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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어른 흉내 장려하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오재무의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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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늘 아이다워야할 것을 강요합니다. 지금 부모들은 애들 공부시킨다고 아이들을 일찍 재우지는 않는 것 같으나, 제가 클 때만해도 늘 9시 이전에는 자야 착한 어린이고,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만화를 보고 동화책을 읽고 동요를 불러야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님 몰래 그 당시 최신 유행가요를 들으면서도 아직 난 초등학생인데 어른들이 듣는 가요보다도 동요를 더 많이 들어야해하면서 억지로 그 당시 어린이날마다 하는 창작동요제에서 수상을 받았던 동요들을 따라불러서 "난 어린이다"라는 것을 각인하곤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도 고학년이 되니 수학여행,수련회,장기자랑 모두 가요에 맞춰 춤추는 친구들로 장식될 뿐이지, 어린이답게 동요를 부르는 애들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혹시나 용기내어 동요를 부른다면 분위기 못잡는 애, 범생인척 하는 애 그런 희안한 아이였죠.

20대 중반인 저역시도 초딩시절 동요보다도 가요에 친숙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지금 아이들에게 가요를 멀리하고 동요만 들어야해라면서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세대들은 아무리 수련회 장기자랑 , 반 학예회에서 룰라의 노래에 맞춰 엉덩이 춤을 추고 DJ DOC의 노래를 틀어 어린이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 지라도, 적어도 귀빈과 학부모를 모셔놓는 교내 단위 학예회와 학교를 대표하여 방송에 출연할 때는 어김없이 동요와 품위가 넘치는 고전무용, 합창으로 어른들이 정해놓은 '천진난만한 어린이다운 모습'으로 어른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성숙한 것 같습니다. 아직 5살밖에 안됬을 뿐인데 벌써부터 TV에서 비의 허리돌리기춤을 따라하면서 MC들과 게스트들이 신동이라면서 호들갑을 떨고, 그 아이를 낳아주신 엄마 역시 어깨가 으쓱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한창 공주님이 나오는 예쁜 이야기를 들어야 할 여자 꼬마 아이가 남의 남자 가로채는 가사로 이루어진 다소 뇌새적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거기 출연자들이 모두 아이답지 않은 몸짓에 감탄을 할 정도였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식사 한 시간 어벙벙한 상태로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의 예사롭지 않은 몸짓을 보다가, 10시반쯤 우연히 제빵왕 김탁구 스페셜에서 어린 탁구로 분하여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아역 오재무군의 루시퍼 따라하기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야행성'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오재무의 춤실력을 이미 눈여겨본 터라, 놀랄 정도는 아니었으나 샤이니 저리가라 할 정도의 절도있는 안무와 가수로서의 재능까지 인정받은 오재무군은 출연자들 말대로 향후 10년 후가 기대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것에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할 정도로 오군의 춤은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그 친구의 나이를 생각해 볼 때는 그래도 초등학생이면, 어린이답게 동요로 어른들을 즐겹게해야한다는 그 구닥다리 사고방식(?)이 저를 계속 괴롭히고 있더군요.




아이라고 무조건 동요를 듣고, 현실과 동떨어진 아름다운 것만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이 음악 저 음악도 접해보고 여러가지 견문을 넓여줘야합니다. 그 와중에 아이가 TV를 보고 비의 허리돌리기 춤을 그럴싸하게 흉내를 낸다면, 그 아이가 소질을 보이는 쪽으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현아의 골반댄스 춤을 따라한다고, 그 아이가 어린이답지 않다라고 결론지을 수도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같은 반 친구들이 내가 춤을 추는지 모를거다라고 답한 출연자의 말처럼 어른들의 춤 따라하는 애=탈선하는 애 이런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정작 어릴 때 동요보다도 가요를 더 많이 들어놓고서는 이제 성인이 되니 TV에서 어설픈 비와 브아걸, 현아,손담비 흉내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마냥 좋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요즘 우리 어린시절에는 큰 화제가 되었던 '창작동요제'는 계속 방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이 즐겨볼 수 있는 방송이 몇 개나 되는지 궁금하구요.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에 아직 미성년자 딱지를 떼지않거나 갓 성인이 된 아이돌 스타들의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버젓이 방영하면서 기껏해야 아이들을 위한 방송은 오후 4시와 5시 그것도 아이들이 학원가는 시간에 방영하여, 아이들을 위한다고 생색내는 판국에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들이 어린이답지 않게 대중가수의 춤을 흉내낸다고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군요. 아무래도 겉으로는 깨어있는 척 해도 여전히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한다는 구식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저만의 넋두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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