방송 참여자들에게 분양한다는 것이 방송의 골짜였다. 


막 순산한 뿌꾸와 어린 새끼들을 배려하여, 이경규 방송은 <마리텔>로서는 이례적으로 이경규의 자택에서 진행되었다. 화면에는 방 안에 덩그러니 누워있는 강아지들과 그들과 함께 놀아주다가 간간히 시청자들에게 호통치는 이경규가 전부 였다. 그리고 강아지들과 함께 이경규 또한 드러눕는다. 





그렇다고 강아지들을 앞세운 이경규가 방송을 ‘날로’ 먹은 것은 아니었다. 뿌꾸와 이경규가 키우는 또 하나의 애완견 두치를 불러 두 강아지들간의 싸움을 부추기는 장면도 있었고, 뿌꾸가 낳은 강아지들의 이름을 공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입양한 남순이의 안타까운 근황을 소개하며, 유기견들이 처한 현실을 걱정하기도 했다. 다만 기존에 <마리텔>에 출연했던 방송인 들처럼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 뿐이다. 


방송을 보면 이경규는 한 게 없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이경규의 <마리텔>은 사전에 고도로 계획된 방송이었다. 자신들이 키우는 애완견들을 앞세운 방송은 흡사 지난 1월 <무한도전> 출연에서 이경규가 언급한 노르웨이의 소 다큐멘터리 방송을 떠올리게 한다. 이경규의 지휘 하에 애완견들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설정을 제외하곤, 뿌꾸가 낳은 강아지들이 어미의 젖을 먹고, 이경규를 중심으로 몰려든 강아지들이 그의 곁에서 여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자극적인 요소 대신 보기만 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강아지들의 일상을 전면으로 담아낸 이경규의 ‘개’방송은 전반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경규의 1위에는 그가 키우는 강아지들이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진정한 리얼 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아이디어의 승리 였다. 


물론 촬영 도중 힘들다고 드러눕는 이경규의 ‘눕방’은 30년 넘게 예능인으로 활동해온 그만이 할 수 있는 방송이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을 통해 ‘눕방’에 대한 예고를 대대적으로 벌인만큼, 진짜 방송 도중 누워버리는 그의 모습은 ‘약속을 지키는 예능 대부’, ’말이 씨가 되는 방송’,  ‘시대를 앞서가는 방송’ 등 시청자들의 극찬을 한 몸에 받는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가뿐히 1위를 차지하는 이경규. 강산이 세번 바뀌는 역사 속에서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예능 대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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