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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남격 젠틀맨,시크릿가든 고가 콘서트,서민에겐 벅찬 문화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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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남자의 자격'이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먹고 살만한 수준의 평범한(?) 중년 남성의 유쾌한 도전기라는 것을 간주해보면, 딱히 지난주 젠틀맨 편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남자의 자격'이 쭉 해왔던 미션들 모두 별 무리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느정도 삶의 기반이 되어있지 않으면 감히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들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왜 유독 미술관에서 샤갈의 그림을 보고,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우아한 식사를 하고, 발레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는 것이 그렇게 시청자들의 심기를 거스렸는지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남자의 자격 출연진이 두 팀으로 나뉘어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샤갈'전과 '고암 이응노'전시전을 보러가는 장면을 잠깐 보았을 때, 솔직히 남자의 자격에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림 한 폭에 500억을 호가하는 샤갈의 그림이 오랜만에 국내에서 전시되는 절호의 찬스에 돈과 시간이 없어서 못가고 있는 저같은 사람에게 도슨트의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어줘서 비교적 자세히 샤갈의 그림을 보여줬으니까요. 그리고 역시나 돈때문에 발레와 오케스트라 연주도 마음껏 못보고 있는데, 역시나 잠깐이라도 연주회와 발레같은 고급 문화(?)를 엿보게 하였으니까요. 대충 젠틀맨 편을 해석해보자면 제작진의 의도는 주말에 tv, 작품성도 없는 영화만 보지 말고, 그림이나 오페라, 발레와 같은 문화체험을 좀 하면서 팍팍한 삶의 여유를 불어넣자고 하는 굉장히 뜻깊은 메시지인 것 같은데, 가뜩이나 고급 문화(?) 향유에 취약한 대다수 대중들에게 좋은 충고가 된 것 같으나, 문제는 예능으로서는 심히 번지수를 잘못 잡은 것 같다는 찜찜한 생각은 버릴 수가 없네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예술에 조예가 깊은 부모님을 만나거나, 혹은 본인이 예술 쪽을 전공하거나 특별히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아무리 이윤석처럼 남부럴 것없는 학벌과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유독 대한민국 대다수 사람들은 대중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에 상당히 취약한 편입니다. 물론 요즘에는 너도나도 고등교육을 받고 있고, 삶의 질도 많이 개선이 된터라 예전보다 뮤지컬, 발레, 연주회, 전시회에 찾아가는 문화시민(?)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긴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나 기타 선진국에 비하면 문화를 즐기는 향유도가 턱없이 낮기는 합니다. 이런 문화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는 해도, 유명한 작가, 연주회, 인기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에 쏠리는 현상이 심하며, 여전히 대한민국 문화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구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예술, 즉 남격에서 정의한대로 고급 문화라고 불리는 발레,오케스트라,미술작품들은 프랑스처럼 아주 어릴 때부터 익숙해지지 않으면, 접근하는 것조차 거부감이 들고 공포감(?) 까지 드는 영역입니다. 막상말로 미술관에 일일이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가 상시 대기 중이듯이, 화가의 개략적인 일생과 그림이 의도하는 바를 대충 알고 있어야 제대로 그림이 보이는 법입니다. 그냥 무턱대고 보면 인류가 낳은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이였던 피카소의 그림조차 '괘발쇄발'로 밖에 보여지지 않으니까요. 왜 대한민국 수많은 사람들이 김태원처럼 발레와 오페라를 보고 졸리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도대체 어떤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본 기억도 없고, 무엇보다도 우리들이 그동안 봐왔던 것에 비해서 지루하고 생동감있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러나 지루하고, 잠오고, 도대체 알아볼 수 없는 그림, 다 교양이 쌓이고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니까 참고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유독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림을 보러 다니고, 발레를 보러다니고 심지어 연주회와 오페라까지 꼬박 보러다닌다는 것은 돈도 많고 참 교양도 넘친다는 사람로 보여지는 특권으로 비춰질 정도로 그만큼 여전히 예술의 문턱은 턱없이 높아보일 뿐입니다. 과연 가족들과 함께 일일이 공연이나 전시회에 찾아다닐 정도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부익부 빈익빈 시대라 여유로운 사람들은 한없이 여유롭지만, 적어도 일요일 tv에 앉아 남자의 자격을 시청하는 분들 중에서는 많지 않을 것 같네요.



