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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눈이 부시게'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혜자. 지금까지 이런 반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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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젊은 내가 늙은 꿈을 꾼 건지, 늙은 내가 젊은 꿈을 꾼 건지. 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습니다." (JTBC <눈이 부시게> 10회 엔딩 대사 중) 



25살 김혜자에서 70대 할머니가 된 김혜자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의문이 지난 12일 방영한 JTBC <눈이 부시게> 10회 엔딩에서 모든 것이 풀렸다. 이 모든게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 김혜자(김혜자 분)의 꿈이었음을. 25살 김혜자(한지민 분)은 할머니 김혜자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찬란하고 눈이 부신 과거 였고, 짐작하건대 혜자는 25살 때 불의의 사건으로 사랑하는 남편 이준하(남주혁 분)을 잃었던 것 같다. 그리고 죽은 남편과 어딘가 모른게 닮아 있던 요양원 의사 김상현(남주혁 분)을 보고, 남편이 다시 자신의 곁에 돌아온 것 같은 환상에 젖었던 것. 


과거의 기억에만 머물러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답고 환상적이고 가슴 먹먹하게 담아낸 드라마가 또 있었을까. <눈이 부시게>를 두고 지루하다, 너무 우울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허술 하다는 지적이 상당 했지만, 사실은 젊은 시절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그와 잠시 나눴던 추억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백일몽 이었던 것이다. 



"나의 인생이 불행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신과 행복했던 기억부터 불행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기억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기억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무섭습니다." (JTBC <눈이 부시게> 11회 예고편 대사 중) 


알츠 하이머는 인간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 잊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기억이라면 잊고 사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기억과 추억의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사람이 그 기억마저 사라진다면? 알츠하이머에 걸린 이후 자신의 아들(안내상 분), 며느리(이정은 분)을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등 중요한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린 혜자는 오직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과의 추억 만은 잊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것만큼은 잊지 않으려고 하는 혜자의 필사적인 몸부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인을 25살 김혜자라고 생각하는 김혜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라는 반전이 등장한 <눈이 부시게>의 남은 2회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100% 사전 제작으로 진행된 <눈이 부시게>는 이미 지난해에 예정된 12회 분량의 모든 촬영이 종료된 상태라고 한다. <눈이 부시게>는 기존의 타임슬립 드라마와는 매우 다르다는 배우 김혜자의 말이 드라마를 둘러싼 모든 의문이 풀린 지금에서야 다르게 들린다. 



타임슬립 드라마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남편이 살아있던 25살로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김혜자의 애틋한 이야기를 다룬 <눈이 부시게>가 선사한 반전은 강렬하고도 가슴 먹먹 하게 다가온다. 드라마 속 혜자 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돌이키고 싶은 후회스러운 과거가 하나 둘 씩은 있기에. 그래서 부디 혜자 할머니가 남편과의 좋았던 기억만은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했던, 불행했던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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