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이상 종로의 문화중심지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던 오는 31일 아쉬운 영업종료를 앞두고 서울극장이 감사의 마음을 담은 마지막 인사로, ‘고맙습니다 상영회’를 개최한다. 8월 11일(수)부터 8월 31일(화)까지 3주간 진행 예정인 이 상영회는 하루 제한된 인원에게 선착순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라인업은 일반 개봉 영화와 하반기 개봉 예정인 프리미어 상영작, 그리고 그간 서울극장의 다양한 기획전에 상영 검토되다가 아쉽게 누락되었던 명작 영화를 포함한다.
우선 올 여름 텐트폴 영화들이 상영회 영화로 개봉일에 맞춰 예매 오픈 될 예정이다. 최고의 기대작이자 류승완 감독의 1991년 소말리아 내전 생존기 <모가디슈>와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되는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 <인질> 등 8월 극장가 화제작들이 무료 상영회로 진행된다.
또한 2021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4편의 상영작을 프리미어로 만나볼 수 있다. 남편의 죽음 후 맞이하게 되는 두 여자의 감정선을 유려하게 담아낸 수작 <사랑 후의 두 여자>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연출작이자 틸다 스윈튼의 열연이 돋보이는 <휴먼 보이스>가 상영 예정이다. 그리고 <아멜리에>를 이을 동화 같은 유럽발 로맨틱 코미디 <아웃 오브 마이 리그>와 2020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이자 까이에 뒤 시네마 TOP5에 이름을 올린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이 상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다양성 영화들은 시네필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퇴색되지 않을 명작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그간 서울극장의 다양한 기획전에 상영 검토되다가 아쉽게 누락된 영화들로 제 67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실화 바탕의 스릴러 영화 <폭스캐처>, <결혼 이야기> 감독의 노아 바움백이 연출하고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감독이 주연으로 나선 매력적인 흑백 청춘영화 <프란시스 하>가 상영회의 문을 연다. ‘가족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힐링 가족 영화 <걸어도 걸어도>, ‘여름’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잔혹 동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가수 ‘로드리게즈’의 정체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 아름다운 자연과 삶에 관한 성찰을 담아낸 수작 <흐르는 강물처럼> 외에도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로 꼽히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라인업에 올랐다. 또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용서와 사랑에 관한 흑백영화인 <프란츠>, 퐁네프 다리 위에서 서로를 치유해가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퐁네프의 연인들>, 아름다운 색감과 감각적인 연출로 수많은 영화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몽상가들>, 영상, 스토리, 음악, 연기 모든 것이 완벽한 천재적 작품이라 불리우는 <미스터 노바디: 감독판>, 이탈리아 거장 레오 까락스 감독 작품으로 2013년 ‘올해의 영화 TOP1’으로 선정되었던 <홀리 모터스>,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숨은 명작 스릴러 <서스피션> 외에도 ‘컬트 영화의 제왕’ 데이빗 린치 감독의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관한 탐구를 그린 <로스트 하이웨이>도 상영된다.
마지막으로 서울극장의 역사를 함께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아 합동영화사 작품 1편이 특별상영된다. 합동영화사와 서울극장의 설립자인 故곽정환 회장이 연출하고 現고은아 회장이 주연한 <쥐띠부인>은 1972년 제작되었으며 대종상 건전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도금봉), 조명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고맙습니다 상영회’는 상영회 기간 내 서울극장 현장 발권 티켓 분에 한하여 평일 100명 주말 200명에게 선착순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극장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서울극장은 지난 7월 2일 (금), 홈페이지를 통해 영업종료 안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오는 8월 31일 (화)를 마지막으로 서울극장의 모든 영업을 종료한다.
현재 영화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직면해 있다. 비대면 문화에 이은 극장 관객수 급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플랫폼의 약진 등의 생태 변화를 맞으며 영화관은 끝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서울극장의 영업 종료 원인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와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도전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극장의 영업 종료가 더욱 아쉬운 건, 서울극장이 가진 유구한 역사 때문이다. 서울극장을 운영하는 ‘합동영화사’는 1964년 영화 <주유천하>를 시작으로 247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한 한국의 역사 깊은 대표 영화제작사다. <빠삐용>, <미션> 외 약 100여편의 외화를 수입/배급하며 한국 영화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쥐띠부인>, <홍의 장군> 등 여러 영화들이 대종상영화제의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명실상부한 제작 명가로 자리잡았다.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으로 활동했던 합동영화사의 故곽정환 회장이 1978년, 종로 세기극장을 인수하고 이름을 바꾸어 탄생시킨 극장이 지금의 서울극장이다.
서울극장은 단성사와 피카디리, 허리우드, 스카라, 국도극장, 대한극장 등과 함께 우리나라 70년대 영화관 전성기를 이끌었던 한국영화계의 메카였다. 1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했던 서울극장은 점차 총 11개의 상영관을 갖추게 되며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로 자리매김하였으며, 2013년에는 ‘미래 문화 유산’으로 선정되며 역사 깊은 문화 중심지로서의 가치를 더 빛냈다. 그 후 최신 개봉작들 뿐만 아니라 여러 독립•예술 영화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하며 매 시대 영화의 흐름과 함께하였고 예술 영화관으로서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하였다.
허나 합동영화사는 종로 3가 서울극장의 영업을 종료하면서 영화에 국한되지 않은 콘텐츠 투자 및 제작과 새로운 형태의 극장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 하여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대중과 호흡해온 합동영화사가 새롭게 만들어갈 도전와 변화의 밑거름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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