개중에는 주말에 시간내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여유도 있으면서, 수준이 딸려(?) 그리고 이경규처럼 그림이나 발레 이야기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는 시청자들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애초부터 남자의 자격이 젠틀맨이 되자랍시고 생전 안보던 그림을 보고,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칼질하고, 발레와 오페라를 보러 간 것도 이런 사람들을 위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을 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치고 아무리 젠틀맨도 아니고 교양이 없다고해도 공짜로 유명한 화가 그림 보여주고, 공연 보여준다는데 거절할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어느정도 고등교육을 받았어도 여전히 예술과 거리가 멀어서 주말에도 tv를 잡고 낄낄 거리며 웃을 수 밖에 없는 중산층들을 위해서 예술의 위대함을 알리고, 잔재미를 알려주고, 좀 더 쉽게 그림을 감상하는 팁을 알려주고 세계적으로는 유명한 화가이지만, 이 대한민국의 젠틀하지 못한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였던 '고암 이응노'님의 작품 세계관을 쉽게 설명해주는 등 조금더 문화에 가까워지게 하고자하는 취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의 자격을 본방으로 시청할 수 밖에 없는 시청자들을 제대로 고려했다면, 어떻게 좀 더 저렴하게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적어도 한끼에 일인당 30만원 하는 서민들은 감히 쳐다도볼 수 없는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는 불상사는 없었을텐데 말이죠.



주말에 나들이나 젠틀한 사람들처럼 전시회나 공연을 가지 않고  tv를 통해 예능을 보는 대다수 시청자들이 바라는 건, 역시 예능다운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는 큰 웃음과, 혹은 혼심의 힘을 다한 열정으로 일으킨 감동과 자신감 부여이긴 합니다. 특히나 남자의 자격은 그동안 다소 특별해보이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로 잔잔한 감동과 동기부여를 일으켜줘서 호평을 받은 예능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 남자의 자격 젠틀맨은 유독 문화 예술에 취약한 시청자들에게 예술의 참된 재미를 알려주고자 제작진은 모르나, 평소에 안하던 생활을 즐긴답시고 많은 돈을 들여 찍었거만, 결국 허세에 찌들렸다는 차가운 시선만 받게 되었습니다. 예능이라고 꼭 대다수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웃음만 주라는 법은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면서도,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예체능 과목이 날로날로 줄어들고 있는 국영수 암기 교육 위주 폐해에, 너무나도 비싼 티켓 가격덕분에 철학과 예술에 대한 감각이 심히 부족한 대한민국 사람들을 위해  문화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향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 그리고 예술단체가 앞장서길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젠틀해보이고 교양인처럼 보이기 위해서 고급 문화랍시고 전시회를 보고,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몇 시간동안 우아하게 식사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단순히 연주회를 소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남자 예술을 알다, 남자 문화를 알다라는 컨셉으로 조금 더 싼 가격에서 나름 좋은 자리에서 발레를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는 법, 혹은 우리 서민들에게 너무나도 높은 그들의 도도함을 꼬집었다면 더욱더 의미있는 방송이 되지 않았나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네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요즘 큰 인기를 끌고있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드라마 출연진들이 대거 출연하는 ost 콘서트의 높은 가격을 두고 말이 많은 것을 보니, 꼭 발레나 오케스트라 공연뿐만 아니라 드라마 ost를 부르는 콘서트조차 저같은 일반 서민들은 가기 어려운 곳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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