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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함부로 애틋하게. 복수혈전만 남은 김우빈과 수지의 사랑이야기는 계속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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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함부로 애틋하게> 신준영(김우빈 분)이 죽기 전, 자신의 생부 최현준(유오성 분)과 윤정은(임주은 분)에게 복수를 단행하는 이유는 노을(수지 분)에 대한 죄책감이다. 만약 자신이 아니었더라면, 아버지 죽음에 얽힌 억울함을 어느정도 풀고, 지금보다는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은 노을. 물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면, 있는 법 위에도 군림하는 요즘이라, 과연 가능할 지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신준영은 최현준의 친아들, 그리고 매력넘치는 한류스타라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끌어모아, 복수를 감행한다. 그 사이 노을은? 자기는 애초 죽을 사람이기 때문에 노을에게 쉽게 정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일부로 노을을 멀리하고, 모질게 대한다. 반면 신준영에 대해서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던 노을은, 신준영의 불치병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신준영에게 찾아가, 사랑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입원 하자고 애원을 해도, 신준영은 묵묵부답. 마이웨이다. 그것이 이경희 작가 남자들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신준영이 죽기 전, 노을의 아버지를 뺑소니로 죽이고도 어떠한 처벌을 받지 않은 윤정은을 유혹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그 대신 노을을 있는 힘껏 밀어내고자하는 그의 행동이 아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남녀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답답함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 죽는 그날까지, 연인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향해 복수를 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장면이 멋있게 보일지 언정, 이미 노을이 모든 것을 알아버린 이상, 그것만큼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가 또 어디있을까. 


또 지난 25일 방영한 16회에서 노을이 한 대사처럼, 어릴 때 사귄 것 외에 연인으로서 이렇다할 관계진전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너가 힘들까봐 너의 복수만 대신하고, 사라질께' 식의 접근은 오히려 남아있어야할 상대방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신준영에게 다짜고자 "언제 죽느냐"는 최지태(임주환 분)의 말본새는 턱주가리를 날려주고 싶지만, 그의 말대로 복수는 최현준의 양아들인 최지태에게 넘기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노을과 함께 조금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린 시절, 친아버지를 위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지금까지 죄책감을 가진 것만으로도 신준영은 할 일을 다했다. 그것 때문에 노을과 이뤄지지 못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가 감행한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만약 신준영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그가 노을을 위해 행하는 복수와 진실규명은 숭고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의 복수는 안타까움만 초래할 뿐이다.


남들이 뭐래도 내 갈길이 가는 '독고다이' 신준영은 노을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의 불치병을 알아도 꿋꿋이 그의 길을 갈 것이다. 이경희 드라마 속 남자들은 그래야 멋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신준영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노을 또한 그의 시한부 인생을 알아버렸다. 




노을의 말마따라, 그들이 뭐 언제 그렇게 죽고 못살 대단한 사랑을 한 것도 아니다. 새드앤딩으로 귀결될 두 사람의 아픈 사랑 때문이 아니라, 신준영의 불치병, 노을의 딱한 상황, 그래서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설정으로 '애틋함'을 조성하는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사랑은 무엇일까. 이루어지지 못하는 두 남녀를 바라보는 애절함? 짠함? 오히려 이제는 기억 상실증까지 걸린 신준영의 '시한부 복수혈전'이 노을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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