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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전망대

현대건설 코보컵 승리 주역 정지윤이 보여준 한국 배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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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하 현대건설)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1 KOVO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대회(이하 코보컵)는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통해 한층 성장한 선수들의 저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4강 신화를 일군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인기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여자배구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 열린 코보컵은 소속팀으로 돌아온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시 코트 위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흥행이 예고되어왔다. 

 

허나 도쿄올림픽 여정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온 지 불과 2주 뒤에 열린 코보컵이었기 때문에 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선수들은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고 대다수 구단들도 이러한 선수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아예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컨디션을 고려하여 교체 멤버로 출전시키는 유연한 운용을 보여주었다. 반면 IBK 기업은행 알토스(이하 기업은행)의 서남원 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부상 투혼을 보여주었던 김희진의 무릎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첫날부터 무리하게 교체 투입시키며 전적으로 김희진에게만 의존하는 경기 운용으로 많은 배구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어깨부상이 있는 주전 레프트 이소영에게 휴식을 준 KGC 인삼공사(이하 인삼공사)의 행보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지점이다. 

 

올림픽 출전 선수가 없었던 흥국생명을 제외한 5개 구단 모두 핵심 전력이 올림픽 국가대표로 차출되었던 상황에서 2021 코보컵은 그간 출전 기회가 많이 없었던 신인 선수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역시나 이번 코보컵에도 인삼공사 이선우, GS칼텍스 문지윤, 권민지, 기업은행 최정민, 흥국생명 이주아, 현대건설 김다인 등 지난 시즌에 비해서 괄목한 성장을 보여준 선수들이 눈에 띄었고 오는 10월 개막하는 정규리그 시즌에서의 활약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코보컵에서 맹활약을 보여준 선수들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는 단연 우승팀 현대건설의 재건에 일조한 센터 이다현과 정지윤이었다. 지난 29일 GS칼텍스와의 결승전에서 1세트 교체 출전한 정지윤은 아포짓(라이트), 윙스파이커, 미들브로커를 모두 소화함은 물론 파워풀한 공격력과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며 교체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코보컵 MVP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정지윤과 함께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블로킹과 이동공격력을 보여준 이다현은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하며 도쿄올림픽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팀선배 양효진의 뒤를 잇는 대형 센터(미들블로커)로서 기대감을 자아나게 한다. 

 

압도적인 득표로 MVP를 수상할 정도로 코보컵 결승전은 '한국 배구의 미래' 정지윤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마음껏 보여준 무대였다. 그간 팀내에서는 미들블로커 포지션을 맡아왔지만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터라 윙스파이커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아온 정지윤은 얼마전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도쿄올림픽 기간 내내 정지윤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던 배구황제 김연경이 정지윤의 레프트(윙스파이커) 전향을 강력히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제가 리시브나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아니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니 많이 연습하고 울기도 많이 울어야 할 것"

"제가 리시브를 못 하는 것은 솔직히 당연하다. 하지만 한 경기 못 했다고 무너지는 나약한 마음가짐으로는 뭘 하든 발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연구하고 마음을 강하게 먹자고 생각했다"  -정지윤, 결승전 이후 인터뷰 중 -

 

팀내에서는 미들브로커(센터)로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김희진과 함께 라이트(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했던 정지윤도 김연경을 포함한 배구 관계자들의 조언과 요청에 힘입어 레프트로의 포지션 변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다만 레프트 도전은 처음인지라 리시브와 수비의 취약점이 상당하긴 하지만,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꾸준한 연습과 단단한 각오를 다짐하는 마인드가 참 좋다. 코보컵으로 향후 한국 배구를 이끌 차세대 거포로서 가능성을 증명하고 더 높이 나갈 채비를 갖춘 정지윤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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