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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의 마지막 영화. 우리의 인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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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조나단 창)의 외삼촌 아디(진희성)의 결혼식으로 시작하는 <하나 그리고 둘>(2000)은 양양의 외할머니의 장례식으로 마무리된다. 일년 중 가장 길하다는 날에 아디의 결혼식을 올린 양양의 가족들은 이날 훗날 그들 각각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과 사건과 조우하게 된다. 




양양의 아버지 NJ(오념진)은 30년만에 첫사랑과 마주치고, 아디의 옛 애인은 결혼식 피로연장에 찾아와 난동을 피운다. 몸이 좋지 않은 외할머니를 모시고 집에 잠시 들린 양양의 누나 팅팅(켈리 리)는 옆집에 새로 이사온 리리와 그녀의 남자친구 패티와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디의 결혼식을 마친 양양의 가족들은 양양의 외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러갔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그래서 양양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늘 불안에 떨고 있으며, 행여나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잘 풀리지 않을까봐 조바심을 내고 주변인들을 닦달한다. 





때로는 불행한 일을 대비하기 위해 점괘도 보고 신에게 기도도 드려본다. 그렇게 불운을 피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해보았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불시에 나타나 사람들을 즐겁게 혹은 괴롭게 만든다. 


가족들이 이런저런 일로 괴로워하는 사이, 유일하게 폭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켜나있는 것처럼 보이는 양양은 카메라를 든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은 남들이 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양양은 아버지 NJ(오념진)의 조언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이것저것 찍기 시작한다. ‘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없지만, ‘나’ 아닌 누군가는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다. 




영화 속 대사를 빌러, 영화는 현실과 닮아 있기에, 영화 속 등장 인물을 바라보며,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우리의 뒷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양양의 가족들에게 벌어진 수많은 일들을 강건너 불구경 하듯, 때로는 마치 자기 일처럼 가슴아파하며 마음 졸이며 바라보던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마주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만들어진지 18년이 지난 지금도, 에드워드 양이 마지막으로 남긴 <하나 그리고 둘>이 인생 영화로 회자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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