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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거리의 만찬' 김용민 하차에도 MC교체 반대 여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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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제가 KBS 2TV ‘거리의 만찬(매주 일요일 밤 11시)에서 신현준 배우와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 2월 16일 첫 방송입니다. 목소리 작은 이웃의 든든한 스피커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사 평론가 김용민이 배우 신현준과 오는 16일 방영하는 KBS <거리의 만찬> 시즌2 새 진행자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SNS을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일부 시청자들은 과거 김용민이 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전 국방장관에 대한 폭력적 발언을 비롯한 반 페미니즘 성향을 지적하며 과연 그가 <거리의 만찬>의 상징이기도 한 여성주의 시선의 진행을 보여줄 것인지에 관한 의구심을 제기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지난 4일 한국방송 시청자권익센터에 올라온 '<거리의 만찬> MC 바꾸지 말아주세요.' 제목의 청원의 글이 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프로그램 뜨고 난 후 남성mc로 바꾸는 거 굉장히 치졸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새mc중 한 명 인 김용민 씨는 '미국 여성장관을 성폭행 해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 있습니다. 공인으로서 가릴 말은 가리고, 논란이 될 것 생각해서 발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사회가 변합니다. 양희은 님, 박미선 님, 이지혜 님이 mc그대로 진행하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6일 오전 9시 현재 이 청원글에는 8,701여명이 동의를 눌렀다. 참고로 한국방송의 시청자 청원은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 청원은 올라온 지 약 이틀 만에 10,000명에 가까운 동의가 눌러진 셈이다. 

 

결국 김용민은 <거리의 만찬> 자진하차를 택했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하신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제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다. 거리의 만찬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 그 후 좀 시끄럽다. 청원이 장난아니다!" (양희은 인스타그램 중)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거리의 만찬> 하차에 대한 소감을 밝힌 양희은에 이어 지난 6일 방영한 KBS2 <해피투게더4>에 출연한 박미선, 이지혜 또한 "<거리의 만찬>의 갑작스러운 하차, 종방 통보"임을 언급하며 <거리의 만찬>의 하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한편 지난 6일 <거리의 만찬> 진행자 교체를 반대하는 시청자 청원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소집한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이창현)는 김용민의 <거리의 만찬> 자진하차 소식을 알리며, "<거리의 만찬> 새 시즌 방송 시점을 미루고 후임 진행자를 새로 찾는 등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정비하겠다."며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거리의 만찬>이 지향하는 프로그램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한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전체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 진행자 전원을 교체하고 논란이 많은 남성 진행자를 기용하려 한 시도를 보고, 제작 현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다" (임윤옥 KBS 시청자위원) 

 

김용민의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남성 중심 시사 프로그램만 즐비하던 한국 방송계에서 정말 보기드물게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인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구태여 바꿀 필요성이 있을까? 지난 19일 시즌1을 마친 KBS2 <거리의 만찬>은 기존의 남성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단순히 이슈 현장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현장 속 사람들과 연대감이 돋보인 요즘 보기 드문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투쟁한 발달장애인 학부모들이 출연한 1회를 시작으로 낙태, 성소수자, 청소년 인권, 맘카페,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사고, 스쿨미투 등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이슈들을 여성의 시선에서 다루고자 했던 <거리의 만찬>은 표면적인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과 지지가 끊이지 않았던 방송이었다. 

 

시사프로그램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던 <거리의 만찬>이기에 오는 16일 새로이 시작되는 <거리의 만찬> 시즌2 또한 여성주의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영방송의 품격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이후 SNS를 통해 알려진 <거리의 만찬>시즌2 진행자 교체 소식은 여성 진행자들의 이슈 현장 토크가 돋보였던 <거리의 만찬>의 정체성까지 뒤바꾸는 의외의 결정이었다. 

 

<거리의 만찬> 진행자가 교체된 주된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장성 강화였다. 지난 5일 미디어오늘의 인터뷰에 응한 해당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프로그램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고 시즌2에서는 현장성을 강화할 것이며 시즌1에서의 주제와 연결성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며 "스튜디오에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 현장으로 직접 가고, 예를 들어 어떤 곳에서 파업하면 그 현장에 직접 가겠다. 현장에서 그들과 같이 식사하고 직접 현장을 보여주겠다. 물론 특별한 성별이 현장에 부합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고, 눈에 띄는 변화가 필요했다”고 덧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의 만찬>을 파일럿부터 지켜본 시청자들은 잘 안다. 여성 진행자들이 주축이 된 <거리의 만찬> 시즌1 또한 현장성이 매우 강한 프로그램이었고, 진행자들이 KTX 여성 승무원 투쟁 현장, 고속도로 톨케이트 요금 수납원 농성 현장 등 이슈 현장에 뛰어들어 그 속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매우 잘 보여줬음을 말이다. 설령 시청률과 시즌1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주제, 이슈 개발을 위해 출연진 일부를 교체한다 하더라도 현장성 강화를 명분으로 MC 전원, 진행자 성별까지 교체하고자 했던 KBS 측의 판단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여성 세 명이 모여서 사회를 본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우리만큼 (<거리의 만찬> 진행을) 잘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바뀝니다." (<거리의 만찬> 시즌1 종영 당시 MC들의 멘트) 

 

<거리의 만찬> 진행자 교체 논란에 대해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한 KBS 측은 <거리의 만찬> 새 시즌 방송을 미루고 더욱 신중하게 후임 진행자를 새로 찾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외된 이웃, 현장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것이 <거리의 만찬>의 지향점이라면, 그 기획의도에 맞게 누구보다 현장 의 목소리에 귀 기울어 줄 수 있는 진행자는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왔던 박미선, 양희은, 이지혜가 아닐까? 박미선, 양희은, 이지혜로 대변되는 다양한 세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의 고군분투가 돋보였던 <거리의 만찬> 진행자 교체 반대와 기존 MC 체제로 조속한 방송 재개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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