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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우결보다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조여정과 하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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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볼 게 없었던 추석특집들이었습니다. 추석 당일 개그콘서트 장수 코너이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병만의 추석특집 달인쇼가 방송되지 않았더라면 어느 명절 특집처럼 아이돌들과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 띄우기로 일관된 특집아닌 특집이었습니다. 게다가 50%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제빵왕 김탁구도 저번주에 종영된터라, 이번 추석연휴 통틀어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김탁구 종영을 틈타 20.7%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데 다른 추석특집들 보다는 신선한 프로그램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잘생기고 호감가는 미남연예인들이 집사로 분해 어여쁜 여배우들의 시중을 들어주는 설정이었는데, 처음에 류시원이 윤세아의 그네를 밀어주는 것을 보고 당췌 이건 어떤 프로그램인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하석진이 조여정의 산책에 동행하고, 운전도 해주던데 저같은 여자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윤세아,조여정이 부러울 지경이더군요.

게다가 한류스타인 류시원이 시중드는 아가씨 윤세아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꽃등심을 구워주는 장면에서는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남동생은 아침부터 꽃등심이라고 비이냥거리기도 했지만, 아무리 난 남성에 의존적인 여성이 아니야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독립심 강한 척 한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여자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꿈꾸어왔던 장면이 아닐 수 없거든요



또한 조여정, 하석진은 시청자가 보기에도 다소 러블리한 모드로 진행되었던터라, 현재 그 방송사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가상 결혼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를 능가하는 리얼 연애상황을 나타내, 며칠 동안 조여정 하석진으로 실시간 검색어도 오르고, 이 둘의 열연(?)덕분에 프로그램이 관심을 받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MBC는 이미 리얼 연애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본 적이 있습니다. 현재 MBC의 효자 예능으로 자리잡은 '우결'역시 시작은 '여배우들의 집사'처럼 명절의 추석특집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모든 가족이 TV를 시청하고, 젊은 신세대들의 결혼이 예년보다 줄어든터라, 결혼을 장려하기 위하여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신세대 부부의 신혼생활을 여실히 잘 꼬집어 냈고, 그래서 신혼 부부는 물론,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심지어 결혼과는 다소 거리가 먼 저에게도조차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덕분에 우결은 성공적으로 정규 편성이 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죠.

허나 우결은 이제 결혼 적령기의 리얼리티한 결혼생활을 보여주겠다는 초기 의도에 벗어나, 결혼연령과는 거리가 먼 인기 아이돌들의 연애모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대세인 아이돌들이 출연하고 있는 터라, 시청률은 높은 편이지만, 실제 결혼생활을 보여주기는 어려운 형편이 되었죠.

그런 상황에서 MBC는 이번에는 한번쯤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대접다고 싶은 심리를 가진 여성. 특히 명절 전날 내내 전부치느라, 허리 펼 틈도 없이 바쁘게 지냈던 전업주부들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있는 여배우들을 추석 전날 버젓이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보통 주부들은 남편이 고기를 구워주기는 커녕, 시어머니 눈치보면서 쉬지도 못할 판에, TV속의 어여쁜 여배우들은 잘생기고 매너까지 좋은 남성들에게 시중을 받고 있으니 말이죠.


도대체 왜 MBC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 제사를 지내지 않거나 직장을 핑계로 명절음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성들을 제외하고, 명절 스트레스를 가장 최절정으로 받고 있을 법한 추석 전날 저녁에 남 염장지르는 추석특집을 내보낸 것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 방송을 보고 자신이 지금 처해있는 현실과 너무나도 괴리되어있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 이야기에 분노를 느낄법한 여성들이 오히려 이 방송에 크게 환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석진에게 공주대접받는 조여정을 보고 나도 왜인지 조여정에게 빙의된 느낌이 들었고, 나도 저렇게 대접받고 살고싶다는 여성들의 공주심리를 제대로 자극하게 되었죠. 오히려 그 방송을 보고 불편한 느낌이 드는 건 남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내들은 전 부치느라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데, 남자라는 이유로 오랜만에 안방에서 아내눈치를 슬금보면서 TV를 보거나, 아님 엄마의 비호를 받으면서(?) 이때다 싶어서 신나게 연휴를 보내고 있던 찰나, 나보다 잘생기고 인기많은 류시원, 하석진이 시중드는 아가씨를 위해서 식사대접을 하고, 일일이 시중드는 장면이 썩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죠. 또한 그 모습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을 쳐다보는 아내의 눈빛도 상당히 부담스럽게 다가오고요.

일단 누구를 상대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들에게는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조여정 하석진이 여배우의 집사로 이번 추석 연휴 통틀어 가장 화제를 모은 스타로 등극했던터라, 아마 여배우의 집사가 고정편성이 된다면, 이 커플(?)도 덩달아 고정출연을 하여, 군 휴가 나올 당시 더욱 마음을 굳혔다는 하석진의 소원(?)성취도 가능하겠구요. 시청률 또한 7.2%를 기록하여 현재 mbc에서 새로 출시한 황금시간대 예능들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하였구요.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꿀만한 소재로 애써 감추고자하는 욕망을 대신 이뤄주는 프로그램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어낼 것인지 정규편성이 되고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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