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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뜻밖의 Q' 예능감 있는 게스트도 살릴 수 없었던 총체적 난국 뮤직 퀴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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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뜻밖의 Q>는 참으로 솔직한 예능이다. 지난 5일에 방영한 첫 회부터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에 대한 자아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뜻밖의 Q> 제작진은 다음회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비판 기조를 이어나갔다. 




지난 12일 방영한 <뜻밖의 Q> 2회는 1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대폭 수정해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90년대 예능을 보는 것 같았던 스튜디오 세트도 토크쇼를 연상케 하는 컨셉으로 새롭게 단장 했고, 첫 회에는 가수들만 나와 재미가 없었다는 제작진의 판단 하에 2회에서는 코미디언 지상렬, 안영미, 가수 이면서도 예능감 있기로 소문난 은지원, 정준영, 딘딘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였다. 


첫 회와 달리 예능감 있는 게스트 위주로 재편하여 재미를 꾀하려는 노력이 역력한 <뜻밖의 Q>는 그럼에도 정돈되지 않은 산만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수선한 구성과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적으로 바꿀 수 있겠지만, <뜻밖의 Q>의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어정쩡한 정체성이다. 


<뜻밖의 Q>는 퀴즈를 통한 세대 공감 프로젝트를 지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뜻밖의 Q>가 주로 다루는 분야는 음악이다. 그래서 <뜻밖의 Q>는 뮤직 퀴즈쇼라는 외연을 갖추고 있다. 1회에는 세대 공감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기획의도에 걸맞게 소녀시대 써니, 트와이스 다현, 마마무 솔라, 구구단 세정, 위너 송민호, 비투비 서은광 등 아이돌 외에도 설운도, 노사연과 1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H.O.T. 강타, 젝스키스 은지원 등 비교적 다양한 연령대의 가수들이 녹화에 참여했다. 하지만 <뜻밖의 Q>는 가수들만 나오면 재미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단 2회 만에 코미디언과 젊은 출연진 위주로 게스트를 재편한다. 그리고 2회 방송이 끝나고 등장한 3회 예고편에서는 홍석천, 장미여관 육중완, 워너원 김재환, 모모랜드 주이 등의 출연을 알리며, 1,2회보다 더 강력한 재미를 안겨줄 것을 강조한다. 




<뜻밖의 Q>의 홍보 포인트는 늘 게스트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무한도전> 후속으로 방영 전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을 알릴 때에도 전현무와 이수근이 진행을 맡으며 어떤 게스트가 등장한다가 중요할 뿐, <뜻밖의 Q>가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뒷전이었다. 진행자와 게스트를 강조하는 홍보는 <뜻밖의 Q> 뿐만 아니라, 새로 시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흔히 쓰이는 수법이다. 그래도 최근 선보인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은 진행자와 게스트 외에도 기존의 예능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허나 <뜻밖의 Q>는 첫 회 방영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회는 건너뛰고, 2회부터 보시라.”라는 놀라운 말을 남긴다. 


그래도 1회의 연출 실패를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들의 탓으로 돌린 최행호PD의 심경 토로에 비하면, 1회 말고 2회부터 보라는 말은 애교처럼 들린다. 1회 마지막 장면에서도 등장한 최행호 PD의 고백처럼, 예능감 없는 가수들의 출연 때문에 연출에 미스가 있었다고 치자. 그런데 편집으로도 살릴 수 없었다는 가수들을 섭외한 이는 <뜻밖의 Q> 제작진이고, 이 또한 제작진의 책임이다. 허나 <뜻밖의 Q>는 자기들이 보아도 할 말 없다는 결과물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 뒤에 노잼 가수들 탓으로 돌리며 1회 부진에 대한 책임을 어물쩍 넘어가고자 한다. 


뮤직 퀴즈쇼 <뜻밖의 Q>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아예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는 <뜻밖의 Q>는 카카오톡에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직접 퀴즈 문제를 응모받고 있으며, 스타 유튜버들이 출제자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는 차원을 넘어,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판을 짜고자 한다. 제작진들의 셀프 비판을 돋보이게 하는 B급 감성의 편집도 눈에 띈다. 그러나 <뜻밖의 Q>는 이 모든 장점들이 하나로 어울러지지 못한다. 어수선한 구성은 둘째치고 최신 트렌드를 결집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올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21세기 예능을 지향하지만 자꾸만 시대착오적인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뜻밖의 Q>.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시작 전부터 일부 시청자들에게 식상 하다고 지적받은 전현무, 이수근 진행 조합? 여성 게스트를 구색맞추기로 끼워넣은 것 같은 남성 출연자 일색? 산만한 구성과 진행? 


하지만 <뜻밖의 Q>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퀴즈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2회가 끝나자마자 <뜻밖의 Q>는 ‘세트도 바꾸었는데 이제 뭘 바꾸어야 하나’는 셀프 디스를 연발하며 3회에는 더욱 강력한 게스트로 웃음을 선사할 것을 다짐한다. 그런데 프로그램 자체가 가진 정체성과 매력이 터무니 부족한 현실에서 게스트 빨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제 딱 2회만 방영 했을 뿐이지만, 게스트에 의존한 나머지, 급기야 농담반 진담반 게스트에게 노잼의 화살까지 돌리는 <뜻밖의 Q>의 시작이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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