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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종영 '왜그래 풍상씨' 간 이식 논란 속에도 가족 드라마 감동 선사한 유종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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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K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들이 하나같이 '간이식'을 주요 갈등 요소로 내세운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 였다. 최근 '간이식'을 주제로 다룬 KBS 드라마 중, 가장 앞서 '간'을 다룬 드라마는 지난 14일 종영한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였다. 일찌감치 이풍상(유준상 분)의 간 이식을 둘러싸고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드라마를 표방 했던 <왜그래 풍상씨>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간 이식과 전혀 거리가 멀어보이던 주말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아침드라마 <비켜라 운명아>까지 간 이식 타령을 늘어놓고 있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실소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 중에서 '간 이식'을 통한 갈등과 화해를 제대로 다룬 드라마는 <왜그래 풍상씨>였다. 일찌감치 가족 간의 간 이식을 주요 소재로 설정 하기도 했고, 이를 다루는 문영남 작가의 필력도 준수했다. 흔히 문영남 작가를 두고 막장 대모라고 하는데, 여러가지 구설수에 휩싸이며 작가 은퇴를 선언한 임성한 작가, 최근 SBS <황후의 품격>으로 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순옥 작가,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 고구마 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김사경 작가에 비하면, <왜그래 풍상씨>는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했던 따뜻한 가족 드라마라는 평이다. 


시청률도 준수했다. 일찌감치 수목 드라마 채널을 선점하고 있던 <황후의 품격>보다 늦게 방영한 <왜그래 풍상씨>는 초반 <황후의 품격>에 밀려 약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서서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마지막회에 이르러서는 요즘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지난 14일 방영한 39회, 40회는 가족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해피엔딩 결말이었다. 간을 이식받지 못해 위기에 처한 이풍상은 쌍둥이 동생인 이정상(전혜빈 분), 이화상(이시영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간을 이식 받고 건강을 회복했으며, 큰 부상을 당해 마지막까지 사경을 헤매던 이외상(이창엽 분) 또한 의식을 회복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간 이풍상의 속을 썩이던 철없는 동생들이 정신을 차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등장 하여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하였다. 남편 이풍상의 진상 동생들 때문에 이풍상과 자주 다퉜던 아내 간분실(신동미 분) 또한 형, 오빠의 회복을 기원하는 시동생들의 진심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형적인 가족의 화해를 그린 <왜그래 풍상씨>의 결말이 탁월한 것은, 해피엔딩을 이유로 모든 인물들 간 억지 갈등 봉합을 꽤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동생들에게 간을 이식받고 건강해진 이풍상과 이풍상의 동생들이 모두 모인 가족 모임에서, 위기에 처한 아들 풍상을 앞에 두고도 이기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충격에 빠트리던 엄마 노양심(이보희 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왜그래 풍상씨>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에서 끝까지 자식들의 뽕을 빼는 나쁜 엄마의 전형적인 캐릭터이며, 끝까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는 가엾은 인간이라고 소개된 노양심은 문영남 작가 의지 그대로 끝까지 노양심 이었다. 다만, 이풍상의 화기애애한 가족 모임 중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것으로 끝나며, 노양심이 자식들을 찾아온다는 여지를 남기는 정도 였다. 


그간 문영남표 드라마 뿐 아니라 가족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해피엔딩 이었지만, 그럼에도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이 반응이 좋았던 것은 그만큼 현실 세상이 많이 각박해 졌다는 의미 아닐까. 더군다나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잔인하고 비극적으로 진행되는 드라마가 많아진 만큼, 때로는 <왜그래 풍상씨>처럼 따뜻한 재미가 있는 작품을 더 찾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정말 뜬금없고 생뚱맞게 간 이식 타령이나 하는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왜그래 풍상씨>는 비교적 설득력 있는 전개와 진행을 보여줬다는 것도 주효했다. 



그간 문영남 작가의 주특기인 '막장' 요소가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막장과 짠내 감동을 적절히 오가며 공중파 평일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20%대 시청률을 기록한 <왜그래 풍상씨>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많은 사람들의 박수 속에 영예로운 퇴장을 할 수 있었다. 간 이식 특수라고 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황당한 설정으로 시청률 올리기에만 급급한 다른 공영방송 드라마들도 부디 <왜그래 풍상씨> 정도의 감동과 완성도를 보여주기를. 문영남 작가의 필력과 유준상, 오지호, 전혜빈, 이시영, 신동미, 이보희, 박인환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가족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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