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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백종원의 골목식당' 음식장사에 개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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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장사에서 개성이란 무엇인가." 

남들과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없으면 성공하기 정말 어려운 세상, 개성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 개성도 탄탄한 기본기가 받쳐줘야 더욱 빛이 나는 법. 언제부턴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기본'이다.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해 보이기까지 했던 해방촌의 원테이블이 화제가 된 이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백종원의 뒷목을 잡게 하는, 음식 장사에 대한 기본기가 현격히 떨어지는 음식점 사장들의 등장이 줄을 잇기 시작한다. 그 때마다 백종원은 핏대를 올리며 '기본'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외쳤고, 어느덧 대전 청년구단까지 이르게 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여전히 기본의 중요성을 설파 하며 음식장사가 처음인 초보 사장들을 다그치고 있다. 

그래도 대전 청년구단 사장님들을 포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했던 음식점 사장들은 행운아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다는 소위 방송빨을 떠나 자신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콕 찝어서 알려주는 귀인을 만난다는거 정말 흔한 경험이 아니다. 방송을 놓고 떠나 자신이 수십년 동안 힘들게 쌓은 음식 장사 노하우와 통계치를 아낌없이 전수해준다는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백종원은 물론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백종원이 어디서 돈주고 사서 듣지도 못하는 귀한 노하우를 알려 준다고 한들, 배우는 사람이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도로 아미타불인 것을 말이다. 

지난 26일 방영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과 그 이전에 출연했던 젊은 사장님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싶어하는 젊은 사장님들의 고충과 고민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백종원의 조언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계속 하고 싶다면 때때로 현실과의 타협도 필요한 법이다. 

만약 대전 청년구단이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망원동, 성수동, 익선동, 한남동이라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힙한 스타일의 음식과 인테리어로 비슷한 또래의 취향을 저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전 청년구단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에서, 시장 단골도 찾기조차 어려운 후미진 곳에 놓여있는 최악의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백종원은 방송 후광효과가 끝난 이후에도 시장 상인들과 손님들이 찾을 수 있는 일정수준의 맛과 메뉴를 요구했고, 그에 대한 선택은 어디까지 사장님들의 판단에 달려있다. 

꼭 백종원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백종원의 골목식당> 충무로 필스트리트 편에서 멸치 육수문제로 백종원과 심각한 갈등을 벌였던 필동 국숫집은 방송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매출은 방송 타기 전보다 크게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면 안되는 사실은 필동멸치국수 사장님은 몇 십년 동안 요식업에 종사한 실력자 이고, 다만 재료 원가를 낮추는 방식에 있어서 백종원과 이견을 보였을 뿐이지, 결코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난 26일 추석특집 <백종원의 골목식당:명예의 전당>에서 드러난 것처럼 필동 멸치국수만의 진한 국물을 사랑하는 단골들도 상당하다. 

백종원이 말하는 기본이란 이것이다. 필동멸치국수는 국숫집으로 기본 이상의 맛을 갖추었고, 다만 그 국숫집만의 개성을 찾는 과정에서 가격문제를 두고 백종원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필동멸치국수의 개성있는 육수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음식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맛이 떨어지는데 그 와중에 개성을 찾는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는 음식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진리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때때로 현실에 타협할 줄도 알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해서 나만의 개성을 만들어 가는 것. 그나저나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을 보니, 최근 추석연휴 직전 sns을 뒤짚어 놓았던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칼럼 한구절이 생각난다. 과연 '기본'이란 무엇인가. '개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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