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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사임당 빛의 일기' 사임당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전부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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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은 홈페이지 소개 그대로 팩트와 픽션이 조화된 퓨전사극이다. 그러니까 신사임당(이영애 분)이 강릉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팩트 위에 사임당에게 이겸(송승헌 분)이라는 첫사랑이 있었다라는 픽션을 얹은 것이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현모양처의 상징으로만 묶어두지 않고,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사임당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 사임당에게도 분명히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남자가 이루지 못한 첫사랑(신사임당)을 잊지 못해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설정은 아무리 팩션이라고 한들, 그 당시 시대 분위기와 맞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아무리 몰락 했다고 한들, 나름 왕족인데 사임당이 서너명의 자식을 낳을 동안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산다는 것은 더더욱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더 골때리는 것은 1회 오프닝을 생각해보자. 조선에는 유럽 문물이 알려지기 한참 이전의 16세기 중반, 이탈리아로 넘어간 조선남자 이겸이 첫사랑 사임당을 잊지 못해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다가 절규를 한다. 그리고 이겸의 한이 맺힌 사임당의 초상화는 그로부터 수백여년 뒤 사임당의 후생으로 추측되는 서지윤(이영애 분)에게 발견된다. 사임당과 이겸이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이 수백년이 지나서야 확인된 셈이다. 




사임당을 현대적 의미로 조명할 수 있는 극적 요소는 다양하다. 사임당을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사임당>이 처음인만큼, 예술가로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것도 의의가 크겠다. <사임당> 또한 이 드라마를 통해 사임당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노라고 귀띔한 바 있다. 


그러나 오프닝을 연 이겸, 자꾸만 현대의 지윤이 곁에 알짱거리는 이겸의 후생 한상현(양세종 분), 무엇보다도 사임당과 이겸의 운명적인 첫 만남으로 시작되는 사임당의 이야기 등등 지난 1일까지 방영한 3회의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사임당의 사랑이야기에만 천착한 것이 아닐까하는 기우가 들게 한다. 물론 어린 사임당(박혜수 분)이 그 당시 여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금강산을 가고 싶어하고, 중종과의 대화에서 여성에게만 많은 제약이 가해지는 시대상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사임당의 첫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인 탓에,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사임당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유독 여성에게 많은 제약을 가했던 조선 시대. 자신의 노력만으로 미천한 배경과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여성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이영애 최고 출세작이자, 그녀를 한류스타 반열에 오르게 했던 MBC <대장금>에서 생동감있게 다룬 바 있다. <대장금>을 방영한 지가 어느덧 12년이나 흐른 만큼, 아무리 인물이 달라도 <사임당>은 <대장금>보다 한층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대장금>도 서장금(이영애 분)과 민정호(지진희 분)의 사랑 이야기를 제법 비중있게 다룬 바 있다. 하지만 <대장금>은 그녀를 조선 최고 의녀를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거나 아니면 시기질투하여 방해한 주변인들의 이야기도 상당했고, 장금이가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드라마의 주요 스토리 였다. <사임당> 또한 <대장금>처럼 사임당을 도와주거나, 혹은 방해하는 인물들간의 갈등과 위기를 통해 사임당의 성장을 다룰 여지가 높아보인다. 


그러나 <대장금>과 <사임당>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장금이의 어린시절부터 그녀가 가진 영민함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전형적인 영웅서사적 구조를 취했던 <대장금>과 달리 <사임당>은 과감하게 사임당의 첫사랑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 훗날 사임당이 네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서도 사임당의 주위를 계속 맴도는 이겸의 이야기는 주부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일일드라마의 단골 요소, 즉 남편, 시댁에게 핍박받는 유부녀 혹은 이혼녀를 사랑하는 능력있는 싱글남의 순애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모양처의 상징이었던 사임당이기 때문에 사랑이야기를 철저히 배제한 채, 엄숙하게만 가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청자들이 드라마 <사임당>에게 원하는 것은 그녀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애달픔을 보고자 함이 아니라, 현모양처의 굴레에 완전히 갇혀버린 사임당을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진취적인 여성으로 재조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굴레에 갇혀버린 사임당이라면, 굉장히 실망스럽게 다가올 듯하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이야기는 4회에서 끝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던 사임당의 이야기로만 쭉 갔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이겸 역을 맡은 송승헌의 너무나도 큰 비중이 자꾸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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