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달력. 웃음에 숨겨진 희극인의 비애

매회마다 긴장감이 넘치던 무한도전 도전 달력모델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3명의 도전자에게 주어진 최종 미션은 바로 웃음이였습니다. 그들이 무한도전이든, 기타 다른 예능이든 늘 언제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웃음이야말로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표현하기 어려운 최고난도의 미션이 아니었나 싶네요.
웃음은 보약이고, 자주 웃으면 좋다고 하지만 정작 방송이나 거리에서 애써서 웃음을 주는 사람들은 광대라면서 너무나도 많은 천대를 받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늘 언제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우리 대중들을 웃겼지만 다른 연예계 종사자에 비해서 대접도 못받고 심지어 방송국 내에서도 예능국은 힘도 못쓸 정도였습니다. 지금에야 일부 예능들이 한류 스타가 출연한 드라마 못지 않은 인기와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출연진은 물론 예능PD까지 전국민의 스타가 되었지만, 정작 예능의 힘이 거셀수록 전통적인 희극인 즉 코미디언의 영향력은 날로 약해져가는 추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최고 인기 예능 중 하나라는 1박2일의 새 멤버로 거론되는 인물들도 개그맨보다는 가수나 배우의 이름이 더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1박2일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들은 가수 은지원 혹은 가수 겸 배우이승기고, 그나마 개그맨 출신들이 많다고 하는 무한도전도 VJ출신 노홍철과 이제는 가수라고 불리기도 뭐한 하하가 맹활약을 떨치고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 또한 기타리스트 김태원과 현재 필로폰 투입 혐의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배우 김성민의 활약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으니 이제 더이상 웃음을 위해 존재한다는 예능은 더 이상 희극인들만을 위한 자리가 아닌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더욱 희극인을 씁쓸히 하는 건, 무한도전, 1박2일과 같은 예능이 대히트를 치면서 이전에 유머1번지, 웃으면 복이와요 등 꽁트 개그로 큰 인기를 끈 코메디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듬은 물론, 요즘 유행하는 스탠딩 개그에서 히트를 친 개그맨들 또한 이와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케이스가 정형돈, 이수근 그리고 남격의 윤형빈과 특유의 깝으로 새로운 신드롬을 만든 유세운 이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죠.

개그콘서트, 지금은 폐지된 웃찾사, 하땅사로 통해 수많은 신인 개그맨들이 대중들에게 얼굴을 비췄지만 오랫동안 방송에 나오는 개그맨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들에게 강호동, 유재석, 박명수 등 개그맨으로서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합한 예능인으로 성공한 선배들은 부러움과 동시에 롤모델입니다. 하지만 늘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보고 느낀 것이지만, 그들은 그 프로그램 하나로 수많은 인기와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었지만, TV속의 그들을 보면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박명수가 프로레슬링 이후 열심히 하지 않고 분위기만 망친다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그 역시 지난 6년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살아남기 위해 숱한 노력을 했고, 그 결과 1인자는 아니지만 1.5인자라는 명성을 얻었고, 그 여세를 몰아 수많은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진행자라고 하지만 적어도 무한도전과 1박2일에서 만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모두를 쏟아붓는 유재석과 강호동입니다. 또한 유재석은 무도뿐만 아니라 런닝맨에서도 수도 없이 달리고 놀러와, 해피투게더까지 그야말로 일주일의 대부분을 촬영으로 보내고 있고, 강호동 또한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볼 정도로 강행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은 그동안 밀린 출연료를 제 때 받지 못했고, 지금도 10월의 출연료만 겨우 받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여전히 소속사를 지키고 있는 강호동도 말을 못할 뿐이지 사정은 마찬가지 일 겁니다. 이미 돈도 많이 벌어놨다고 하지만, 그동안 밀린 억 단위의 출연료는 그들이 남들의 몇 배 이상의 땀과 노력으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당연한 대가입니다. 요즘 먹고 살기 어렵다는(?) 박명수 또한 정준하는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많은데 왜이리 돈욕심이 많나고 면박을 주지만, 우스개 소리인지 아님 진심어린 소리인지 흘려가는 말로 바로 들어오는 돈도 아니고 2달 이후에 겨우 돌아온다면서 그가 찍은 사진 속 한 장면처럼 시청자들에게 먹고 살기 어렵다고 호소를 하는 걸 보니 멤버들의 심사평 그대로 그야말로 절박이 묻어나는 표정이였습니다.

