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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진선규와 같은 감동없는 퍼주기, 시청률 중심 연말 시상식. 시청자들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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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지난 2017년 연말에 열린 KBS-MBC-SBS ‘연예대상-연기대상’을 종합해보자면, 매년 시상식을 진행할 때마다 제기된 ‘트로피 남발’, ‘상 나눠먹기’ 혹은 ‘상 몰아주기’ 풍토가 여전했다. 지난 29일 열린 <2017 MBC 방송연예대상>은 그야말로 <나 혼자 산다>의 잔치였다. 대상을 수상한 전현무를 비롯해,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최우수상(박나래)’,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우수상(헨리)’,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우수상(한혜진)’, ‘베스트 커플상(박나래-기안84)’, ‘올해의 작가상(이경하)’,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신인상(이시언)’ 등 무려 8개의 트로피를 차지하며, 그간 <무한도전> 독주 체제를 이어온 MBC 예능프로그램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나 혼자 산다>의 강세는 MBC 파업으로 인한 예능들의 파행 이후 가장 빨리 정상 궤도를 찾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사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 파업 이전에도 최근 MBC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중 가장 돋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2013년부터 금요일 심야시간대를 지키며 인기리에 방영했지만, 연말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던 <나 혼자 산다>는 지난해부터 합류한 한혜진, 기안84, 박나래, 이시언의 활약에 힘입어 지금의 인기를 구축할 수 있었다. 


<2017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나 혼자 산다>의 독주는 <나 혼자 산다>외에 그만큼 MBC 예능들 중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빚어진 당연한 현상이다.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상 몰아주기’를 막겠다고 매년 <MBC 방송연예대상>의 대상과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밥먹듯이 받은 <무한도전>에게 줄 수는 없는 일. <무한도전> 아니면 <나 혼자 산다> 처럼 신흥강자 예능의 부상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MBC 예능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다. 


반면, MBC와 달리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 <정글의 법칙>,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 <불타는 청춘>, <판타스틱 듀오2>, <자기야-백년손님> 등이 고루고루 잘 되었던 SBS는 대상으로 거론되는 후보도 많았고, 상을 줄 프로그램과 예능인들도 많았다. 지난 30일 방영한 <2017 SBS 연예대상> 수상 결과를 살펴보면, MBC와 달리 ‘상 몰아주기’가 아니라 ‘상 나눠먹기’ 뉘앙스가 강하다. 2017년 한해 SBS에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골고루 상을 받아 축제 분위기를 한껏 달아올랐다. 




대상은 시청률 우선주의 법칙 답게 2017년 방영한 SBS 예능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미운 우리 새끼>의 ‘모벤져스’ 팀(이선미, 지인숙, 이옥진, 임여순 여사)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모벤져스’ 팀이 대상을 수상한 이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과연 이들이 대상을 받을만 한가에 대한 ‘자격’ 논란이다. ‘모벤져스’ 팀이 <미운 우리 새끼> 인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맞지만, 프로그램 내에서 이들이 취하는 포지션을 보자면, 대상이 아니라 특별상 혹은 공로상 정도가 적당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지난해 방영한 SBS 예능 프로그램 중, <미운 우리 새끼>만 잘 되었다면 그나마 ‘모벤져스’팀 대상 수상에 대한 반감이 적었을 것이지만, 2017년은 오랫동안 SBS 입장에서 계륵과 같았던 <런닝맨>이 부활의 신호탄을 쏜 데 이어, 신동엽, 유재석, 김병만 등 예능인들의 건재함이 돋보인 한 해 였기에 ‘모벤져스’ 팀의 대상 수상은 두고두고 말이 많을 듯 하다. 


그래도 대상 결과를 제외하곤, 나머지 상들은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2017 SBS 연예대상>은 전체적으로 보면 양호한 편에 속한다. <2017 SBS 연예대상>과 같은 날 열린 <2017 MBC 연기대상>은 ‘상 나눠주기’, ‘상 몰아주기’를 넘어 ‘참석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아쉽게도 지난해 MBC에 방영한 드라마 중 시청률적으로 특별히 잘 된 작품은 없었다. <돌아온 복단지>와 같은 일일드라마를 제외하곤 그마나 10%대를 기록한 <역적:백성을 훔진 도적>(이하 <역적>), <병원선>, <군주-가면의 주인>, <죽어야 사는 남자>, <도둑님, 도둑님>과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돈꽃> 정도다. 지난 8월에 종영한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시청률은 높았지만, 완성도 문제와 막장 논란이 거셌다. 


비록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던 작품들은 없었지만, 김상중의 품으로 안긴 대상 만큼은 잘 주었다는 평이다. 대상 시상자로 전년도 시상자인 이종석과 함께, 단역배우로서는 이례적으로 엔딩씬을 장식한 <역적>의 최교식이 나왔다는 점도 인상적 이었다. 하지만 김상중 못지 않게 <역적>에서 인상적인 열연을 펼친 윤균상이 무관에 그쳤고, <역적>과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한 <죽어야 사는 남자>의 최민수, <도둑님, 도둑님>의 지현우 또한 상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지현우는 최민수, 윤균상과 달리 <2017 MBC 연기대상>에 참석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가야했다. 


