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무도 박명수. 왜 지산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되었을까?

반응형





9월 11일 무한도전은 뭉클한 감동과 씁쓸한 굴욕이 교차하던 한 회가 아닐까 싶네요. 예매개시 1분도 채 안되서 4000천 가량의 표가 매진되고, 암표마저 성행하여 제작진이 나서서 자제하는 해프닝이 벌여졌던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폭풍 감동을 뒤로하고, 라디오로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400명은 될까말까한, 무한도전 최대 굴욕(?)의 장면이 연출 되었습니다.

우선 이 굴욕적인 콘서트를 먼저 제안한 쪽은 김태호PD였습니다. 한창 레슬링 연습이 막바지로 접어들무렵 김태호PD는 박명수에게 지산 락 페스티벌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자고 제안합니다. 지산 락 페스티벌이 어떤 무대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박명수는 그저 단독 콘서트를 한다는 그 자체에 설레였고, 결국 라디오에 자신이 락 페스티벌에 참가한다고 온 동네방네 소문냅니다. 당연히 뮤즈 등 쉽게 볼 수 없는 락커들을 볼 수 있다는 기다림 하나로 지산 락 페스티벌에서 텐트 신세도 마다하지 않는 록 마니아들에게는 발끈한 소식이었고, 반면 뮤즈보다도 무한도전이 더 좋은 보통 20대들에게는 평소 관심조차 안가지던(?) 지산 락 페스티벌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나타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희소식이였죠.


결국 박명수와 무한도전은 지산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였고, 예상대로 뮤즈에게 밀려 참담한 공연을 펼칩니다. 극과 극으로 뮤즈와 측면대결을 펼쳐야하는 박명수에게는 그야말로 난감한 하루였죠. 그러나 그는 7집 가수이기전에 개그맨이고, 예능인입니다.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인기스타 박명수가 예상하던 7천명에는 훨씬 밑도는 관객이었고,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나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제 박명수 덕분에 요즘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락그룹 뮤즈는 인터넷 상에서 대호황을 맞았습니다. 지산 록 페스티벌에 뮤즈가 온다는 사실만으로 무한도전을 포기할 정도로 몇 만명의 관객은 거뜬히 동원하는 뮤즈라고해도 솔직히 일부 락 마니아들에게만 신일뿐, 팝이나 락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운 일반 대중에게는 무한도전에 나와서 누구지 하고 급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심지어 어제 무한도전에 뮤즈의 3집 앨범 수록곡 'Time is running out"이 나오자마자 주요 음원 실시간 차트에 실시간에 랭킹될 정도로 뮤즈는 흥했습니다. 한 콘서트장에 7만 5천명은 동원할 수 있고, 한국의 락 마니아들에도 2박 3일 텐트 투혼을 펼치게 할 정도로 신같은 존재일지 몰라도,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무한도전에 나와서 아 저 그룹 노래 좋다 이 소리가 나오게 된거죠.

김태호PD. 정말 지산 락 페스티벌이 어떤 무대인지 모르고 무리수?

여기서 왜 박명수를 지산 락 페스티벌 무대에 올리는 무리수를 감행한 김태호PD의 의중이 궁금합니다. 공연 당일 대책회의 당시 길이 지적한대로 제아무리 다른 장르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고해도 욕먹는 무대가 바로 락 페스티벌입니다. 락 마니아들에게는 락이 전부일 수도 있겠고, 또 가뜩이나 설자리가 줄어드는 락을 위한 무대에 다른 가수가 오는 것도 민폐로 보여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김태호PD는 유재석, 길도 아는 락커가 아닌 다른 가수가 무대에 서면 욕먹는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을까요? 아님 그래도 무한도전 멤버라고 반가워해준 락마니아들을 보았듯이, 무한도전이라 다 용서가 되는 줄 미리 알고있었을까요?



답은 박명수 공연할 때 농담삼아 다른 공연 보러가도 됩니다 라고 말한 김태호PD의 말에서 어느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애시당초 이번 박명수의 지산 록 페스티벌 주인공은 박명수가 아니라 뮤즈였습니다.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몰라도, 적어도 지산 록 페스티벌의 주인공이자 메인은 뮤즈였고, 뮤즈 공연의 피날레를 위해서 폭죽을 터트려주지 아무리 대한민국에서 최고 잘나가는 유재석, 박명수, 그리고 힙합스타 리쌍이 와도 지산 락 페스티벌의 스타는 뮤즈라는 이야기죠. 실제로 뮤즈의 관람석을 꽉꽉 채운 관객들 중에서도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청년들도 많겠지만, 그 당시에는 뮤즈가 중요하지, 박명수는 후순위로 생각하지요. (여기서 제 동생과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그래도 뮤즈를 보겠다는 저와, 난 박명수가 더 중요하다는 제 동생)

뮤즈와 정면 대결을 해도 손해보지 않았던 박명수

무한도전은 박명수가 뮤즈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뮤즈가 마지막 공연을 장식할 때의 모습을 다른 케이블 방송에서 가져와서 정면 비교하는 무리수를 둡니다. 덕분에 박명수는 희화화 되었고, 뮤즈의 존재감은 더욱더 높아갑니다. 또한 대 뮤지션 뮤즈와 전면적으로 대결을 함에도 불구하고 적은 공연 준비 시간에도 최선을 다한 무한도전 멤버들과 박명수의 열정이 돋보였던 한 회였습니다. 상대는 음악으로 전세계를 휩쓴 대단한 뮤지션들이고, 박명수는 7집을 냈다고해도 가수보다는 예능인이 본업인 엔터테이너니까요.



박명수가 아닌 뮤즈가 주인공이었던 박명수 콘서트

뮤즈를 위해 2박3일 밤도 셀 수 있다는 락 마니아들에게는 발끈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어제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무한도전의 지산 락 페스티벌 편은 지산 락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는 뮤즈의 소식보다 오히려 뮤즈가대중들 사이에서 더 화제가 되었지 않나 싶네요. 뮤즈의 공연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MNET에서 방영한 뮤즈 공연을 봐야겠지만, 결국 애시당초부터 락그룹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한국의 대중문화 현실에도 불구하고 배철수 음악캠프나, MTV, 이제는 아이돌의 신변잡기와 일부 허영녀들 취향 맞춰주기 급급하여 새벽이나 한적한 시간대에 밀린 음악방송 MNET의 팝음악 소개코너에서 알음알음 뮤즈를 알았던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방송일뿐이었다는 이야기지요. 애초부터 뮤즈의 노래를 따라하는 팬들에게 무한도전 한번 전파 탔다고 갑자기 음원사이트에서 뮤즈의 노래를 듣는 일은 없겠지만, 어찌되었든 세계적인 락 그룹인 뮤즈는 무한도전 덕을 톡톡히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어제 뮤즈의 오래전 신곡 'time is running out'이 실시간 검색어에 뜨는 것을 보니 새삼 요즘 한국 청년들은 팝 음악을 잘 안듣는다고 개탄하시던 배철수가 생각나는군요. 그래서 비록 무한도전은 굴욕은 당했지만, 적어도 유독 한국에서는 덜 유명한(?) 뮤즈를 실시간 검색어에 띄웠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졸작이 아니었나 싶네요. 생각해보니 저나 무한도전 김태호PD가 열광했던 마이클 잭슨이 유독 한국에서 저평가를 받는 것도 그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