그 사람들 못지 않게 중노동의 일을 하면서도 쥐꼬리 만한 월급도 몇 달 째 못받는 분들이 계시는데, 어떻게 보면 출연료를 제대로 못받았다는 그들의 고민은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상위 몇%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최고 예능인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연예인으로 등록된 사람이 몇 만 명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이름이라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뿐입니다. 그나마 이름을 알리고 활동을 했다고 해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눈이 부시도록 화려해보일지 몰라도 속은 텅 빈 강정인 부류가 많은 곳이 연예계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희극인,개그맨들의 삶은 처참합니다. 빠르게 회전되는 스탠딩 개그맨의 특성 상, 몇 년 동안 무대에 설 수 있는 개그맨은 드물고 나머지는 몇 번 조연으로 섰다가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게 오늘날 개그맨들의 인생입니다. 그나마 대한민국에서 최고 잘나간다는 예능에서 제작진의 비호를 받고 있다면 1년 가까이 병풍 그 이상의  민폐를 끼치고 있어도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끝까지 버틸 수 있지만, 이름도 없는 무명 신인 개그맨은 자기네들이 몇 달 간 머리를 쥐어 짜가면서 고심해서 만든 콘티가 반응을 얻지 못하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조차 제약당하는 것이 보통 개그맨들의 삶이고, 우리가 모르는 너무나도 잔인한 개그계의 생리입니다.

아무리 잘나가고 충성적인 시청자들이 많다는 무한도전, 1박2일, 남자의 자격이라도 매회 방영에 따라 웃고 우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이 그들의 운명입니다. 특히나 다른 예능들이 여러차례 곤욕을 겪는 동안 합창단 이후 순탄하게 흘려가던 남자의 자격은 에이스 김성민의 마약 혐의로 1박2일 MC몽 못지 않은 직격탄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후죽순 리얼 버라이어티가 범람하는 시대라 남들과 그리고 이전에 했던 미션과 차별화하기 위한 총성없는 불꽃튀는 아이디어 전쟁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출연진도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땀흘리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진정성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그나마 욕을 덜 먹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예능의 수준이 급격히 늘어난터라 우리 시청자들의 눈도 그만큼 높아져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예능은 그야말로 모로가든 웃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무한도전 이외에도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이제 무한도전만의 차별화는 물론이고 웃음은 기본이고 요즘 우리들은 하고 싶어도 차마 할 수 없는 가혹한 미션을 그들에게 너무 많이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제작진들과 출연자들이 자청해서 과도한 육체적 소모를 합니다.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사람들에서 이제는 맥가이버, 터미네이터가 되어가는 그들을 보고 이제 그들은 무엇을 내놓아도 다 잘해낼 수 있구나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점점 더 1박2일 기상미션은 혹독해가고 무한도전은 프로레슬러도 아님에도 각종 아슬아슬한 기술을 소화해냅니다. 비록 출연진과 제작진은 혹사하지만, 더욱더 큰 웃음을 위해 그리고 요즘 잘나가더니 나태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그들의 땀과 우리 대중들이 모르는 눈물은 더욱 쌓여갈 뿐입니다.

웃음은 그야말로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 사람을 웃기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만날 웃음을 주는 무언가를 찾으면서도 정작 우리들을 웃겨주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짠 듯 합니다. 심지어 그동안 쭉 웃겼다가 한동안 열심히 하지 못하면 비난을 해대곤 하는게 우리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는 죽을 힘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 눈에는 그렇지 못하다고 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예능의 범람으로 웃음에 대한 가치가 낮아졌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예능인 혹은 희극인은 무조건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는지 아니면 우리 시청자들이 방송인들이 주는 웃음의 기준을 너무나도 높게 잡아놨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라도 웃겨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계속 나오는 사람만 나오고, 웃기는 능력도 없는 사람이 인기 예능의 자리를 꿰차는 현상이 늘어날 수록 정작 웃길 수 있는 사람들의 자리가 줄어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 시청자들의 예능인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엄격해질 수 밖에 없어요. 이러저래 예능과 예능과의 경쟁, 혹은 예능인간의 서로의 자리 다툼이 치열해질 수록 희극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웃는 웃음 뒤에 숨겨진 눈물이 더욱더 뜨거워질 뿐이죠. 어쩌면 박명수의 웃음 뒤 한 켠에 그늘진 모습은 현재 너무나도 각박하게 돌아가는 예능 정글에서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든 희극인과 예능 출연, 예능 제작진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네요. 박명수가 달력모델 최종 우승자로 선정된 만큼, 사진 속 드러났던 그의 진심과 아내의 당부처럼 시청자들 눈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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