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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나라를 지키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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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광장일대, 전국 도심 곳곳에서 어김없이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리던 지난 19일. MBC <무한도전>은 어느 때와 달리, 현 정국을 풍자하는 자막 패러디는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병원을 이용할 당시 즐겨쓰던 예명이라는, 드라마 <시크릿가든> 여주인공 이름 ‘길라임’이 대한민국 전역을 초토화시킨 뒤라, 이와 관련된 패러디가 <무한도전>에서 언급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아쉽게 이날 <무한도전>에서 길라임 혹은 <시크릿가든>과 관련된 패러디는 찾을 수 없었다. 하긴, 설민석 역사강사를 모셔놓고 그에게서 역사를 공부하는 경건한 시간에 뜬금없이 길라임, <시크릿가든> 명대사, OST가 나오는 것도 다소 쌩뚱맞게 보일 것이다. 





패러디 대신, <무한도전>은 순실의 시대 그리고 길라임 정국에서 살게된 국민들이 가져야할 자세와 덕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무한도전>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이미 백만이 넘는 시민들은 혼탁해진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 뿐만 아니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외치고 있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외적의 침입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던 이들은 위정자가 아니라, 지배층들에게 개, 돼지 취급받던 다수의 백성, 민중들임을. 그리고 그들의 애국심이 끝내 나라를 지켰음을. <무한도전>은 설민석 강사의 말을 빌러, 나라 걱정에 잠못이루고, 거리에 나와서 목소리를 높이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길라임’ 예명을 애용 했던 청와대의 그분은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정말 좋아하셨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영화 <국제시장>을 인용하여 애국심을 설파한 사건이었다. 박 대통령이 <국제시장>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대목은, 극 중 부부로 출연하는 황정민과 김윤진이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황정민과 김윤진도 마지못해 일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애국가가 울러퍼지면 무조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만했던 그 시절을 명확하게 보여준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얼떨떨해하면서 경례를 하는 황정민과 김윤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빛났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 장면을 극찬하며,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그런 마음이 있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툭하면 국민들에게 애국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연설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우주의 기운까지 끌어모은 박 대통령의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수많은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희망없는 이 나라와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비관했다. 그랬던 청년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대한민국의 위기에 앞장서서 나라를 위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 정신을 외치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외친다. 흥미로운 것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주말집회에 어린 자녀와 함께 손잡고 나온 가족단위 참가자,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광화문 광장에 나온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혼자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오히려 얼마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판단과 달리, 단체 단위로 참가한 참석자는 보기 드물었다. 지난 12일 진행한 민중총궐기 집회는 애초 민주노총에서 기획하고,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의 참가가 많았지만, 그래도 일반 시민들의 참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반 시민들의 집회 참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지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촛불 집회에서도 입증되었지만, 결국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힘이며, 이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도 명시 되어 있는 조항이다. 





현 시국을 위해 작심하고 ‘역사X힙합’ 콜레보레이션을 기획한 <무한도전>은 설민석 강사의 명쾌한 강의를 통해 그동안 지배층 중심의 서술에 갇혀있던 역사를 민중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역사로서의 변화를 꽤한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래퍼들이 팀을 꾸려 각각 선택한 주제 또한 세종대왕, 임진왜란(feat 이순신), 독립운동, 윤동주가 남긴 시 등 하나같이 이 시대 꼭 필요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무한도전>과 래퍼들이 함께하는 힙합과 역사의 만남은 올해 연말쯤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비록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는 현 시국에 대한 패러디는 없었지만, 역사를 통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낸 <무한도전>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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