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가족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를 통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김승현 가족 에피소드가 점점 시트콤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리얼을 표방한다고 한들 예능이라는 특성상 어느정도 대본, 설정이 있기 마련이고, 2017년부터 <살림남2>에 장기 출연한 김승현 가족 같은 경우에는 이미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거의 다 나왔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아예 가족 시트콤처럼 진행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방영한 <살림남2> 에피소드는 최근 가족 모두 우유 CF에 출연하는 등, 방송, 광고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는 김승현 가족의 현재 위상을 생각하면 조금 억지라는 생각도 든다.

 

이날 <살림남2>에서 방영한 에피소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나날이 심해지는 미세먼지에 공기청정기를 집에 들이고 싶은 김승현 엄마 백옥자의 성화에 김승현은 아버지 김언중과 어머니를 모시고 집 근처 대형 가전제품 매장을 찾아간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싼 공기청정기 포함, 청소기, 세탁기, 안마의자 등 이것저것 사고 싶어하는 어머니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린고비 아버지가 티격태격 갈등을 벌이는 사이, 최근 TV 출연도 하고 행사도 해서 여유가 생겼다는 김승현이 어머니가 구입하고 싶어하는 가전제품을 흔쾌히 결제하는 모습을 보여 부모님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김승현의 통 큰 효도에는 놀랄만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 그에게 갑자기 목돈이 생긴 것은 급격히 늘어난 방송, 행사 출연이 아니라 전세로 살던 옥탑방이 집주인의 요청에 의해 월세로 돌려짐에 따라, 보증금 차액을 돌려받아 생긴 돈이었다. 이 사실을 안 김승현의 부모님은 분노했고, 결국 어머니는 김승현이 구매한 모든 가전제품을 취소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대본 상 설정이라고 해도, <살림남2>를 통해 지금처럼 광고도 찍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신년회에 참석하는 등 범국민적인 인기를 얻기 전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물론, 최근 몇몇 광고, 행사 출연 덕분에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쥔다고 해도, 그간 근검절약이 몸이 베인 김승현 부모 성향상 흥청망청 쓰지는 않을 것 같기에 가능한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가족 전체가 공중파 예능에 몇 년 넘게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광고 촬영도 하는 등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정작 배우 김승현의 개인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전세를 월세로 돌려 생긴 보증금 차액으로 부모님께 가전제품을 사드리는 에피소드에 약간이나마 설득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수십년 동안 한 업종에 종사해온 성실함과 근검절약이 몸이 베인 부모 밑에서 아직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김승현 형제와 그런 아들들을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자식들과 손녀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김승현 부모의 애끓는 가족사랑은 그들 못지 않게 부모, 자식 때문에 속을 썩이는 보통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고, 가족 때문에 울고 웃는 김승현 가족의 평범한 일상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렇게 인기를 얻은 후 공중파 예능 장기 근속 출연에 광고까지 찍은 스타 가족이 되었지만, <살림남2> 김승현 가족은 넉넉지 않은 벌이에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그의 집에 얹혀사는 아들들의 형편을 걱정하고, 수백만원 가전제품에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인다. PPL 협찬 포함 설정이 의심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맛깔나게 보여주고 있는 김승현 가족에게 아예 대놓고 가족 시트콤을 허하는 것이 어떨까. 이미 <살림남2>에서 리얼 예능이 아닌 한 편의 잘 짜여진 가족 시트콤을 보여주고 있는 김승현 가족이긴 하지만 말이다. 

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