지난 한해,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인 눈도장을 찍어놓고도 정작 연말시상식에서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들은 지난 31일 열린 <2017 KBS 연기대상>에도 있었다. <고백부부>에 출연한 장기용 이다. <고백부부>는 비록 시청률은 7%대에 그쳤지만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였기에, 연말 시상식에서 <고백부부>가 받을 상에 대한 애청자들의 기대도 컸었다. 하지만 <고백부부>가 <2017 KBS 연기대상>에서 받은 트로피는 장나라가 수상한 미니시리즈 우수 연기상, 장나라, 손호준의 베스트 커플상 수상이 전부 였다. 




베스트 커플상도 좋은 상이지만, <2017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은 <고백부부> 포함 무려 6팀이 공동 수상한터라, 안 받은 것보다는 좋겠지만,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되어버린다. 같은 날 열린 <2017 SBS 연기대상>이 매년 트로피 남발 논란을 빚어온 뉴스타상-10대 스타상 시상을 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수상자를 대폭 줄인 <2017 SBS 연기대상>과 달리, <2017 KBS 연기대상>은 그만큼 2017년에 잘 된 드라마도 많았기에 ‘상 나눠먹기’를 했다고 하지만, 시청률 우선주의 논리에 의해 정작 받아야할 사람이 받지 못한 수상결과는 논란으로 남는다. 공동대상을 받은 김영철, 천호진, 두 중년배우의 수상이 감동이긴 하지만, 그들이 각각 출연했던 <아버지가 이상해>와 <황금빛 내 인생>이 40%대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이 두 배우가 대상을 탈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2017 SBS 연기대상> 또한 <피고인>에서 열연한 지성의 대상 수상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그 역시도 높은 시청률에 자유로울 수 없다. 


KBS, MBC, SBS 등 공중파 포함, 케이블 종편까지 아울러서 시상하는 백상예술대상 또한 TV 부문 시상을 할 때, 시청률을 염두에 두고 상을 준다. 하지만 백상에게 있어서 시청률은 상을 주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가령 지난해 열린 53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드라마 작품상’과 ‘TV 극본상’을 수상한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케이블에서 높은 시청률에 속하는 8%대를 기록했지만, 시청률을 놓고 보면 <디어 마이 프렌즈>보다 훨씬 더 잘 된 드라마가 많았다. 그럼에도 백상은 <디어 마이 프렌즈>의 작품성을 선택했고, “역시 백상”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백상예술대상이라고 매번 상을 잘 주는 것은 아니다. 백상 또한 가끔 수상자 선정에 있어 논란에 시달리곤 한다. 그러나 시청률, 흥행성적을 떠나 작품의 완성도, 배우의 연기로 상을 주는 백상의 기준은 시상식에 대한 권위로 이어졌고, 배우, 예능인, 프로그램 제작 PD라면 누구나 받고 싶은 상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영화부문으로 한정 되긴 하지만, 매년 11월에 열리는 청룡영화상의 시상 기준 또한 흥행 스코어가 아니라 후보에 오른 영화의 작품성과 작품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다. 만약 공중파 연예대상-연기대상처럼 시청률(흥행성적), 연예인들의 인기로 트로피가 좌지우지 된다면, 300만명 관객을 기록한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가 감독상을 받거나, 무명의 진선규가 남우조연상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진선규의 수상은 그가 열연한 <범죄도시>가 워낙 잘된 턱도 있었겠지만,  2014년 열린 35회 청룡영화상에서 저예산영화 <한공주>에 출연한 천우희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오직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로만 수상자를 결정했기에 가능한 이변이었다. 




하지만 공중파 연예대상-연기대상은 청룡영화상의 천우희, 진선규와 같은 감동도 이변도 없다. 그 해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에게 상을 몰아주거나 인기 배우, 예능인들 중심으로 상을 나눠주는 분위기가 지배적 이기 때문이다. 연기대상 같은 경우에는 누가 대상 및 주요 부문의 상을 받을 지 예측도 쉽다. 매년 시청률이 높은 작품에 출연한 주인공에게 상을 주었고, 2017년에도 그랬다. 그 외 부문의 시상 또한 철저히 유명 배우 중심으로 진행된다. 무명의 배우(최교식)가 대상 시상자로 나오는 것 또한 이례적 이지만, 무명의 배우가 공중파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는 일은 더더욱 없다. 연기대상으로 쓰고 시청률대상으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이럴 바엔, 차라리 공중파 3사의 연예대상-연기대상을 합쳐 열던가 아니면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처럼 시상 부문을 대폭 줄이고, 드라마의 작품성과 배우의 연기로 상을 주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도대체 시청자들은 언제까지 감동도, 이변의 재미도 없이 ‘상 몰아주기’ ‘퍼주기’, ‘상 나눠먹기’로 가득한 그들만의 잔치를 속수무책 지켜봐야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갈수록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공중파 연말시상식 또한 방송 정상화 대상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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