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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이은미의 집단관음증과 배다해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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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오마이뉴스에 발칙한 제목의 한 연예기사가 떴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연예기사를 보는 것 자체도 쉽지만은 않습니다만, 기사를 보니 역시 오마이뉴스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마이뉴스 기자 중에서도 고참격인 여기자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는 여가수 이은미를 인터뷰했습니다. 일단 오마이뉴스다운 긴 기사내용보다도 제목이 확 눈에 들어오더군요. '걸그룹 꿀벅지? 집단관음증에 소름끼친다' 저번주인가 신해철이 한 '모든 40대가 소녀시대에 열광하면 사회적으로 문제있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발언이군요. 그 때 신해철의 주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은 좋지않다고 포스팅한 사람으로서 이번 이은미의 발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신해철이나 이은미같은 음악가들이 봤을 때 지금 가요계가 참 한심스럽게 흘려가고 있다는 것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표현의 차이이겠지만, 지금 아이돌 편중 위주 가요계는 많은 대중문화 종사자들이 지적을 했던 부분입니다. 공식적으로 카라 팬을 자청했던 유희열도 그랬고, 평소 말이 없기로 소문난 시나위의 신대철도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으니까요. 하긴 점점 그네들이 설자리가 부족해지는 마당이니, 당연히 지금 상황에 대해서 좋지 않게 평가할 수도 있겠죠. 그야말로 지금은 노래다운 노래들로 밥먹고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으니까요.

7월 18일 kbs2tv남자의 자격 합창단 오디션편에 한 이름모를 신인여가수가 등장했습니다. 지금 kbs가 파업중인데 구태어 방송하는 남자의 자격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일단 제 아버지가 즐겨보시기에 우연히 그 가수가 나오는 장면만 보았습니다. 신인가수 바닐라 루시의 배다해라는 말에 또 한명의 이참에 뜨고 싶어하는 연예인 지망생이 나오시나 해서 웬지모를 반감이 들더군요. 얼굴만 이쁘장한 신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띄우기는 스친소나 장미의 전쟁, 뜨거운 형제들로 충분하니까요. 생각해보니까 이 프로그램 총 cp가 예전에 장미의 전쟁 연출가였지라는 별 쓰잘데기없는 생각까지 떠오르더군요. 그러나 그 무명 신인가수의 노래를 듣고나서 제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이런 능력자를 써먹지 못하는 대한민국 가요계의 현실을 한탄하면서요.

아이돌의 댄스음악 위주의 가요계에서 바이올린,첼로,섹소폰을 들고 다니는 크로스오버 그룹을 만든다는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모험입니다. 저는 클래식이나 일렉트로닉스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나, 만약 제가 음악 제작가라면 솔직히 바닐라루시같은 그룹은 꿈도 못꾸었을 겁니다. 가뜩이나 협소한 음악 시장에서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클래식, 크로스오버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죠. 그래서 바닐라루시같은 그룹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입니다. 일명 연예계에 꽤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제야 지난 5월 14일 뮤직뱅크를 통해서 티비출연도 했다는 바닐라 루시를 알게되었다는 것에 대해 제 음악적 지식의 협소함에 다시한번 부끄러움을 느꼈구요.

개인적으로는 고 김광석의 통기타 음악과 하모니카에 맞춘 애절한 음색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리,구하라의 깜찍한 모습에 흐뭇한 모습을 짓는 언니팬으로서 아이돌 음악이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돌의 음악이 인기를 끄는 만큼, 가창력과 음악성만으로 승부를 보는 가수들 역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야하지 않을까요? 진짜 걸그룹의 노래보다 그들의 얼굴과 몸매에 열광하는 현재 상황이 이은미가 말하는 집단관음증인지, 신해철 식대로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음악을 좋아하고, 실력있는 가수들이 제대로 빛을 못보고 있긴하네요.
 
만약에 바닐라 루시의 보컬 배다해가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지 않았다만, 아예 남자의 자격이 연예 기획사의 상업적 논리와 현 가요계 상황때문에 빛을 못보는 뮤지컬 배우, 가수 지망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는 바닐라 루시가 누구인지 배다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살고 있었겠죠. 비단 배다해뿐만 아닙니다. 지금 이 사회가 아직 실력이 드러나지 않은 능력자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고,키우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건 그렇고 과연 남자의 자격으로 갑작스런 주목을 받은 배다해의 인기가 지속될지, 아니면 스친소, 뜨거운 형제들 소개팅녀들처럼 방송 다음날까지만 주목받고 짜게 식을 건지는 우리 대중들의 음악감상 편향성에 따라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리 언론에서는 아이돌들의 몸매만 띄워준다고해도, 우리 스스로가 아이돌 음악말고 다른 음악에도 귀를 귀울이는 노력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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